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 대통령 사인 1위 '순환계 질환'...…"음주·불규칙 생활 피해야"

"예방하려면 주 5일 30분씩 걷기운동 하세요"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사인과 관련된 가장 흔한 질병군은 순환계 질환이다.

사망한 전직 대통령 9명 중 자연사하지 않은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환'외에 다른 사인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을 제외한 5명 중 최규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 3명이 이에 해당한다.

 ◇ 심장 기능 떨어지는 '급성 심부전'…"음주·불규칙 생활 피해야"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규하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지는 '급성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질환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심장에서 혈액을 제대로 짜내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감과 운동능력 저하가 나타나 계단을 오르기만 해도 과도하게 숨이 찬다.

 심장 발작이 원인이라면 심하고 지속적인 통증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폐색전증 때문이라면 피가 섞인 가래와 함께 기침을 하고 숨을 들이쉴 때 날카로운 흉통이 생기기도 한다.

 급성 심부전을 내버려 두면 저혈압 상태에서 쇼크를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

 급성 심부전으로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이 생기면 이뇨제와 혈압을 높이는 혈압 승압제를 쓰고, 상태가 심해지면 기계를 삽입해 심장을 인공적으로 뛰게 만드는 것이 통상적 치료법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인 중 다른 하나는 패혈증으로 알려져 있다. 패혈증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폐렴균이나 독소가 혈관에 들어가 온몸에 급성 염증이 일어난 상태다.

 고열과 백혈구 증가, 저혈압 등 전신 반응이 나타나며,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추가 되는 장기가 제 기능을 못 하는 '다발성 장기부전'의 원인이 된다.

 심부전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기저질환으로 가장 대표적인 건 폐렴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장기간 폐렴을 앓고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폐색전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폐색전증은 폐동맥에 피 찌꺼기나 다른 이물질이 생겨 막힌 상태를 말한다. 고령이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어려운 노인이 주 위험군이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각혈, 흉통, 어지러움, 쇼크로 인한 실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색전증 환자는 장기간 비행기 탑승처럼 움직임의 제한을 받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장기간 침상 안정을 하는 경우도 폐색전증의 위험을 높인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순환계 질환을 예방하려면 심장 기능이 건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일주일에 30분씩 5일간 걷기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며 "과도한 음주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을 피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전두환 혈액암…노태우 신경계 질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앓은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의 구성물질 중 하나인 형질세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세란병원에 따르면 정상 형질세포는 외부에서 우리 몸으로 침투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는 면역 물질을 생성한다. 이 세포가 손상돼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 신체가 외부 감염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져 폐렴, 피부감염, 요로감염 등 여러 감염병에 쉽게 노출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뼈 통증으로, 형질세포가 혈액을 만드는 골수를 침범해 뼈를 약화하고 통증을 일으킨다. 이와 함께 뼈를 구성하는 주요 물질인 칼슘이 혈액에 과하게 녹아들면서 탈수와 피로 증상이 자주 나타나며, 심할 경우 의식 저하로 이어진다. 혈액 내 칼슘 농도가 높아져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만성적인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장준희 세란병원 내과 부장은 "다발성 골수종 환자는 뼈가 약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뼈에 무리를 주는 운동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뇌 기능 저하에 관련된 증상이 많은 '다계통 위축증'으로 장기간 투병했다.

 다계통 위축증은 여러 신경계를 침범하는 질환을 통칭하는 용어다. 소뇌 기능이 악화하면서 평형감각이 떨어져 보행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구음 장애도 동반할 수 있다.

 원인은 아직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다. 자세 불안정성 등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다계통 위축증으로 투병하며 반복적인 폐렴과 급성 세균 감염증의 일종인 봉와직염을 앓았고, 심부정맥혈전증도 겹쳤다. 약 20년간 와상상태(누워서 지내는 상태)에 있었 던 만큼 여러 합병증이 겹친 '지병'으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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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증가로 더 많은 질병 노출…소비자·보험사 준비해야"
고령자 사망률이 개선되고 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노후 건강과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므로 소비자와 보험사가 이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사망률 개선이 노후 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사망률 개선은 수명 연장보다는 노후 건강과 의료비 부담 증가 측면에서 의미가 더 크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작년 12월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10회 경험생명표에서는 남성 평균수명이 86.3세, 여성은 90.7세로 지난 생명표보다 각 2.8세, 2.2세 늘어났다. 경험생명표는 보험사의 통계를 기초로 사망, 암 발생, 수술 등에 대해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보험개발원이 산출하는 보험료율의 집합으로, 통상 3∼5년 주기로 개정된다. 연구원에 따르면 고령자의 사망률이 개선되면 연령별 질병 발생률이 동일하더라도 노후에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여성의 경우 50세 이후 암 발생률이 개선돼 90세 이후에는 개선 폭이 10% 이상으로 확대되지만, 누적 암 발생자 수는 90세 이후에 오히려 증가하는데 이는 사망률 개선 효과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는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건강수명과 기대수명 차이가 확대되는 현상과 유사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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