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스텔스 망토' 제거하는 실마리 찾았다"

면역계 공격 피하는 은폐 기제의 핵심 단백질 발견
미 텍사스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캔서'에 논문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최초의 '면역 관문 억제제'를 승인한 건 10년 전이다.

 암세포는 면역계의 T세포 공격을 피하는 '은폐 기제(cloaking mechanism)'를 갖고 있다.

 이런 은폐술을 부리는 암세포의 단백질 가운데 하나가 '1형 세포 예정사 리간드(programmed death ligand 1)'라는 뜻을 가진 PD-L1이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PD-L1과 T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PD-L1 수용체 사이의 상호작용을 차단해, 암세포가 숨지 못하게 방해한다.

 현재 상용화돼 있는 니보루맙(nivolumab)이나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같은 암 면역 치료제는 모두 이런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면역 치료제는 특히 치명률이 높은 비소세포폐암(NSCLC) 등의 치료에 고무적인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PD-L1의 발현도가 높을 때 암세포가 어떻게 인체의 면역 공격을 피하는지는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다.

 이 오랜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SW) 연구진이 찾아냈다. 관련 논문은 24일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가위로 인간 비소세포폐암 세포주의 유전자 1만9천개를 각각 따로 제거하면서, 형광 PD-L1 항체로 PD-L1의 세포 발현도 차이를 관찰했다.

 PD-L1 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와 억제하는 유전자를 가려내기 위해서였다.

 놀랍게도 PD-L1 생산을 잠정적으로 억제하는 건, 헴(heme)의 생성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UROD 유전자였다.

 헴은 적혈구의 산소 운반에 꼭 필요하고, 일반 세포의 항상성 유지에도 폭넓게 관여한다.

 UROD 유전자를 제거한 암 종양을 건강한 생쥐에 이식했더니,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생쥐보다 종양이 훨씬 더 빨리 자랐다.

 이는 PD-L1 생성 유전자를 자극하면 암에 맞서는 면역성이 약해지고, 종양의 성장은 촉진된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헴의 생성을 방해하면 '통합 스트레스 반응(IRS)' 경로가 활성화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 경로는 저산소, 독물, 영양 결핍 등 세포 스트레스 대응에 폭넓게 이용된다.

 비소세포폐암은 이런 스트레스 조건에서 특정 단백질(eIF5B)에 의존하는 특수한 기제를 이용해 PD-L1의 생성을 늘렸다.

 연구팀은 eIF5B 생성 코드를 가진 유전자가 폐암에서 자주 과도하게 발현한다는 걸 확인했다. 실제로 이 단백질이 과도히 발현한 폐암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았다.

 UTSW의 캐스린 A. 오도넬 분자생물학 부교수는 "eIF5B 단백질이나 PD-L1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새 약제를 개발하면 면역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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