"'암 백신' 개발 결정적 실마리 찾았다"

MIT 연구진, 'T세포 탈진' 푸는 암 신생항원 분리 방법 제시
개인 맞춤형 백신 개발 가능…저널 '셀'에 논문

 

 현재 개발 단계에 있는 암 백신은 인체의 면역계를 자극해 종양을 파괴하게 디자인된 것이다.

 그래서 암 백신엔 종양에서 발견되는 암 단백질 조각이 들어간다.

 개발 연구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암 백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 과학자들이, 암 백신 개발의 결정적 실마리가 될 만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어떤 암 단백질을 표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면 종양을 공격하는 T세포 반응이 강해지는지 알아낸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신은 휴면 상태에 빠진 탈진 T세포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으로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MIT의 타일러 잭스 생물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6일(현지 시각) 저널 '셀(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잭스 교수는 "모든 항암 면역 반응이 똑같지 않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라면서 "백신을 놓는다는 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시됐을 표적에 대해 단백질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세포로 변하는 정상 세포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생성하기 시작한다.

 신생항원(neoantigens)이라고도 하는 이 암성(癌性) 단백질이 면역계에 위험 경보를 울리면 T세포가 이들 항원을 식별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암 종양은 T세포를 무력화하는 면역억제 환경을 조성한다.

 이렇게 되면 'T세포 탈진(T cell exhaustion}'이 생겨 종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암 백신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이렇게 탈진한 T세포에 다시 힘을 불어넣어 종양을 공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도 최근 수년간 이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환자의 종양에서 신생항원을 확인해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이런 맞춤형 백신은 임상 시험에서 흑색종과 비(非) 소세포 폐암에 치료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메건 버거 박사후연구원은 "일부 환자는 이런 백신으로 놀라운 치료 효과를 봤지만, 절대다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라면서 "더 많은 환자에게서 치료 반응을 끌어내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통해 종양에서 발견된 수백 종의 신생항원 가운데 단지 소수만 T세포 반응을 일으킨다는 걸 알아냈다.

 이번 연구는 그 이유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폐암에 걸린 생쥐에 실험해 보니, 종양을 공격하는 T세포가 생성될 때 서로 다른 암성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T세포 하위 그룹(subset)들이 문제를 일으켰다.

 이들 T세포 그룹은 서로 경쟁하다가 힘이 고갈돼 하나의 휴면 T세포 집단(population)으로 변했다.

 이렇게 탈진한 T세포들은 계속 종양 미세환경 내에 남아 있으면서 다른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T세포 집단의 종양 공격을 억제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종양 공격 능력을 갖췄지만 억제된 T세포 집단이 표적화하는 신생항원 중 하나로 백신을 만들어 투여하면 T세포가 다시 활성화된다는 게 생쥐 실험에서 확인했다.

 연구팀은 T세포에 항원을 제시하는 면역세포와 느슨하게 결합하는 신생항원으로 백신을 만들면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런 신생항원 중 하나로 만든 백신을 폐암에 걸린 생쥐에 투여하자 종양의 크기가 평균 27% 줄었다.

 이런 백신을 놓으면 지속해서 면역 반응을 부추기는 유형의 T세포도 생겨, 장기적인 종양 관리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이와 함께 이른바 '면역 관문 억제 항암제(checkpoint inhibitors)'에 잘 반응하는 특정 유형의 T세포도 늘어났다.

 연구팀은 장차 이런 암 백신을 면역 관문 억제 항암제와 병행 투여하는 치료법도 시험하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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