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알아두면 좋은 술의 상식

  • 등록 2025.07.23 14: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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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중국술에 대해 알아봤다. 바다 건너 일본술도 한번 살펴볼까 한다.

 그런 일본 명주는 주로 니가타현에서 많이 나온다.

 니가타현 하면 쌀이 좋기로 유명한데, 태평양 쪽에 있는 일본의 높은 산 위에 내린 눈이 녹아 흐른 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물 좋고 쌀 좋은 데를 꼽아보자면 경기도 이천이 있다.

 그래서 국내산 맥주는 대부분 이천의 물로 만들었고, 지금도 맥주 공장이 있다.

 일본 소주도 아주 유명하다. 원래 일본에는 소주가 없었는데, 우리나라 진로 소주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다 보니 소주를 주조하게 됐다.

 쌀로 만든 소주, 보리로 만든 소주, 고구마로 만든 소주 등 종류는 다양하다. 일본은 술의 품질 관리를 아주 철저히 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소주는 곡식을 발효해서 증류한 게 아니고 양조 알코올인 주정(酒精)을 희석해서 감미료를 첨가한 희석식 소주다. 이건 상표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우리나라에도 청주나 전통주가 있지만 제대로 특성화나 표준화가 돼 있지 않다. 단적인 예로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통주를 정부의 어느 부처에서 관리해왔는지 독자 여러분께 질문드린다.

 어디서 관리했어야 할까?

 원칙대로라면 식약처에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먹는 식품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주를 국세청에서 관리했다. 국세청에서 과연 식약처만큼 술의 성분에 신경 쓸 수 있었을까?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술에 부과된 세금만 잘 걷으면 됐지, 그걸 먹고 탈이 나건 어쩌건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세청에서 세금은 많이 거둬들였을지 모르지만, 좋은 술을 만드는 문화, 좋은 술을 즐기는 문화는 죽었다. 그동안 술을 제대로 만들기도 어려웠다.

 1963년에 쌀로 술을 만드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때인데, 그때 쌀이 모자라서 쌀로 술을 만드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막걸리고 뭐고 전부 다 말이다.

 그래서 탄생한 게 고구마로 만든 주정을 사용하는 희석식 소주다. 지금은 쌀이 남아도 그걸로 소주를 만들지 않는다. 단가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술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맥주에 대해서도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다.

 요즘 국내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의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맥주도 종류가 많다. 낮은 온도에 서 숙성해서 만드는 라거(lager)도 있고, 실온에서 발효해서 만드는 에일(ale)도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수입 맥주는 오리지널 맥주의 원액을 사다가 물을 타서 판매하기 때문에 맛이 덜하다. 예를 들어 기네스 흑맥주를 우리나라에서 마시면 거품이 금방 사라져버린다. 원액에 탄 물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도 많다. 그런데 위스키의 뜻은 알고 마셔야 한다. 위스키라는 말은 생명수(water of life)라는 뜻의 스코틀랜드게일어 '위스게 바하'(uisge beatha)와 아일랜드게일어 '위스케 바하'(uisce beatha)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위스키와 발음이 비슷하지 않은가?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에게는 알코올이 추위를 잊게 해주고, 순식간에 열량을 섭취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추운 지방의 사람에게는 알코올이 말 그대로 생명수가 됐다. 그 대신 그만큼 알코올중독자도 많다.

 위스키 또한 물이 술맛을 결정한다. 위스키 이름 중에 '글렌'(glen)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 것이 많다. 글렌은 골짜기라는 뜻으로, 위스키 이름에 있는 글렌은 위스키 물을 만드는 골짜기의 이름을 말한다. 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다.

 몰트위스키는 보리를 원료로 만드는 위스키고, 버번위스키는 옥수수로 만드는 위스키다. 스카치위스키는 몰트를 발효해서 증류하는데, 토탄(peat)이라는 석탄의 한 종류를 태워서 증류한다.

 우리나라에서 옛날식 소주를 증류할 때는 장작을 때서 소주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소주에서는 재 냄새가 나곤 했다.

 그럼 토탄을 태워서 증류한 위스키에는 토탄 냄새가 날까? 그렇다, 스카치위스키에서는 토탄 냄새가 난다.

 프랑스에서 나오는 브랜디라는 술도 있는데, 이건 과일즙이나 포도주를 증류해서 만드는 술이다. 코냑 지방에서 나는 술은 코냑으로, 알마냑 지방에서 나는 술은 알마냑으로 불린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술을 일반적으로 '오드비'(eau de vie)라고 부르는데, 직역하면 바로 생명수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술이라는 건 역사적으로 보면 알코올중독자를 만드는 해로운 점도 있었지만, 많은 생명을 구한 생명수이기도 했다는 거다.

 또 칵테일이라는 술이 있다. 칵테일은 싼 술을 근사하게, 맛있게 마시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좋은 술은 절대로 칵테일의 베이스로 쓰지 않는다. 진이나 보드카, 럼 같은 싼 술을 맛도 좋고 보기도 좋게 해서 마시는 술이다. 우리나라 폭탄주도 이것과 비슷하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관리자 기자 K19880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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