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치료 후 동네 병으원으로 돌아가는 길 막힌 환자들

  • 등록 2025.07.21 07: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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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치과병원 등 4개 국립대 치과병원 의뢰·회송 실태 첫 전수조사
"제도 부재 속 '일방통행' 진료…의료자원 낭비, 국민 부담 가중"

  동네 치과의원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소견을 듣고 대학치과병원을 찾은 환자 A씨.

 다행히 복잡한 치료를 무사히 마쳤지만, 간단한 후속 관리를 받기 위해서도 계속해서 복잡한 대학병원을 찾아야 한다.

 원래 다니던 동네 의원으로 돌아가라는 안내도, 관련 진료기록을 공유하는 절차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치과 의료전달체계가 이처럼 1차 의료기관(치과의원)에서 상급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기만 하는 '일방통행'식으로 운영돼 환자 불편과 의료자원 낭비를 초래하는 실태가 국내 첫 대규모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공식적인 의뢰·회송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1차 치과의원들의 '선의'에 기댄 자발적 의뢰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치료가 끝난 환자를 다시 동네 병의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 1.6만 건 분석…회송률 5.8% '충격'

 연구팀은 2023년 한 해 동안 4개 국립대치과병원에 의뢰된 환자 1만5천911건의 전자의무기록을 전수 분석했다. 놀라운 점은 공식 제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뢰된 환자의 92%가 1차 치과의원에서 발급한 서면 의뢰서를 지참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환자 안전과 치료의 질을 위해 1차 기관이 자발적으로 상급 병원에 환자를 보내는 비공식적 협력체계가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뢰 사유의 75%는 '임상 난도가 높아서'였다.

 매복치 수술, 구강 내 종양, 신경 손상 위험이 큰 치료 등 동네 의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고난도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급 병원에서 치료가 끝난 뒤 원래의 1차 의원으로 돌아가는 '회송률'은 5.8%에 불과했다.

 사실상 의뢰만 있을 뿐, 되돌려 보내는 제도가 없어 상급 병원에 환자가 계속 쌓이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이는 고난도 진료가 시급한 다른 중증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늘리고, 상급 병원은 경증 환자의 유지·관리까지 떠안게 돼 연구·교육 등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역량을 갉아먹는 비효율을 낳는다.

 ◇ 치아 보존보다 임플란트?…건강보험 재정 '경고등'

 보고서는 이런 전달체계 부재가 국민의 구강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만으로는 치주염(K05)이나 치아우식(K02) 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중증도에 따른 체계적인 의뢰가 어려워 1차 기관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환자까지 상급 병원으로 가거나, 반대로 상급기관의 전문 치료가 필요한데도 1차 기관에 머물다 결국 치아를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런 구조는 자연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치료보다 발치 후 임플란트 같은 고비용 시술을 유도하기 쉽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실제로 임플란트 시술의 92.4%가 1차 의원급에서 이뤄지는 현실에서,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맞물려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필수·중증' 구분하고 '의뢰·회송 수가' 만들어야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치과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치과 질환을 '필수 치과의료'와 '중증 치과의료'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필수 치과의료'는 장기적인 치아 보존을 위한 예방 및 기본 치료로 1차 치과의원이 담당하고, '중증 치과의료'는 고난도 수술이나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로 상급 치과병원이 전담하는 역할 분담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원활한 협력을 유도할 재정적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이다.

 1차 의원이 중증 환자를 상급 병원으로 의뢰하고, 상급 병원은 치료 후 다시 환자를 되돌려 보낼 때 각각 '의뢰·회송료' 수가를 신설해 보상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현재의 일방통행식 흐름을 양방향 협력체계로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런 개선은 불필요한 의료 쇼핑을 줄이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완화하며, 노인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전문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국민의 구강 건강을 지키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시급한 시점이다.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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