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경쟁 규칙이 바뀌고 있다.
챗GPT나 클로드 등 특정 AI에 쌓아둔 사용자의 대화 맥락과 취향을 다른 AI에 요약·재구성 형태로 이전하는 이른바 '기억 이식'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 "길들일 필요 없다"…클로드 '메모리 가져오기' 주목
AI 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3월 자사 AI 모델 클로드에 '메모리 가져오기' 기능을 추가했다.
타사 AI를 쓰던 이용자가 기존 대화 기록과 선호도를 요약한 프롬프트를 추출해 클로드에 심어주는 기능이다.
전용 웹페이지에서 복사 후 붙여넣기만 하면 1분 남짓한 시간에 작업이 끝난다. 신규 AI로 갈아타더라도 나에게 맞게 처음부터 다시 길들일 필요가 상당 부분 없어진 것이다.
특정 거대언어모델(LLM)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형 'AI 메모리 엔진'도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멤제로(Mem0)와 오픈메모리(OpenMemory) 등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멤제로는 사용자나 세션 단위의 기억을 벡터 데이터베이스에 따로 떼어내 저장하는 기술로,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에서 3월 기준 4만여개의 별을 받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오픈메모리는 10만 개 노드 환경에서 110~130밀리초(ms) 수준의 빠른 응답 속도를 내며,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구축 비용을 일부 테스트 기준에서 최대 15배까지 낮췄다. 사용자는 챗GPT, 제미나이 등 어떤 모델을 쓰든 이 공통된 '기억 저장소'를 거쳐 일관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 플랫폼 장벽 허무는 빅테크…네카오 '초밀착 생태계'로 맞불
이런 흐름은 기업용(B2B)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오라클은 '오라클 AI 데이터베이스'에 개방형 표준 지원을 공식화하며 'AI 데이터 종속 방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빅테크발 '플랫폼 장벽 허물기'는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국내 IT 기업들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토종 AI는 자사가 쥐고 있는 막강한 '로컬 플랫폼 생태계'를 무기로 글로벌 범용 AI에 맞서왔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블로그 등 자사 포털 생태계와 긴밀히 연동되는 추론형 AI '하이퍼클로바X 씽크'로 서비스 완결성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최적화된 효율화 모델 '카나나-2'를 내세워 사용자 일상에 깊숙이 파고드는 밀착형 서비스를 고도화 중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기억 이식 기술이 보편화되면 결국 플랫폼의 울타리를 넘어 순수한 'AI 추론 성능' 자체가 선택의 1순위 기준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 호환성을 앞세운 글로벌 트렌드와 토종 IT 기업들의 초밀착 생태계 전략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