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도 '토끼와 거북이 경주', 결국 느린 균락이 이긴다

이동 빠른 균락, '과속' 개체 간 충돌로 속도 떨어져
슈퍼버그 퇴치에 새로운 통찰…'네이처 물리학' 논문

 인체에 들어온 병원성 박테리아가 빠르게 증식해 균락(菌落·colony)이 커지면 감염증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동 속도가 느린 박테리아 균락이, 빨리 이동하는 균락보다 훨씬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몸집을 키워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병원성 박테리아의 세계에서도 '토끼와 거북이 경주'와 비슷하게 반 직관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고펜하겐대의 닐스 보어 연구소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물리학(Nature Physics)'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엔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셰필드대 과학자도 참여했다.

 이 발견이 주목받는 건, 거의 모든 항생제에 저항하는 '슈퍼버그', 즉 MRSA 감염 치료에 새로운 통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MRSA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병원성 박테리아인 슈도모나스(Pseudomonas 속<屬> 간균<稈菌>)는 미세한 섬모로 표면에 달라붙어 움직인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슈도모나스 개체의 섬모 수를 늘려 종전보다 두 배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그런 다음 슈도모나스 균락이 새로운 영역으로 침투하는 능력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관찰했다.

처음엔 빠른 균락이 앞서는 듯했지만 몇 시간 뒤엔 느린 균락에 따라잡혔다.

 두 균락을 한 데 섞어 놓고 직접 경쟁하게 한 실험에서도,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야생형(wildtype) 균락이 영역 확장에 더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개체 단위로 보면 섬모 수를 늘린 돌연변이 박테리아가 야생형보다 더 빨리 이동했다.

 하지만 섬모 수를 늘린 '과속' 박테리아는 서로 충돌해 균락 전체의 속도를 떨어뜨렸다.

 충돌을 일으킨 박테리아는 수직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제자리에 발이 묶였다.

 이런 충돌은 박테리아의 특정한 위치에서만 일어났다.

 물리학에서 '+1 위상 결함(+1 topological defects)이라고 하는, 꽃잎 유사 구조의 세포 정렬 상 특이 지점이다.

 진화 과정에서 박테리아의 이동 속도를 제한하는 기제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이동 도중 일정한 속도를 넘어설 경우 서로 충돌하면서 생긴 구조에 스스로 갇히는 꼴이기 때문이다.

 보통 감염 치료는 세균 균락에 항생제를 투여해 개체를 죽이거나 개체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걸 말한다.

 그러나 이 발견은, 세균 균락의 이동 속도를 높여도 감염이 스스로 사라진다는 걸 보여준다.

 닐스 보어 연구소의 아민 도스트모하마디 조교수는 "진화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이동의 혼잡 문제를 특정 속도에서 해결했다면, 그 속도 다이얼를 돌려 감염증을 퇴치할 수 있을 것"라면서 "이번 연 구 결과가 악성 세균 감염을 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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