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천식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가 천식 악화를 최대 87%까지 줄일 만큼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내고 있지만, 경제적 부담이 치료 지속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이사장 장안수)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중증 천식 치료 보장성 확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지난 9∼10월 시행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천식은 기관지(기도)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숨이 차고, 기침이나 쌕쌕거림(천명음)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호흡기 만성질환이다.
이 때문에 중증 천식 환자들에게는 사람, 동물, 미생물 등에서 유래한 물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주로 처방된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는 기존 치료제보다 가격이 크게 비싼 편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천식 진단 후 10년 이상 된 장기 환자였으며, 63.8%는 심혈관질환이나 대사질환 등 다른 만성질환을 함께 앓고 있었다. 이는 중증 천식이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온몸 건강을 위협하는 만성 질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생물학적 제제 치료 경험자의 만족도(10점 만점)는 평균 6.5점으로, 기존 흡입제·경구제 치료 만족도(3.3점)의 두 배 수준이었다.
또 사회·경제적 어려움 지수는 치료 전 평균 6.1점에서 치료 후 2.6점으로 낮아졌다. 치료 효과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부담도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의 연평균 약제비가 약 803만원에 달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입원 시 1회당 평균 220만원, 응급실 방문 시에도 약 58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는 환자들의 지속적인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환자의 96.9%가 치료 중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치료비 부담'을 호소했으며, 이어 병원 방문 및 대기 시간(56.8%), 건강보험 혜택 적용의 어려움(49.5%), 복잡한 치료비 환급 절차(37.9%) 등이 지목됐다.
이들은 '산정특례가 적용돼 본인 부담이 10%로 낮아질 경우 치료를 지속·재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제도적 지원이 치료 지속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산정특례는 건강보험을 통해 환자에게 본인 부담률을 낮춰주는 제도다.
정재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급여 기준 완화와 산정특례 적용은 환자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중증 천식 치료 개선의 최우선 과제 역시 '치료비 본인 부담 경감'(99%)이 꼽혔다. 이어 '제한적인 약제 사용 개선'(64%), '의료 접근성 향상'(46%),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 감소'(37%), '낮은 사회적 인식 개선'(34%) 등의 답변이 뒤따랐다.
김상헌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은 내년부터 별도 질병 코드로 관리가 시작된다"며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임에도 인식이 낮고, 비용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산정특례 및 보험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안수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중증 환자들이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한다면, 개인의 치료비 부담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