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3명 장기기증 못받아 사망… "대기자는 증가·기증자는 정체"

신장 이식 7년여 기다려야…"'생명 살리는 숭고한 일' 인식 퍼져야"

 3명에게 생명 나눠주고 떠난 40대 엄마, 외아들 결혼 앞두고 쓰러져 6명에게 심장 등 기증한 60대 아버지, 뇌사 상태로 6명 살리고 떠난 30대 엄마….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사랑이 절실한 요즘 마음을 울린 장기 기증의 숭고한 사례들이다.

 한 사람의 신체를 통해 여러 환자를 살리는 '장기 이식'은 '생명 나눔'이면서 기증자가 수혜자에게서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가장 숭고한 선물이다.

 국내에서 장기 이식은 1945년 각막 이식 성공을 시작으로 1969년 최초 신장 생체 이식, 1979년 최초 뇌사자 신장 이식 등 기록을 세우며 지난 79년간 발전해왔다.

 하지만 의술의 발달과 달리 장기 기증자 수는 정체된 상태다.

 25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장기 기증자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총 5만1천876명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2019년(4만253명)과 비교하면 4년 새 29% 늘어났다.

 올해는 7월 현재 전국에서 4만4천27명이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장기 기증자 수는 400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2019년 450명, 2020년 478명, 2021년 442명, 2022년 405명, 2023년 483명을 기록했다.

 심지어 올해는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속 기증자 수가 지난 23일 기준 391명에 그쳐, 작년보다 최대 19% 이상 줄어든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이들은 매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올해 장기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총 1천514명이다.

 하루 평균 약 8.3명이 이식받지 못해 사망한 셈이다.

 지난해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총 2천907명으로, 2019년(2천145명) 대비 약 1.4배가 됐다.

 장기 이식 평균 대기 일수도 길어지고 있다.

 2019년에는 신장 이식을 받기 위해 평균 2천196일(약 6년)을 대기했다면, 올해는 2천802일(약 7년 7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췌장 이식은 1천263일(약 3년 5개월)에서 2천104일(약 5년 8개월), 심장 이식은 211일(약 7개월)에서 385일(약 1년 1개월)로 각각 대기 기간이 늘었다.

 유족들은 장기 기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인라인스케이트 국가대표를 지낸 남편 김대철(44·사진) 씨와 사별한 김연희(44) 씨는 "시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대로 보내는 게 너무 허무했다"며 "'세상에 선물을 주고 보내주자'는 시누이의 설득으로 남편의 장기를 기증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기증을 결정한 뒤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 유지를 소홀히 한다거나 시신을 깨끗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는 등 잘못된 정보가 많은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의료진과 기증원 관계자 모두 기증 결정부터 임종까지 기증자에 대한 예우와 존경심을 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 기증은 수혜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삶 전체를 바꾸는 일"이라며 "한 사람의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이라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09년 뇌사에 빠진 아들 남규 군을 떠나보낸 임원채(59) 씨도 "저는 직접 장기 기증을 찾아보고 아들의 장기 기증을 신청하게 됐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대중 인식은 낮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본인이 기증을 원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가족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장기 기증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의사들도 환자 및 가족에게 이를 충실히 안내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와 김씨는 사랑하는 가족의 신체 일부를 받아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만으로 큰 위안이 된다고 밝혔다.

 임씨는 "아들이 (장기 기증 결정에 대해) 잘했다고 말해줬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도 "아이들에게 힘들 때마다 아빠는 영웅이니까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고 말한다"며 "이보다 값진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한국은 심장이 멈추고 혈액순환이 중단된 '심장사'만을 법적 사망으로 보고 있어 뇌 기능이 멈춘 '뇌사'를 사망으로 보는 미국 등 타국과 비교해 기준이 엄격한 편"이라며 "단 1%라도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보도와 각종 미디어 광고를 통해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장기 기증에 대한 의사를 쉽게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운전면허 발급 시 장기 기증 희망 여부를 묻는 법안을 발의했다.

 발의된 장기 기증법 개정안에는 운전면허 시험 응시자나 운전면허 발급 또는 재발급을 받는 자 등에게 장기 기증 희망 의사를 묻고 신청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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