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서 책상으로 출근"…코로나19 근무 패러다임 대변동

외국계·IT이어 대기업도 도입…'출근해야 일된다'는 관념 깨뜨려
원격근무 솔루션 이용 급증…기업들 성과평가, 비용절감 열공 중

  #. 직장인 김모(36)씨는 오전 8시에 침대에서 일어나 부스스한 매무새를 가다듬고 서재로 가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8시30분께 카카오톡 단체 대화창에 "업무 시작합니다"라는 메시지들이 줄을 잇는다.

 9시에는 팀원 단체 전화회의로 팀원들이 돌아가며 당일 업무 계획을 공유하고 업무를 본격 시작한다. 주 2∼3회는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 토론을 하는 화상회의가 열린다. 오후 6시, "오늘도 고생했다"는 부장의 메시지가 올라오면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컴퓨터를 끈다. 가끔은 보고서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야근도 한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 근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시작된 재택·원격근무가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섰다. 그 장·단점과 일반적 근무 형태로 자리잡을지 전망에 대한 토론이 사회를 뜨겁게 달군다.

 ◇ 재택근무 대대적 확산…"회사 출근=업무" 공식 깨져

 코로나19 이전에는 IT업계나 외국계 기업 정도에서만 이뤄지던 재택근무가 코로나19로 일반 대기업, 중소기업까지 확산했다.

 삼성, 현대차[005380], SK, LG, 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일제히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코로나19발(發) 재택근무가 본격 시작한지 두달여가 지난 현재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재택근무 후기가 쏟아진다.

 "출근 준비와 만원 지하철로 왕복 이동하는 데 3시간이나 걸렸는데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회사에 있을 땐 임원이 툭하면 회의를 소집했는데 재택을 하니 불필요하고 의례적인 회의가 줄어들었다" 등 긍정적인 의견부터 "전화회의를 하는데 아이가 울어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집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집중도가 떨어진다", "일을 대충한다고 생각할까봐 오히려 스트레스다" 등 불만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심리적인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집안에서 일부러 정장 등으로 갈아입고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출근'한다는 이들도 있다. 한 직장인은 "특히 화상회의를 할 때는 옷을 꼭 갈아입는다"고 했다.

 회사도 직원들도 의견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는 '반드시 회사에 출근해야만 일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초반만 해도 보안 문제, 업무 집중도 우려 등 때문에 재택근무에 대해 임원들은 대체로 회의적이었지만 실제로 별 문제 없이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생각이 점차 바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기업 중 재택·유연근무에 가장 적극적인 SK그룹은 재택근무에 대한 임직원의 만족도 등을 조사하고 지난달 말 재택근무를 중단하면서 이달 1일부터 '스마트워크' 체제로 전환했다.

 전면 재택근무는 끝내지만 직원들이 근무 시간을 각자 유연하게 설계하고, 재택근무 인력과 사무실 출근 인력을 분산하는 게 골자다. 회의와 보고도 가급적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채용에도 비대면 방식을 도입했다.

 재택근무의 대표적 단점으로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점이 꼽히는데, 재택과 출근을 혼합하는 절충 방식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 재택근무 지원 솔루션 '대박'…각종 행사도 온라인으로

 전 세계적인 재택근무 확산으로 단숨에 뜬 업체가 있다. 바로 온라인 회상회의 서비스 업체 '줌'(Zoom)이다. 줌은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나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됐던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지난달 말 줌을 기반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국내에서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시·도 교육감과 화상회의를 하며 줌을 사용하며 온라인 개학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으로 줌을 권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초 줌 월간활성사용자는 국내 안드로이드 기준 2만여명에서 3월 75만여명으로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의 MAU은 1월 4만여명에서 3월에는 8만명을 넘어섰고, 구글 '행아웃' 역시 2월 26만명에서 3월에 33만8천명으로 늘었다.

 이미 다양한 원격 협업 솔루션을 내놨지만 지금까지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솔루션 업계가 코로나19 재택근무로 극적 반전을 맞은 것이다.

 외국계 업체들이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웍스', NHN[181710]의 '두레이', 이스트소프트[047560]의 '팀업' 등이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일정 기간 무료 사용 등 혜택을 내걸고 있다.

 기업들은 근무 뿐 아니라 각종 행사도 비대면으로 대체 중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문 매체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자사 TV의 최신 기술·서비스를 소개하는 행사인 '테크세미나'를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었다.

 국내 대표 유통기업인 A백화점은 올해 초 예정됐던 승진자 대상 오프라인 교육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기업교육전문기업 휴넷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적자원개발 포럼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송출했다. 휴넷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디지털 기술 을 활용한 기업 교육방식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완전한 근무 형태로 자리잡을까…성과 평가 관건, 구조조정 계기 될 수도

 이제 관심은 재택근무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실험을 넘어 완전한 근무 형태로 발전하느냐에 쏠린다. 재택근무 일상화가 불요불급한 비용·인력 감축으로 대표되는 '경영 효율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는 재택근무, 유연근무제를 운영하면서 성공한 스타트업이나 외국기업들의 사례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코로나 재택근무는 끝나거나 축소되더라도 전통적인 근무 방식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2017년 창업한 육아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대표 임이랑·김동현)이 꼽힌다. 아기띠 등 육아용품을 만드는 이 업체는 부부인 공동대표들부터 직원들까지 모두가 100% 재택으로 일한다.

 '워라밸'(일·가정 양립)을 회사의 핵심 가치로 삼은 이 회사는 업무는 모두 슬랙, 드롭박스, 행아웃 등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하며, 직원이 근무 시간대를 자율적으로 정한다고 한다. 전 직원이 월간 업무 계획을 공유하고, 목표량과 성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직원이 15여명인 이 회사는 2018년 5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47억원으로 올랐다.

 상급자가 지시·책임 권한을 갖고 직원들이 따르는 수직적인 업무 문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외국이나 스타트업처럼 유연하지만 '엄격한 성과주의' 문화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다수 기업이 '코로나19 이후 대응' 방안으로 클라우드 등 원격 업무 관련 투자를 늘리고 인건비, 관리비 등 비용 절감한다는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에서 디지털 환경에 비교적 덜 익숙한 임원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기도 한다. 재택·유연근무에 대한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인건비는 비싸 앞으로 근무 환경 격변 과정에서 우선 정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각종 대면 미팅, 행사를 하지 않아도 업무엔 지장이 없고 반드시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코로나 재택근무가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하는 구조조정의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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