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腸)에 병원체 감염하면 상피 세포가 '위험 경보' 울린다

'여행자 설사' 원충 실험서 면역 조절복합체 작동 기제 확인
상피 세포 NLRB 6 수용체 핵심 역할…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

 인체가 병원체 감염에 효과적으로 맞서 싸우려면 초기 침입을 감지해 곧바로 위험 경보를 발령해야 한다.

 그래야 T세포와 같이 병원체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 자원을 신속히 끌어모을 수 있다.

 그런데 장(腸)에 병원체가 들어왔을 때 첫 위험 경보를 울리는 건 면역세포가 아니라 장의 상피층 점막 세포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비상경보가 면역계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염증 조절복합체(inflammasome)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장 상피 세포 수용체가 핵심 채널로 이용된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 발견은 장차 면역 과민반응으로 인한 염증 질환 치료와 염증 차단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수의대의 보리스 스트리펜 병리생물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인간의 림프구

 그런데 이번 연구에선 장 상피세포가 그 역할을 하는 거로 나타났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스트리펜 교수는 "집의 경보체계를 생각하면, 면역 조절복합체도 현관 감시 카메라, 창문 센서 등과 비슷한 요소들로 구성된다"라면서 "장의 상피 세포에 존재하는 특별한 수용체가 어떻게 주요 감염의 센서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행자 설사(traveler's diarrhea)'의 병원체로 널리 알려진 작은와포자충(Cryptosporidium)에 주목했다.

 건강한 사람이 이 원충에 감염되면 설사와 구토 등으로 고생하긴 해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이나 의료 자원이 부족한 저개발국 환자가 감염되면 심한 설사와 탈수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주요 감염 경로는 원충에 오염된 식수를 마시거나 동물과 접촉하는 것인데 개나 고양이도 숙주가 될 수 있지만, 특히 소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의학에서 이 원충이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다.

 예컨대 이 원충에 감염된 송아지는 성장을 멈춘다. 하지만 특별한 치료법이나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새끼 생쥐의 영양실조가 이 원충 감염과 연관돼 있다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감염 초기에 생긴 장의 염증이 새끼의 영양실조와 성장 정지의 선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영양실조 상태의 새끼는 원충 감염에 더 취약해져 두 요인이 서로 맞물려 도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장의 염증을 몰고 오는 '위험 감지' 메커니즘이 원충 감염의 맥락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봤다.

생쥐 장의 발암 억제 단백질

 그러다가 장 상피세포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나왔다.

 장 상피 세포에서만 카스파제-1(caspase-1)이 결핍돼도, 카스파제-1이 하나도 없는 것만큼 원충 감염증이 심해졌다.

 카스파제는 프로그램 세포사(apoptosis), 세포 괴사 및 염증 등에서 필수적인 작용을 하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말한다. 일명 '사형 집행' 단백질로 통한다.

 연구팀은 NLRB 6 수용체만 상실해도 감염 통제가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NLRB 6는 장의 상피층 장막에만 존재하며, 원래 장에 기생하는 미생물 총(叢)의 감지와 관리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박테리아에 전혀 노출된 적이 없는 생쥐도 작은와포자충에 감염되면 염증 조절복합체를 활성화했다.

 이 위험 신호가 장 미생물 총과 무관하게 원충 감염에 직접 반응한 결과라는 걸 시사한다.

 염증 조절복합체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몇몇 사이토카인(면역 조절 인자)을 추적한 결과, 원충에 감염되면 IL -18(인터류킨 18)이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IL -18이 결핍된 생쥐는 감염증이 훨씬 더 심했고, 그런 생쥐에게 IL -18을 투여하면 악화한 감염증을 거의 반전하는 효과가 있었다.

 현재 연구팀은 이 원충 감염의 후반부를 연구 중이다.

 한 연구원은 "어떻게 원충 감염이 감지되는지 알았으니까 다음 단계로 원충의 성장을 억제하고 원충을 죽이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치명률 최대 75% 니파바이러스…"해당국 방문시 철저 주의"
질병관리청은 인도 등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지역 방문자는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30일 밝혔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치명률이 40∼75%로 높고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위험한 질병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9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국내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주된 감염 경로는 과일박쥐, 돼지 등 감염병 동물과 접촉하거나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환자의 체액과 밀접히 접촉할 때는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고 현기증, 졸음, 의식 저하 등 신경계 증상도 나타난다. 이후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 동물 접촉 주의 ▲ 생 대추야자수액 섭취 금지 ▲ 아픈 사람과 접촉 피하기 ▲ 손 씻기 ▲ 오염된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을 예방 수칙으로 제시했다. 질병청은 발생 동향과 위험 평가를 반영해 지난해 9월부터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검역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국가로 출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입국 시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건강 상태를 검역관에게 알려야 하고, 일선 의료기관은 관련 의심 증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인간의 수명은 타고난다?…"유전적 요인 영향 최대 55%"
사고나 감염병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의 영향을 제거할 경우 유전적 요인이 사람의 자연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5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 우리 알론 교수팀은 30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수학적 모델과 인간 사망률 시뮬레이션, 대규모 쌍둥이 코호트 자료 등을 활용해 유전 등 내인성 사인과 사고 등 외인성 사인을 분리해 분석한 결과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수명 결정에서 약 50~55%를 차 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외부 원인에 의한 사망을 적절히 보정하고 나면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기여는 약 55%까지 급격히 증가한다며 유전적 요인의 영향에 관한 기존 연구 추정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규명하는 것은 노화 연구의 핵심 질문이지만 장수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수명과 관련된 일부 유전자가 확인되기는 했지만, 질병이나 생활환경 같은 외부 환경 요인은 개인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가리거나 혼동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