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병으로 간경변을 앓게 된 소아 환자가 엄마로부터 간과 조혈모세포를 차례로 이식받고 면역억제제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 소아청소년전문과 오석희, 소아외과 남궁정만 교수팀은 과호산구증후군으로 간경변증이 진행된 유은서(13) 양에게 엄마의 간과 조혈모세포를 순차 이식한 결과, 면역계가 더는 생체를 공격하지 않는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 유도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는 체내 면역 체계가 '침입자'로 여기는 외부 장기를 공격하지 않도록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성인에게 간과 조혈모세포를 순차 이식해 면역관용을 유도한 사례는 국내에서 보고된 적 있지만, 성인보다 면역 체계가 까다롭고 더군다나 희귀난치병을 앓는 소아 환자에 성공한 사례는 국내 처음이다.
은서 양이 앓았던 과호산구증후군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가 혈액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주요 장기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은서 양은 2017년 과호산증후군을 진단받은 후 호산구가 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간세포가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과 간부전으로 악화했다. 이후 간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간이식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호산구를 생성하는 골수 이상이 병의 근본적 원인이어서 단순히 간을 이식하는 것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웠다.
서울아산병원은 2024년 8월 은서 양에게 어머니의 간을 이식한 뒤, 작년 2월 어머니로부터 반일치 조혈모세포를 이식했다.
같은 사람으로부터 장기와 조혈모세포를 순차 이식한 건 면역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치료법이라고 서울아산병원은 강조한다.
동일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환자의 면역 체계는 앞서 이식된 간을 공격해야 할 '외부 장기'가 아닌 '자기 것'으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결과적으로 면역 세포가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지 않는 면역관용 상태가 돼 평생 먹어야 했던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은서 양은 지난해 10월 면역억제제 복용을 중단했다. 최근 시행한 간 조직검사도 정상이었다.
은서 양의 혈액세포가 공여자인 어머니의 세포로 100% 대체돼 더 이상 비정상적 호산구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도 확인됐다.
김혜리 교수는 "간·조혈모세포 순차 이식을 통해 희귀 난치성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와 이식 후 면역관용 유도를 동시에 달성한 이번 사례가 비슷한 고통을 겪는 환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