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성인 8%만이 '연명의료 지속'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나 안락사, 의사조력자살을 원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따르면 성누가병원 김수정·신명섭 연구팀과 서울대 허대석 명예교수가 지난해 6월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실었다. '본인이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결정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41.3%가 '연명의료 결정'을 택했다. 연명의료 결정은 무의미한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뜻한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지도 연장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겠다는 것이다. '안락사'를 택하겠다는 응답자가 35.5%, '의사조력자살'이 15.4%로 뒤를 이었다.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은 모두 의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죽음을 유도하는 약물을 처방하는 것인데,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고, 의사조력자살은 환자 스스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연명의료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7.8%에 그쳤다.
과일향, 사탕향 등 달콤한 향으로 유혹하는 '가향담배'가 국내 담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2년간 시장 규모가 6배 넘게 폭증하며 전체 담배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 건강을 위한 강력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생한 '가향 담배 총체적 분석 및 규제방안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향담배 판매량은 2011년 2억7천만 갑에서 2023년 16억8천만 갑으로 약 6.2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담배 시장에서 가향담배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1%에서 46.5%로 치솟았다. 특히 필터 속 캡슐을 터뜨려 향을 내는 '캡슐담배'의 성장이 폭발적이다. 캡슐담배 판매량은 2011년 7천만 갑에서 2023년 13억7천만 갑으로 무려 19.6배나 증가하며 가향담배 시장 확대를 주도했다. 보고서는 가향담배가 담배 특유의 거부감을 줄여 청소년과 신규 흡연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관문' 역할을 한다고 경고한다.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만들어 초기 흡연 경험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이는 결국 흡연 습관을 유지하고 니코틴 의존도
가을은 대지의 품이 가장 넉넉해지는 계절이다. 이 계절의 중심에는 한없이 소박하고, 기적처럼 사람을 살려낸 생명의 작물, 고구마가 있다. 바람이 선선해질 무렵, 뜨거운 아궁이에서 퍼져 나오던 군고구마의 구수한 향기는 세월이라는 강을 건너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다. 고구마 한 입엔 배불림 이상의 정서와, 견디며 살아남은 우리네 선조의 치유와 희망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고구마는 원래 중남미 안데스 지역이 고향이다. 잉카 문명 이전부터 토착민이 경작했고, 신대륙의 발견 이후 콜럼버스의 항로를 따라 유럽을 거쳐 동아시아로 전파됐다. 중국에는 16~17세기 이미 전래해 '감서'(甘薯), 일본에는 17~18세기 '사쓰마이모'(薩摩芋)가 됐고, 한국에는 조선 후기 문신 조엄(1719~1777)이 1764년 통신사로 일본에 갔다가 종자를 들여와 부산과 제주, 남해에 심으면서 본격적으로 뿌리내렸다. 그때까지 한반도는 반복되는 흉년과 춘궁(春窮)으로 백성들이 늘 굶주림에 시달렸고, 쌀과 보리를 대체할 만한 구황작물의 절실함이 있었다. 고구마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조리와 보관이 쉽고, 영양 또한 풍부해 흉년마다 조선의 백성을 구했다. 영도 동삼동, 제주 한림, 탐라도
◇ 화학물질이 초래한 비극 독자 여러분은 아주 생생히 기억하실 것이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말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잘 모르고 있다가 언론에서 쟁점이 돼 다루는 걸 보고 정말로 깜짝 놀랐다. 우선 가습기에 살균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위험한 생각이다. 가습기는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에 끊임없이 습기를 뿜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거기에 어떻게 살균제를 넣을 수 있느냐는 말이다. 살균제는 균을 죽이는 아주 독한 화학물질인데, 그 물질을 가습기에 넣으면 결국 우리가 그 독한 가스로 호흡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상품을 제작한 기업이나 그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가해준 정부가 가장 잘못했다. 하지만 각 개인에게 위생 관념이나 기본적인 의학 상식을 제대로 전해주지 않은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살균제를 사용했을 텐데, 어떤 면에서 보면 위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그게 정말로 슬픈 지점이다. 그래서 사회적 참사다.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마시거나 피부에 닿거나 눈에 들어간 경우에는 흐르는 물로 잘 씻어낸 후 의사와 상의하십시오", "피부가 민감한 경우
40세 이전 조기 폐경 시 '뱃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며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복부 대동맥류가 발생할 위험이 2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미형·황정기 교수 연구팀은 2009년 국가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여성 중 수술로 인한 폐경과 데이터 누락자를 제외한 자연 폐경 여성 139만3천271명을 2019년까지 10년간 추적 관찰해 복부 대동맥류와의 상관 관계를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복부 대동맥류는 복부 내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 여러 원인에 의해 탄력을 잃고 약해져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보통 혈관의 직경이 정상 대비 50% 이상 늘어난 경우를 칭하는데, 파열되면 사망률이 80% 이상이다. 추적 결과 3천629명(0.26%)이 복부대동맥류 진단을 받았고, 40세 이전 조기 폐경 여성은 55세 이후 폐경 여성보다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2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생 월경 기간이 30년 미만인 여성은 40년 이상인 여성보다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20% 높았다. 즉, 여성 호르몬 노출 기간이 짧을수록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연령, 흡연 등 복부대동맥류를 유발하는 위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가려움이나 발진 등 피부질환 증상이 수반될 경우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 등 단기 예후가 더 나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마드리드 그레고리오 마라뇬 보건연구소 호아킨 갈반 박사팀은 지난 1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38회 유럽신경정신약리학회 학술대회(the 38th ECNP)에서 조현병(schizophrenia) 첫 발작을 경험한 환자 481명을 대상으로 피부질환의 영향을 추적 조사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갈반 박사는 이 연구 결과가 정신건강 위험을 예측하는 조기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위험 행동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를 조기에 식별하고 정신과 치료를 개인 맞춤형으로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와 신경계는 배아 발생 과정에서 모두 외배엽(ectoderm)에서 기원하는 배아학적 근원을 공유하며, 정신과적 증상은 피부과 환자의 30~60%에서 보고 된 바 있고 반대로 피부과적 증상은 주요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최근 연구에서 조현병 첫 발작 환자들이 염증성 반응을 보인다는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며 이 연구에서 첫 발병 조현병 환자
우리나라 성인 중 15.9%는 용변후에도 손을 씻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세계 손 씻기의 날'을 맞아 공개됐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5년 감염병 예방행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4천893명의 '용변 후 손 씻기 실천율'은 84.1%로 나타났다. 나머지 15.9%는 화장실을 다녀온 후 손을 씻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남성의 손 씻기 미실천율이 21.4%로 여성(10.6%)의 2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질병청과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 6월 10일∼7월 10일 한 달간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19세 이상 일반 성인을 관찰 조사한 결과다. 성인 남녀의 손 씻기 실천율은 전년(76.1%)과 비교하면 8.0%포인트(p) 높아졌다. 비누를 사용한 손 씻기 실천율도 45.0%로 전년(31.8%)보다 13.2%p 상승했다. 하지만 올바르게 손을 씻는 비율은 전년(10.5%)과 유사한 10.3%에 그쳤다. 올바른 손 씻기란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의 모든 표면을 문질러 30초 이상 손을 씻는 것을 의미한다. 용변 후 손을 씻는 전체 시간은 평균 12.2초로 전년(10.9초)보다 늘었으나 비누 거품으로 손을 비벼 닦는 시간은 평균 4.8초로 전년(5.
농촌진흥청은 당뇨병과 고혈압 예방을 위해 개발한 최적의 잡곡 혼합 비율을 개발해 산업화 추진에 나섰다고 15일 밝혔다. 잡곡은 식이섬유, 폴리페놀, 단백질 등 풍부한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기능성 소재로서 가치가 높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판된 잡곡 혼합 제품은 주로 맛과 식감 위주의 배합에 그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농진청은 국내 주요 잡곡 가운데 항당뇨·항고혈압 활성이 우수한 품목을 선별하고, 과학적 검증을 거쳐 최적의 혼합 비율을 설정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당뇨병에는 귀리, 수수, 손가락조, 팥, 기장이 좋으며 혈압에는 손가락조, 수수, 팥 등이 효과가 있다. 이번에 개발된 혼합 비율은 항당뇨의 경우 귀리 30%, 수수 30%, 손가락조 15%, 팥 15%, 기장 10%이다. 또 항고혈압은 손가락조 30%, 수수 35%, 팥 35% 등이다. 농진청은 잡곡 혼합 비율을 특허등록하고, 현재 대상웰라이프, 웬떡 등 국내 9개 업체에 기술 이전을 마쳤다. 이번 기술 개발은 특수의료용도식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특수의료용도식품 시장 규모는 2024년 6천374억원에서 2033년 1조8천860억 원으로 세 배 이상
50세 이후에 금연하는 경우 담배를 계속 피울 때와 비교해 언어 유창성 저하 속도는 절반 정도, 기억력 저하 속도는 약 20% 느려지는 등 인지기능 저하를 크게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미카엘라 블룸버그 박사팀은 15일 의학 저널 랜싯 건강한 장수(Lancet Healthy Longevity)에서 유럽과 미국의 40세 이상 9천400여명을 대상으로 금연과 흡연에 따른 인지기능 변화를 12년간 추적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관찰연구의 결과를 확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금연이 치매 예방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새 근거를 더해 준다고 말했다. 흡연이 뇌 건강에 해로운 이유 중 하나는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훼손하는 등 심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흡연은 또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통해 뇌세포를 직접 손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금연 후 단기적으로 인지기능이 개선된다는 이전 연구들이 있었지만 이런 개선 효과가 장기적으로, 특히 중·노년기에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