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유두종바이러스(HPV)에 노출되기 전인 16세 이전에 HPV 백신을 접종한 여아는 자궁경부암이 발생할 위험이 미접종자보다 80%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 조 모리슨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5일 의학 저널 코크런 데이터베이스 오브 시스테믹 리뷰(CDSR)에서 HPV 백신 접종 효과를 조사한 기존 연구에 관한 2건의 메타 분석에서 HPV 백신이 자궁경부암과 전암성 병변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HPV 백신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새로운 근거를 제공한다며 HPV 백신이 매년 수십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인 공중보건 조치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 효과는 성 경험 전, 즉 HPV 노출 전에 백신을 접종할 때 가장 강하다며 이 결과는 최대 보호 효과를 위해 16세 이전 남녀 청소년에게 HPV 백신을 접종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권고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피부 사마귀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등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 집합으로, 일부 '고위험' 유형은 자궁경부, 외음부, 항문, 음경 등에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 상자(loot boxes)나 경품 돌림판(prize wheels) 같은 도박 유사 요소가 있는 비디오게임을 하는 10대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실제 도박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벨기에 KU 루뱅대와 겐트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국제 도박 연구(International Gambling Studies)에서 청소년의 비디오게임과 도박 행동을 추적 조사한 결과 도박 유사 요소가 포함된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실제 도박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게임 습관이 문제성 도박으로 이어지는 관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청소년들을 이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규제 확대와 정보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솔 게임부터 모바일 게임까지 게임 플랫폼에 있는 수백 가지의 청소년 비디오게임에는 소셜 카지노 게임, 경품 돌림판, 확률형 아이템 박스, 도박 테마 영상 등 많은 도박 유사 요소가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비디오 게임 속 도박 유사 요소와 문제성 도박 행동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이전 연구들이 있지만, 지금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 가설을 종
감기로 병원에 가면 항생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받고서는 항생제를 별 고민 없이 복용하곤 한다. 질병관리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3∼5월 전국 만 14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의 72.0%가 감기 치료에 항생제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런 인식처럼 항생제는 '감기약'이 될 수 있을까.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고 항생제는 세균 감염에 사용되는 약이라는 점에서 이미 답은 명확하다. 실제 기존 연구 논문 등을 바탕으로 항생제의 감기 치료 효과를 검증하고 항생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용법을 찾아봤다. ◇ 일반 감기·코감기에 항생제 효과 없고 부작용은 뚜렷 항생제가 일반 감기에 치료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 사실로 자리 잡았다. 체계적 문헌고찰 학술지인 '코크란 리뷰'에 실린 논문 '일반 감기와 급성 화농성 비염에서의 항생제'(2013)에 따르면 항생제는 일반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의 증상 호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부작용은 뚜렷하게 증가했다. 일반 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와 위약(가짜약)을 무작위로 배정해 치료한 6편의 임상시험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항생제군과 위약군의 상대위험도(R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제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노인 건강 분야에서는 최근 '구강관리'가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치아 한 개를 지키는 일이 노년기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라는 연구와 현장 경험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임지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연 미디어아카데미 강연에서 초고령사회 한국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돌봄 정책으로 구강관리를 지목했다. 임 회장은 개인 치과병원을 운영하면서도 30년 넘게 치매·장애인의 구강 진료 봉사에 힘써왔다. 최근에는 2050년까지 건강수명 80세를 실현하자는 목표로, 주요 직능단체 30여곳이 공동 참여하는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노인의 건강 악화는 뇌나 심장이 아니라 '입 안'에서 시작된다"며 "씹지 못하면 먹지 못하고, 먹지 못하면 몸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노인의 건강수명은 입 안에서 '첫 단추'를 끼우게 되는 셈이다. ◇ 건강수명 늘리는 '구강 돌봄'…"돌봄 진입을 늦추는 게 가장 큰 돌봄"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의 핵심은 노인 간 건강수명 격차를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 유병률은 40∼50대에서 가장 높다. 작년 유방암과 관련해 진료받은 여성 환자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40∼50대였다. 백인 여성들의 유방암 유병률이 60대 후반 이후 가장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인 패턴이다. 이 같은 한국의 유방암 발병 특징이 한국인의 마른 체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헬스케어데이터센터 류승호 교수, 코호트연구센터 장유수 교수·장윤영 박사,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유선 교수 공동 연구팀은 폐경 이행기 여성 4천737명을 평균 7년간 추적 관찰해 여성 호르몬의 변화와 유방 밀도 변화를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유방암 발병은 여성 호르몬에 영향을 받고 유방 밀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찰 결과 체질량지수(BMI) 18.5 미만의 저체중 여성에서는 폐경 이행기 초기에 여성 호르몬과 유방조직 밀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반면 BMI 25 이상 비만 여성은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유방 밀도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폐경 이행기 초기에 저체중 여성에서 유방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류승호 교수는 "한국 여성은 서구 여성보다
아토피피부염은 피부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염증이 생겨 오랜 시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환이다. 가족력과 같은 유전적 요인과 유해 화학 물질, 환경오염 물질 증가 등 환경적 요인, 면역학적 요인 간 복잡한 상호작용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그 중 면역학적 측면에서는 다양한 사이토카인(면역체계에서 우리 몸을 방어하는 단백질 분자)이 발생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IL(인터루킨)-13, 4, 31 등 사이토카인을 우선적으로 생성하는 2형 보조 T세포(Helper T-cells·다른 면역 세포가 감염과 싸우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의 조절 장애가 아토피피부염의 주요 면역학적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 수는 작년 기준 약 97만 명이며, 이 중 성인 환자는 10년간 약 70% 급증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중등도-중증 환자 비율도 2009년 27%에서 2019년 39%까지 증가했다. ◇ 중증 아토피염 한해 192일 재발…혁신 신약 등장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더 빈번하고 긴 재발을 경험하는데, 평균적으로 연간 192일 동안 증상이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만성적인 가려움증과 수면장애는 중증 환자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야간
한국처럼 백일해가 유행 중인 일본에서 지난 3분기 환자에게서 채취된 백일해균과 검체 가운데 약 80%가 일반적인 항균제로는 효과를 보기 힘든 내성균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국립건강위기관리연구기구의 국립감염증연구소(NIID) 등이 7∼9월 채취된 검체 약 370건을 대상으로 벌인 유전자 변이 유무 조사에서 내성균이 79.5%를 차지했다. 교도통신은 "내성균의 유전자형은 지난해 중국에서 유행한 백일해 유형과 가까워 방일 여행객 등을 통해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NIID 오쓰카 나오 실장은 "내성균 여부는 곧바로 알 수 없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만큼 내성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백일해 치료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11월 9일까지 일본에서 집계된 백일해 환자수는 10대이하를 중심으로 총 8만5천여명이다. 이는 현행 방식의 집계가 개시된 2018년이후 가장 많은 환자수로, 종전 역대 최다였던 2019년의 5배이상이다. 백일해는 고열은 나지 않고 기침 증상을 보이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특히 생후 2개월 미만의 아기는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걸려 치명적일 수 있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응급실을 찾은 청소년과 20대 초반 성인이 5년간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명 중 3명가량은 고의적 자해로 인해 응급실을 방문한 사례였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를 토대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정신건강 문제로 전국의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연령에 따라 10∼24세 청소년과 젊은 성인, 25세 이상 성인으로 나눠 비교·분석했다. 우선 5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등을 위한 응급실 방문 11만7천997건 중 28.0%가 10∼24세 청소년과 젊은 성인이었다. 10∼24세 환자의 방문 건수는 2017년 4천737건에서 2021년 8천787건으로 85.5%, 약 1.9배로 늘었다. 반면 25세 이상 성인 환자의 방문은 1만6천798건에서 1만6천313건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정신건강 문제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중 10∼2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2.0%에서 2021년 35.0%로 커졌다. 정신건강 문제 중에서도 고의적 자해로 인해 응급실을 방문한 경우가 10
당뇨·비만 치료 주사제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작용제를 알약으로 만든 경구용 치료제가 임상 3상 시험에서 비만·제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소와 혈당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휴스턴 보건과학 센터(UT Health) 데버라 혼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서 비만이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천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GLP-1 경구용 치료제가 임상 3상 시험에서 72주간 평균 5.5~105%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22일 밝혔다. 혼 교수는 "복용이 더 간편한 경구용 GLP-1 약물이 매우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비만과 당뇨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심장질환, 고혈압, 특정 암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현재 비만 치료용 GLP-1 약물은 매일 또는 매주 주사하는 주사제가 대부분이어서 냉장 유통·보관 필요성, 주사 위험 및 불편 등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일라이릴리(Eli Lilly)가 제2형 당뇨병·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경구용 G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