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들은 대체로 금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언젠가 해야 할 일'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언젠가'가 좀처럼 오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늦었다는 인식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이런 통념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금연의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시작된다는 것이다.
대한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신호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50세 이상 성인 16만5천512명을 평균 8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금연 후 단 2년만 지나도 폐암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비흡연자(8만2천756명), 과거 흡연자(4만1천378명), 현재 흡연자(4만1천378명)로 나눠 폐암 발생 양상을 비교 분석했다. 평균 연령은 58세였고, 남성이 97.6%를 차지했다.
추적 기간 폐암 누적 발생률은 비흡연자 1.10%, 과거 흡연자 3.54%, 현재 흡연자 4.51%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현재 흡연자의 폐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5.5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금연 기간을 1년 단위로 세분화해 폐암 위험 변화를 살폈다.
이 결과 금연을 시작한 지 2∼3년이 지난 그룹은 계속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 그룹에 견줘 폐암 발생 위험이 24%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최소 2년 이상 금연을 유지했을 때부터 폐암 위험이 낮아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금연 후 폐암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는 최소 2년 이후부터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연이 곧바로 비흡연자 수준의 안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연구에서 과거 흡연자의 폐암 위험은 금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낮아졌지만, 비흡연자와 비교하면 최대 10년까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흡연으로 인한 누적 손상이 폐 조직과 유전자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연 효과는 과거 흡연량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누적 흡연량이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미만인 경우 금연 7년이 지나자 폐암 위험이 비흡연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20갑년 이상 흡연자는 9년 이상 금연해야 비로소 비슷한 수준에 근접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금연 2년 이후부터 폐암 위험이 줄어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누적 흡연량이 많을수록 완전한 위험 회복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금연 자체의 효과는 모든 흡연자에서 동일하다는 것이다.
천은미 교수는 "금연은 과거 흡연 기간과 관계없이 시작하는 즉시 폐암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2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도 유의미한 위험 감소가 확인된 만큼 장기 흡연자라도 지금 당장 금연을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