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20∼30대는 과음과 폭음이 가장 두드러진 연령대로 꼽힌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20대와 30대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거나 주기적으로 폭음하는 형태의 '고위험 음주' 경험률은 최대 60% 안팎에 달한다.
문제는 젊은 시절의 이 같은 음주 패턴이 단순 간 질환을 넘어 치명적인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5년 생존율이 17%에 그치는 췌장암과 음주의 연관성은 갈수록 그 과학적 근거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젊은 나이의 과도한 음주가 췌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국내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새롭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을 기준으로 남성은 30g 이상, 여성은 16g 이상을 '과음'으로 정의했다. 알코올 30g은 일반적으로 맥주 500mL 한잔, 소주 3잔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최대 12년의 추적 관찰 기간 중 췌장암이 발생한 20∼30대는 총 1천515명이었다.
분석 결과, 가벼운 음주에서부터 과음 수준에 미치지 않는 음주는 여러 교란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췌장암 위험 증가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음군은 비음주자보다 젊은 나이 췌장암 발생 위험이 평균 1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섭취 수준에 따라 구분한 20~30대 췌장암 발생률 곡선. 고위험 음주군의 췌장암 발생률이 가장 높다. [논문 발췌]](http://img1.yna.co.kr/etc/inner/KR/2026/02/02/AKR20260202121800530_02_i_P4.jpg)
음주 빈도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주 1∼2회 음주는 췌장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었지만, 주 3회 이상 마시는 경우 위험이 23%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총음주량뿐 아니라 음주 패턴 역시 췌장암 위험과 연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주목되는 건 '1회 음주량'에 대한 분석 결과다.
한 번에 마시는 술잔 수에 따른 위험도를 추산한 결과 1회에 8∼13잔, 14잔(대략 소주 2병) 이상으로 폭음하는 집단에서 젊은 나이 췌장암 위험이 각각 15%, 20%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회 음주량이 많아질수록 췌장암 위험도가 함께 올라간 셈이다.
연구팀은 "폭음 수준의 1회 음주량에서도 췌장암 위험이 일관되게 증가하는 방향성이 관찰됐다"며 "빈번한 과음뿐 아니라 한 번에 몰아서 많이 마시는 폭음 습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과음이 췌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물학적 경로로는 알코올이 췌장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하이드, 활성산소, 지방산에틸에스터 등에 의한 DNA 손상과 산화 스트레스, 만성 염증 등이 지목됐다. 아세트알데하이드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또 알코올이 췌장 효소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해 만성 췌장염 등을 일으키고,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종양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가능한 경로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젊은 나이 췌장암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음은 줄일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며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음주 저감 전략이 향후 질병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