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높고 공부 잘해도 ADHD일 수 있어"

2023.06.17 13:06:34

황희성 전문의, 경험담 녹인 '아무도 모르는 나의 ADHD' 펴내
"ADHD는 성격이나 특징…무조건 약 먹기보단 힘들 때 치료받아야"

 발레리나 출신 방송인 박소현은 오랫동안 예능 진행자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방송을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고충에 시달렸다고 한다. 라디오나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출연자를 자주 만나기 마련인데, 도통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놓고 다니는 물건도 많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의 비밀이 밝혀졌다. 성인 ADHD, 즉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ADHD는 말 그대로 주의력 결핍(attention-deficit)과 과잉행동(hyperactivity disorder)이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통상 과잉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서 산만한 아이들에게 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나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아이들도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특히 조용하면서도 학업성적이 우수하며 과제 집착력이 있는 학생들도 요즘은 ADHD 진단을 받는다.

 정신과 전문의 황희성 씨도 그랬다. 물건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며 찾지 못했고, 잘 부딪치고, 넘어졌다. 무엇을 찾아오라고 하면 눈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했다.

 "소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수업을 거의 듣지 못했다. 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소리인지 해석이 안되거"나 "들린 다음 인식이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누구도 그런 상황을 알지 못했다. 공부를 잘해서 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순간, 잘 이해하지 못해도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눈치가 없고, 사교성도 없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대화도 잘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밌는 책은 여러 차례 볼 정도로 집중력이 있었고, 생각하는 속도도 남들보다는 빨랐다. 책을 읽을 때 '너 종이만 넘기고 있냐?'라고 친구들이 말할 정도로 그는 머리 회전이 빨랐다고 한다. 주의력 결핍에도 순천향대 의대에 수석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의대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문제에 관해 '의학적으로'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증상이 ADHD 증상과 유사했던 것이다. 미세 운동에 문제가 있었고, 사람 얼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게임 중독으로 성적이 급락하기도 했다. 공부했지만 체계적인 지식 습득에 어려움을 느꼈다.

 돌이켜보니 ADHD의 증상이었다고 한다. 그는 의사가 된 후 한참 후인 39살 무렵, 자신이 ADHD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검사 결과 전형적인 ADHD 뇌파가 보였다고 한다.

 그는 거의 2년째 ADHD 약을 먹고 있다. 황 전문의는 자기 경험과 진료 경험을 통해 알게 된 ADHD 증상에 관한 책 '아무도 모르는 나의 ADHD'(어깨 위 망원경)를 펴냈다.

 그는 ADHD가 질병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성격'에 가깝다고 했다.

 부모님의 성격을 닮듯이, ADHD는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사람마다 ADHD 증상이 조금씩 달라 증상의 범주를 현재보다 너 넓힐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ADHD를 질환이나 장애라는 '색안경'을 낀 채 보지 말고, 하나의 '성격'이나 '특성'으로 보자고 제안했다. ADHD가 환경에 따라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예술가들의 ADHD적 성향은 작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공부 잘하는 서울대생도 ADHD 때문에 우리 병원에 많이 옵니다. 공부 잘하고 완벽한 성격을 지닌 분들 가운데 ADHD 증상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주변 의사 가운데도 ADHD인 경우가 상당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성취가 높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ADHD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통상 과집중하는데, 집중도를 낮추려고 약을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을 안 먹으면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못 자면서 공부나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북유럽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의사, 연구자 등 전문직 집단에서 ADHD 발생 빈도가 높았습니다."

 ADHD를 인지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다 보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그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을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ADHD에 따른 우울증이나 무기력감, 강박, 망상, 감정조절의 어려움 등 때문에 힘들거나 주변에 피해를 준다면 당연히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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