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기업 '그레일'(Grail)이 영국에서 진행한 암 조기진단 검사 '갤러리'의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실패로 판명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라 영국 임상시험을 통해 검사의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받은 후 보험 적용 등을 추진하려던 회사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레일의 주가는 단 하루 만에 50% 넘게 폭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본사를 둔 나스닥 상장업체 그레일은 전날 장 마감 후 보도자료를 통해 갤러리의 영국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1차 평가지표 달성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차 평가지표를 무엇으로 정할지는 임상시험 개시 전에 규제당국에 제출하는 계획서에 사전에 기재돼 있어야 한다.
그레일은 갤러리 임상시험의 1차 평가지표를 3·4기 암 진단 비율로 잡았다.
이는 갤러리를 통해 암 조기진단이 이뤄지면 1·2기에 암이 발견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3·4기 진단 비율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실적 설명 전화회의에서 그레일 임직원들은 갤러리가 암의 진단 시기를 소폭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1차 평가지표는 아니지만 4기 진단 비율 감소와 3기 진단 비율 증가 등 다른 지표들에서 긍정적 흐름이 나왔다고 말했다.
3년간 진행된 이 임상시험에는 50∼77세의 건강한 환자 14만2천명이 참여했다.
그레일에 따르면 갤러리는 혈액에서 극미량의 암세포 DNA를 검출해 50여개 유형의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그레일은 2021년부터 미국에서 갤러리를 판매해 왔으며, 누적 판매량은 50만 건에 육박한다. 작년 판매량은 18만5천여건이었다.
갤러리의 가격은 건당 949달러(137만원)이며, 거의 모든 보험사가 이를 보험 미적용 품목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갤러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아직 받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레일은 법규의 빈틈을 활용해 품목 승인을 받기 전에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2월 의회 통과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포된 미국 연방정부 지출승인 패키지에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등에 제공되는 공공 건강보험 '메디케어'가 암 진단 검사를 보험급여 품목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갤러리는 이 조항의 수혜업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아왔으나, 이번 영국 임상시험 결과가 실패로 나옴에 따라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그레일의 주가는 임상시험 실패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20일 50.55% 폭락한 50.21달러에 마감했으며, 마감 후 거래에서 추가로 떨어져 50달러선도 붕괴했다.
그레일은 삼성으로부터도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작년 10월에 그레일에 1억1천만달러(1천59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한국에서 갤러리 검사를 독점 유통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며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도 그레일과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는 그레일의 기술력과 축적된 유전자 기반 암 조기진단 데이터를 삼성 헬스 플랫폼과 연계해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건강 관리 경험 제공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