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 사이에서 귀농·귀촌 열풍이 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다양한 귀농·귀촌 경험담을 쉽게 볼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통계를 토대로 최근의 귀농·귀촌 인구 추이와 상황을 살펴봤다.
![[2024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http://img9.yna.co.kr/etc/inner/KR/2026/02/05/AKR20260205178900518_01_i_P4.jpg)
◇ 한때 50만여명 웃돌던 귀농·귀촌 인구…3년 새 15% 줄어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귀농·귀촌은 2000년대 이후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무렵부터 귀농·귀촌 박람회 등 관련 행사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등 귀농·귀촌이 일종의 열풍 현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2010년 5천405가구였던 귀농 가구는 2011년 1만75가구로 1만가구를 넘어섰고 이후 2020년까지 매년 1만~1만2천여가구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귀농·귀촌 열풍에는 경제 상황과 인구구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014년 발표한 '귀농·귀촌 요인과 농촌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귀농·귀촌 인구 증가의 배경으로 도시에서의 직접적인 소득 감소, 고용기회 상실, 경제적 불안 등 경제 요인과 함께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퇴직 연령을 맞이하는 등 인구 구조 변화, 청년 실업 등이 맞물린 상황을 지목했다.
나아가 도시의 비싼 주거비와 생활비, 긴 통근 시간, 과도한 업무, 경쟁적인 일상생활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귀농인 증가세와 더불어 귀촌하는 사람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귀농·귀촌인은 2021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가데이터처 등이 매년 6월께 발표하는 '귀농어·귀촌인 통계'의 귀농·귀촌인 합계를 보면 2017년 50만9천950명을 기록하며 50만명 선을 넘은 데 이어 2021년에는 51만11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귀농·귀촌 인구는 감소했다. 가장 최근 통계가 집계된 2024년에는 43만1천192명으로 3년 전보다 15% 이상 줄었다.
![[2024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http://img5.yna.co.kr/etc/inner/KR/2026/02/05/AKR20260205178900518_05_i_P4.jpg)
◇ 귀농 인구 최근 3년간 연평균 2천명씩 줄어
귀농 인구는 특히 최근 들어 가파른 감소세다.
2021년 1만4천461명이었던 귀농 인구는 3년 만인 2024년에는 8천403명으로 40% 이상 줄었다.
연도별로는 2022년 1만2천660명, 2023년 1만540명 등 연간 2천명씩 줄고 있다.
귀농 인구가 줄어드는 배경으로는 우선 최근의 농지가격 상승이 지목된다.
김정섭 KREI 선임연구위원은 "귀농이 생각보다 밑천이 많이 든다. 특히 농지 가격이 최근 10여년간 급등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농가 경제가 어려워지자 기존에 농사를 짓던 분들이 은퇴 시기를 미루면서 임차할 농지 찾기도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인구 감소도 귀농 인구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주민등록인구는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최근의 출생률 감소 추이 등을 볼 때 감소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귀농을 할 사람 자체가 줄고 있는 셈이다.
귀농인의 주축인 중장년층의 고용률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는 2024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발표하면서 귀농 주도층인 50대 이상 연령층의 견고한 흐름세가 약화한 것이 전체 귀농 규모 감소에 영향을 줬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귀농 인구는 코로나19 시기 이후로 확실히 꺾인 것 같다"고 말했다.
◇ 귀농인은 누구?…'가족 두고 혼자 수도권서 이동한 50대 남성'
귀농을 선택한 이들은 대체로 가족 등은 도시에 두고 본인만 내려온 50대 남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귀농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55.6세로, 남자가 65.9%를 차지한다.
나아가 귀농 가구의 78.7%가 1인 가구다. 1인 가구 비중은 2014년까지만 해도 60%를 밑돌았으나 이후 계속 증가하며 2022년 75.3%, 2023년 76.8%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80%를 넘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귀농 가구원만으로 구성된 단일 가구 구성비는 2024년 70.1%였다.
이는 전년보다 4.9%포인트 줄어든 수준으로, 기존 농촌 지역 거주자와 귀농 가구원이 함께 가구를 구성하는 혼합 가구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혼합 가구 증가는 부모가 있는 고향에 내려와 함께 살며 농사를 짓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섭 연구위원은 "귀농인을 보면 농촌 태생으로 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하던 남성이 퇴직을 앞뒀거나 퇴직 이후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다"면서 "배우자나 자녀들은 보통 도시에 그대로 남는다"고 말했다.
또 귀농인의 절반 가까이는 수도권에서 이동했다.
귀농인 중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이동한 비율은 2022년 43.6%, 2023년 42.4%, 2024년 42.2%로 매년 4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농림부가 발표한 '귀농·귀촌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귀농 준비 기간은 평균 30.1개월이었다. 2.5년을 귀농 준비에 보낸 셈이다.

◇ 귀촌도 3년 새 7만명 줄어…연고 없는 농촌으로 이주 증가세
귀촌인도 정점이었던 2021년 49만5천658명에서 2024년에는 42만2천789명으로 7만명 이상 급감했다.
다만 2024년 귀촌 인구는 전년(40만93명)보다 5% 이상 늘어 귀농과 달리 귀촌 인구는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추세의 변화라기보다는 통계상 착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귀촌의 경우 주거지가 도시(동 지역)에서 농촌(읍면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에도 통계에 포함된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서울에 직장이 있는 A씨가 높은 집값 부담으로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의 아파트로 이사한 경우에도 귀촌 인구로 분류된다.
농림부와 KREI 관계자는 "귀촌 인구의 상당수가 40대 이하여서 귀촌 인구 등락은 인구 이동과 연관성이 크다"면서 "집값이 올라 광역시 주변으로 이사하거나 신도시가 만들어져서 인구 이동이 늘어나면 귀촌 인구도 증가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4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http://img2.yna.co.kr/etc/inner/KR/2026/02/05/AKR20260205178900518_08_i_P4.jpg)
귀농은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 생활 후 다시 연고가 있는 농촌으로 이주하는 'U형'이 많지만 귀촌은 U형과 더불어 도시에서 태어나 비연고 농촌으로 이주하는 'I형'이 증가세다.
농림부의 귀촌 형태 조사 결과를 보면 I형 비율은 2019년 31.9%에서 2024년 37.9%로 증가했다.
◇ 귀촌·귀농 평균 연령은 낮아져…체류 인구도 증가세
최근 통계에서 귀농·귀촌 인구 자체는 감소 추세지만 평균 연령은 낮아지는 모습이다.
귀농 가구주 평균 연령은 2022년 56.4세였으나 2023년은 56.3세, 2024년에는 55.6세를 기록했다.
귀촌 세대주 나이는 2022년에는 평균 45.7세였으나 2023년과 2024년은 나란히 45.4세로 다소 낮아졌다.
이에 따라 귀농·귀촌 인구의 주축인 50~60대 비중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귀농 인구 가운데 50~60대 비중(세대주 기준)은 2022년 69.8%에서 2024년 67.1%로 감소했고, 귀촌 인구 세대주 가운데 50~60대 비중도 2022년 34.0%에서 2024년 32.9%로 줄었다.
농림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귀농·귀촌 인구는 줄었으나 젊은층 비율이 늘어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일주일 중 5일은 도시, 이틀은 농촌에서 사는 이른바 '5도2촌'이 유행하며 농촌 체류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주소지 이전 없이 농촌에 농막이나 체류형 쉼터를 두고 농촌살이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농지 위에 임시 숙소인 농촌 체류형 쉼터 설치를 허용하면서 농촌 체류 인구는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REI 관계자는 "귀농·귀촌이 줄어드는 이면에는 주소지는 그대로 두고 삶의 터전은 옮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있다"면서 "농막이나 체류형 쉼터 숫자를 고려하면 농촌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려는 수요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귀농·귀촌을 택했다가 도시로 재이주하는 '역귀농'도 일부 있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2019~2023년 귀농이나 귀촌했다가 도시로 재이주한 인구는 약 19만명 규모(귀농 후 도시 재이주자 2천202명, 귀촌 후 도시 재이주자 19만525명)다.
해당 기간 귀농 인구가 6만1천73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3.5%가 농촌 생활을 포기하고 도시로 돌아간 셈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앞으로 역귀농 이유도 추적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