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막느라 결핵·에이즈·말라리아 퇴치 후퇴

"한국, 경제 규모에 맞게 국제보건 분야 지원 확대 필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인류가 합심해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등 3대 전염병을 물리치고자 그간 노력해서 이룩한 성과들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가만히 둬서는 안 됩니다. 이들 3대 질병과의 싸움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전 세계적인 재정적 지원이 시급합니다."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 퇴치에 힘쓰는 국제 민관협력체 등과 연대해 오랫동안 국제보건 분야에서 활동해온 한희정 국제보건애드보커시(Korean Advocates for Global Health·KAGH) 대표(57)의 절박한 호소이다.

 국제보건애드보커시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인도주의적 기반 아래 국제보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게 돕고자 범정부 다자 국제기구 및 국제 민간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만든 외교부 등록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국제보건애드보커시는 특히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펀드(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GFATM)의 활동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글로벌펀드는 2002년 1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주창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인 빌 게이츠를 포함해 프랑스, 미국 등의 정치지도자 등이 개도국의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등 주요 3대 감염병 대응을 위해 설립한 국제 민간단체다. 스위스 제네바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글로벌펀드는 3년마다 여는 '지원금 약정회의'를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 독지가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해마다 약 40억 달러를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환자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쓰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펀드에 2021년까지 6천2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세계 20번째로 큰 공적 기부자로, 2018년부터 집행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 중이다.

 글로벌펀드는 이렇게 모은 지원금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530억 달러 이상을 아프리카 국가 등 약 155개국에 지원해 약 4천400만명의 생명을 구하고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사망률을 각각 65%, 34%, 26%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결핵과 말라리아, 에이즈는 연간 약 24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전염병이지만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 10년 사이 기세가 약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휩쓸면서 전 세계가 힘을 합쳐 힘겹게 거둔 이런 결실들은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다른 주요 질병과 싸움이 후퇴할지 모른다는 국제보건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와 의료자원 집중으로 사람들이 병원에 가기 어려워지고 결핵·말라리아·HIV 감염증 등을 진단받거나 치료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펀드의 '2021년 결과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 때문에 세계의 협력으로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이룩한 성과들이 상당 부분 후퇴했다.

 결핵은 치료를 받은 사람이 2019년 550만명에서 2020년 45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치료가 어렵고 복약 기간이 일반 결핵보다 긴 다제내성결핵 치료를 받는 사람은 같은 기간 19%나 감소했다.

 에이즈의 경우 에이즈 양성인 사람은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예방 활동은 많이 감소했다. 2020년 에이즈 검사 건수는 2019년보다 22%나 줄었다.

 2020년 말라리아 사망자는 2019년보다 13%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전염병으로 꼽히는 말라리아는 특히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중동 등지에서 매년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인류는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한해 말라리아 감염 사례와 사망자의 90% 이상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 매년 5세 미만 아프리카 어린이 26만여명이 말라리아로 숨진다.

 글로벌펀드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으로 세 가지 질병 관련 수치들이 모두 부정적으로 뒤집히는 결과를 보였다"며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사망자와 감염자가 더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세계가 하나로 단결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펀드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향후 3년간(2023∼2025년)의 재정을 확정하는 제7차 지원금 약정회의를 미국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오는 9월 미국에서 개최한다.

 글로벌펀드는 이번에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악화한 상황 등을 고려해 3대 질병을 종식하고 개도국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데 지원하고자 최소 180억 달러를 모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 해 20억 달러씩, 총 60억 달러를 매칭 펀드(다른 기부금 2달러당 미국 1달러 매칭 형식)로 기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희정 국제보건애드보커시 대표는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한 규모인 캐나다나 호주와 비교해서 글로벌펀드에 내놓는 기여금이 국제사회의 기대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한국이 국제보건 분야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제 규모에 맞는 기부금을 출연하겠다고 약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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