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폐질환자 '숨통' 트일까…신약 타이바소 보험급여 여부 주목

생명 연장 효과 입증된 폐고혈압 유일 치료제…급여 지연에 환자들 '발동동'
전문가들 "필수약제 요건 부합"…23일 심평원 결정에 이목 집중

 "제발 숨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게 해주세요.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폐가 서서히 굳어가는 간질성폐질환(ILD)이 악화하며 치명적인 합병증인 폐고혈압(PH)까지 앓게 된 A씨의 목소리는 절박함 그 자체였다.

 그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던 신약 '타이바소(성분명 트레프로스티닐 흡입액)'.

 경남에 살던 예순의 H씨는 특발성폐섬유증 진단 후 폐동맥 고혈압까지 얻어 폐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애타는 기다림 끝에 H씨는 2024년 6월, 새 삶을 얻지 못한 채 가족 곁을 떠났다.

 서울의 B씨(62·여) 역시 폐섬유증으로 인한 폐고혈압으로 폐이식을 기다리다 13개월 만인 작년 4월 눈을 감았다.

 이들의 비극은 결코 드문 사례가 아니다. 폐이식은 뇌사자 기증에만 의존하는 데다 조건도 까다로워 대기자의 기다림은 끝이 없다.

 10일 대한의학회지에 실린 '한국 폐이식 대기 환자의 예후 분석' 논문(2022년)에 따르면 2009∼2020년 폐이식 대기자 1천671명 중 절반(49%)이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였다.

 이들 중 1년 내 이식 성공률은 50%에 불과했다. 무려 31%는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했다.

 '2023년 장기이식 통계연보'상 폐이식 평균 대기시간은 947일, 2년 반에 육박한다.

 작년 7월 기준으로 대기자 414명 중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는 203명으로 추정되며, 이대로라면 올해 약 63명이 이식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구분 (폐이식 대기자) 총계 특발성폐섬유증 (추정) 1년 내 이식 (추정) 1년 내 대기 중 사망 (추정)
2009년 9월~2020년 12월(문헌) 1,671명 49% 50% 31%
2024년 7월 31일 시점(추정) 414명 203명 (49%) 101명 (50%) 63명 (31%)

 

 ◇ '시간 벌어줄 약' 타이바소…희망에서 절망으로

 이처럼 절박한 현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질환이 바로 간질성폐질환에 동반되는 폐고혈압(PH-ILD, WHO 그룹3)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폐고혈압을 원인과 병태생리학적 특징에 따라 ▲ 제1군:폐동맥 자체의 문제(폐동맥고혈압·PAH) ▲ 제2군:좌심장 질환으로 발생 ▲ 제3군:만성 폐질환 및 저산소증이 원인 ▲ 제4군:만성 혈전색전증(CTEPH) ▲ 제5군:불분명하고 복합적인 원인 등 5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이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된다.

 PH-ILD는 WHO의 폐고혈압 분류 중 그룹3에 해당하는데, 폐 질환이나 만성적인 저산소증이 원인이 되어 폐동맥 압력이 높아지는 경우를 지칭한다.

 폐가 점차 굳으면서 딱딱해지고 폐혈관이 좁아지면서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심장에 치명적인 부담을 준다.

 이로 인해 환자는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결국 우심실 기능부전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

 이렇듯 일반 폐동맥고혈압(PAH)보다 예후가 훨씬 나쁘다. PH-ILD의 5년 생존율이 30%대에 불과한 것도 바로 이런 치명적인 경과 때문이다.

 이런 희귀질환 환자에게 타이바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었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세계 최초 PH-ILD 치료제로 승인받았고, 국내에서도 수입사인 안트로젠이 신청한 지 약 1년 만인 작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14호'로 지정받아 혁신신약으로 허가됐다.

 타이바소는 임상시험에서 노력성폐활량(FVC) 개선 및 생존과 직결된 '임상적 악화' 위험을 위약 대비 55%나 감소시켜 환자가 더 나은 상태로 이식을 기다리거나 생명을 연장할 귀중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국내 허가라는 산을 넘자 건강보험 급여라는 더 큰 장벽이 가로막았다.

 안트로젠은 작년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보험급여를 처음 신청했지만 "진료상 필수약제 트랙 적용이 어렵다"는 비공식 의견을 받는 등 난관에 부닥쳤다.

 당시 심평원 내부에서는 신청급여기준이 일부 제한된 적응증(특발성폐섬유증 동반 폐고혈압)이라는 점, 해외 약가 등재 사례 부족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약사는 지난 2월 26일 보다 제한적인 중증 특발성폐섬유증 동반 폐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 기준을 다시 설정해 심평원에 재신청했고 이 안건은 오는 6월 23일 심평원 약제기준분과소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환자들에게는 피 말리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 "심평원 규정상 '필수약제'…전향적 결단 내려야"

 전문가들과 환자들은 타이바소가 심평원의 '진료상 꼭 필요한 약제(필수약제)' 요건을 명백히 충족한다고 한목소리로 호소한다.

 심평원 규정(약제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5조 2항·제6조 1항)은 ▲ 대체 치료법 부재 ▲ 생존 위협 질환 ▲ 희귀질환 등 소수 환자 대상 ▲ 생존기간 연장 등 임상적 개선 입증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하면 통상적인 비용효과성 평가를 넘어 필수약제로 급여 적용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타이바소는 이 모든 기준에 부합한다. ▲ 현재 PH-ILD에 승인된 대체 치료제는 전무하며 ▲ 평균 생존기간 2년 미만의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사망 위험이 WHO 그룹1 폐고혈압 대비 2배) ▲ 국내 중증 환자 수가 약 200명으로 추정되는 희귀질환 치료제이며 ▲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임상 결과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한 호흡기내과 교수는 "PH-ILD 환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며, 타이바소는 이들에게 유일하게 생명 연장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약"이라며 "환자 수가 적고 대체약이 없는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규정 내에서 심평원이 전향적인 검토와 신속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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