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후 좀처럼 돌아오지 않으면서 국내 의료체계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의가 되고자 수련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이탈만으로 심각한 '의료대란'이 벌어진 것은 그동안 전공의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국내 의료체계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역설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제 기능을 일깨우고 있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전공의 이탈로 어쩔 수 없이 경증환자를 돌려보내고 중증환자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야말로 상급종합병원의 '정상'적인 모습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공의에게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국내 의료체계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의료대란 부른 '전공의 과의존'…정부 "병원 구조 바로잡겠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그동안 대학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교수나 전문의보다 '값싼' 노동력인 전공의를 대거 투입하며 비용 절감을 꾀해왔다. 2021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전공의는 상급종합병원 전체 의사 인력의 37.8%를 차지했다. 이른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대형병원이 심각한 진료 차질을 빚자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형병원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중형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본격적으로 병원을 이탈하기 시작한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빅5' 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수술실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이고, 중증·응급질환자를 중심으로 환자를 받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증상이 경미한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 정도)·경증 환자들이 종합병원 등 중형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환자가 자연스럽게 '분산'하는 현상이 포착된다. 이달 중하순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자궁근종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A씨는 수술 일정이 취소되자, 병원을 바꿔 다음 달 초 이대서울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했다. A씨는 "이대서울병원은 전공의 비중이 높지 않아서 수술 지연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은 중증질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과 이보다 중증도가 더 낮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병원 및 종합병원'
정부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촉발된 의료공백에 대응해 '지역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비상진료대책을 세우자 "필요할 때만 찾고 '토사구팽'할 게 아니라 공공병원을 거점의료의 핵심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대규모로 병원을 이탈하자 지방의료원 36곳 등 66곳의 전국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 대응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그에 따른 인건비 등 비용을 적극 지원하는 식이다. 이에 시민사회에선 "그간 공공병원을 무책임하게 방치했던 정부가 부탁과 격려를 남발하는 행태는 후안무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공공병원을 '대응 카드'로 쓸 수 있는 이유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해 운영하는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립대병원과 시도의료원, 국립의료원 등이 이에 속한다. 정부는 '의료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공공병원을 이용해 사태 수습에 나서왔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도 정부는 공공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최전선으로 떠밀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전체 의료기관의 5%밖에 되지
배아나 태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검사 질환을 추가로 선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질환 추가 기준을 마련한다. 보건복지부는 배아·태아 대상 유전자검사 질환 선정 절차와 기준을 담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다음 달 1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전자 질환의 발병 나이와 예상 사망 시기, 중증도, 치료 가능성, 삶의 질 등을 고려해 배아와 태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 질환의 선정 기준'을 명시할 예정이다. 현재는 배아나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질환을 제한해 열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사 대상 질환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전문가 자문과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시 개정으로 질환을 추가했고, 이 과정에 긴 시간이 소요됐다. 복지부는 이로 인해 유전질환이 있는 가계가 질환 추가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하는 데 고충이 있다고 판단했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질환 추가 기준'을 명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준에 따라 질환 추가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토할 자문위원회를 두고, 질환을 추가하는 방식을 고시에서 공고로 변경하기로 했
건강보험에서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진료비 등으로 나갈 지출 총액이 내년에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건강보험 당국의 전망이 나왔다. 건강보험 당국은 가입자한테서 거둔 건강보험료와 국고지원금 등을 합친 수입 총액도 내년에 100조원을 최초로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8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내놓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에서 향후 5년간의 재정 전망을 통해 이같이 예상했다. 건보 당국은 올해 7.09%인 건강보험료율이 2025년부터 1.49%씩 인상되고, 2025년부터 보험료 수입의 14.4%가 정부지원금으로 들어오며, 수가(의료서비스 가격)는 올해부터 1.98%씩 오른다는 가정 아래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건보재정을 추산했다. 추산 결과를 보면, 2025년 총수입은 104조5천611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다. 2025년 총지출 역시 104조978억원으로, 100조원 선을 최초로 뚫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게 내년에 100조원대를 훌쩍 뛰어넘은 총지출은 2026년 111조8천426억원, 2027년 119조1천91억원, 2028년 126조8천37억원 등으로 계속 불어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8일 "한국교회가 더욱 강력한 '결혼·출산 운동'을 한마음 한뜻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날 장종현 대표회장과 오정호·김의식·이철·임석웅 공동대표회장 명의로 발표한 목회서신에서 "유례없는 저출생 현상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한교총은 향후 5년을 "대한민국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이라고 규정하고서 "결혼과 출산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다양한 혜택을 늘리는 것도 출산율 감소를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더욱 중요한 것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함께'의 가치를 가슴에 품고 모든 국민이 한마음 되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산하 6만여 교회의 목회자들을 향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목회의 초점을 결혼과 출산에 맞추고, 성도들에게 결혼과 가정, 자녀 양육에 대한 성경적 가치를 심어주시기를 바란다"고 한교총은 당부했다. 아울러 영유아 돌봄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개신교계가 종교시설을 활용한 영유아 돌봄의 입법을 요청하는 상황인 것을 거론하
경기도는 도내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난해 6개에서 올해 10개로 확대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병상수도 지난해 34병상에서 올해 42병상으로 늘어난다. 정신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응급입원 시스템을 구축해 정신질환자의 자해나 타해 같은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시설이다. 입원한 정신응급환자는 ▲ 응급 처치 및 치료 ▲ 정신과적 입원유형에 따른 적정서비스 ▲ 퇴원 후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연계 등이 제공된다. 올해 새로 지정된 정신응급의료기관은 부천 사랑병원, 안산 성은병원, 김포 한누리병원, 고양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4곳이다. 10곳 중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과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등 2곳은 도가 직접 운영하며, 의왕 계요병원과 수원 아주편한병원 등 2곳은 도가 지정한 민간병원이다. 나머지는 6곳은 시군이 지정한 병원이다. 경기도 내 정신응급입원은 2022년 1천654건에서 2023년에는 2천909건으로 무려 75.9%나 급증했다. 정신응급환자에 대한 사회문제가 부상하고 정신응급입원이 급증하고 있으나, 주말·야간 등 24시간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이 부족해 경찰이 병상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치안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는 이번
무자녀 신혼가구가 앞으로 출산할 경우 자녀 1명당 월평균 140만원을 훌쩍 넘는 양육비가 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게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 변화 대응 아동수당 정책의 재정 전망 및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연구책임자 이소영 연구위원)를 보면, 연구팀은 아동수당의 잠재적 수요자인 혼인 기간 5년 이하의 무자녀 300가구(남자 150명, 여자 150명)를 대상으로 2023년 5월 30일부터 6월 8일까지 온라인 설문 조사를 했다. 아동수당을 포함한 주요 현금지원 정책에 대한 의견과 욕구를 수렴해 정책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앞으로 자녀를 낳을 경우 자녀 1명을 키우는데 월평균 얼마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100만원∼150만원 미만'이 37.0%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200만원 이상' 29.0%, '150만원∼200만원 미만' 18.7%이었고 '100만원 미만' 15.3%로 가장 적었다. 자녀 1명당 월평균 예상 양육비는 140만7천원이었다. 월평균 예상 양육비용은 가구소득이 월 800만원 이상은 '158만1천원'이고, 가구소득이 월 400만
보건복지부는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 활성화를 위해 9개 권역별 거점 치료보호기관(이하 권역 기관)을 공모한다고 4일 밝혔다. 치료보호기관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 중독 여부를 판별하거나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기관이다. 현재 지정된 치료보호기관은 국립부곡병원, 인천참사랑병원, 서울특별시립 은평병원 등 총 30곳이다. 기존에 지정된 치료보호기관 30곳 중 중 지역에서 마약류 중독자의 입원·통원 치료와 보호를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권역 기관으로 신청할 수 있다. 공모 기간은 오는 11일까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치료보호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해 9개 권역별 치료보호기관을 이달 중 선정할 예정이다. 권역은 서울, 경기, 인천, 부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청, 광주·전라, 강원, 제주 등이다. 권역 기관으로 선정되면 기관별 1억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건물·시설 및 장비 등의 노후화로 환경 개선이 필요한 기관은 총 5억원의 예산도 지원된다. 다만 국고보조금 지원 결정액의 100%에 해당하는 병원의 자부담이 필요하다. 복지부는 전년도 치료보호기관의 업무실적과 의료 질 관리 등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