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심장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

 ◇ 다양한 심장병 원인

 심장병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긴 어렵지만, 심장병을 일으키기 쉬운 위험 인자는 몇 가지 꼽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흡연, 운동 부족, 과음, 비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가족력 등이 있다. 또한 심리적 요인, 가난, 교육 수준, 그리고 미세먼지를 비롯한 공해 등이 알려져 있다.

 먼저, 여성의 경우 12세 이전에 시작하는 초경이다. 1920~1930년대만 해도 여성의 초경 시기가 대략 17세 전후였는데 요즘은 그 시기가 굉장히 빨라졌다. 최근에 조사된 바에 따르면 요즘 여자아이의 평균 초경 시기가 11.5세라고 한다.

 그보다 더 빠른 성조숙증 문제도 심각하다. 12세 이전에 시작하는 초경이 심혈관에 안 좋다고 했는데, 평균적으로 보면 요즘 여자아이들 대부분이 이런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리를 일찍 시작하는 여성의 경우 폐경기도 일찍 올 가능성이 높고 폐경기 이후에는 심혈관질환에 걸릴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데, 이는 여성호르몬의 보호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보호 효과가 사라지면 비만이 되기 쉽고, 비만의 부작용으로 동맥경화가 빨리 와서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약을 먹는 것도 심장에 굉장한 무리를 준다. 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부작용으로 신경증, 갑상선 기능 항진증, 빈맥, 고혈압 등이 생길 수 있다.

 심한 독감 역시 심장에 해롭다. 독감은 신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서 만성질환, 특히 천식 같은 폐 질환이나 관상동맥, 심부전 등 심장질환을 더욱 악화한다.

 그다음 심장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것이 심리적인 요인이다. 지독한 외로움, 어릴 때 학대당한 경험, 실연의 아픔 같은 것이 모두 심장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얼핏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심장이란 말 그대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장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심장이 마음과 관련된 것임을 보여주는 예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변화다. 실제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 중 성격이나 습관이 완전히 바뀌는 사례가 있다. 심장을 이식해 준 사람의 성격대로 바뀌는 것이다.

 의학계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중 하나다. 그렇게 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극심한 스트레스 역시 심장에 해롭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경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로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생겼다. 큰 시험 앞두고 변비나 설사로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기질환은 한국을 포함한 동양인의 특징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양 사람은 소화기 문제를 거의 겪지 않는다. 실제로 서양 약국에 가보면 소화제가 별로 없다. 소화제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가 바로 한국, 일본, 중국이다. 서양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에 문제가 생긴다.

 일종의 문화적 차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우리도 스트레스가 심장질환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 습관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 식탁 위의 천적

 그렇다면 피해야 할 나쁜 음식은 대체 어떤 걸까? 우선 장내 균형을 무너뜨리는 음식이 나쁘다. 장내 균형을 무너뜨리는 데 가공식품이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공을 많이 해서 원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형태가 변형된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이런 음식이 장내 균형을 깨는 가장 큰 이유는 장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장 점막은 말 그대로 소장과 대장을 뒤덮고 있는 점막 세포를 말한다.

 물리적인 장벽을 형성해 섭취한 음식물이 그대로 흡수돼 혈액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해로운 물질의 침입에 대비하는 방어막으로서 면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평소에는 이 점막이 빽빽한 장벽을 이루고 있는데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장벽이 허물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흡수해서는 안 되는 나쁜 음식이나 물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때는 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두드러기 같은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염증반응이 오래 지속되면 점막의 기능이 떨어져서 속쓰림, 더부룩함, 피부발진, 심지어는 관절통, 비만,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다면 자기가 혹시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은 게 아닌지 살피고 섭취하는 음식물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과도한 술과 커피, 탄산음료 등은 당연히 나쁘다는 건 모두 알 것이다. 물론 과도할 경우에 해당한다. 적당량은 좋은데 과도한 건 나쁘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계속 가공된 음식이 나쁘다고 말했는데, 과일주스나 탄산음료 외에 술에도 설탕이나 다른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첨가물 표기가 부실한 편이어서 그것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필자가 의과대 학생 시절 소주 공장을 방문했다가 놀란 적이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당시에는 소주를 만들 때 공업용 인공감미료를 거의 들이붓다시피 했다.

 자, 지금 한국에서 소주 한 병값이 얼마나 되는가?

 마트에 가면 1천몇백원이면 사지 않는가? 그중 원료비가 얼마나 될까? 아마 200∼300원 정도일 것이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제대로 된 술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소주 원료 대부분은 국산이 아니다. 질 좋은 국산 제품을 써서는 그 가격에 맞출 수가 없다. 사람들이 잘 먹지 않는 식물 뿌리 같은 걸 수입해서 알코올 발효를 통해 주정을 만들고, 거기에 물을 타서 파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감미료나 첨가물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소주를 마시지 않는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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