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는 되지만 약처방은 안된다?…소아 비대면 초진 논란 계속

의사단체·플랫폼업계 양쪽 모두 반발하자 복지부 절충안
"대상자 대폭 줄어" vs "소아 초진 위험"…30% 비싼 진료비도 논란

 정부가 내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전환을 앞두고 의원급·재진환자 중심으로 대상을 제한한다는 사업안을 30일 확정했다.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시민단체 등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진통 끝에 확정한 사업안인데, 여전히 쟁점이 많아 실제 시범사업 시행이나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아환자의 경우 야간·휴일에 한해 '상담'은 허용하고 '처방'은 불허한다는 일종의 절충안을 놓고 플랫폼업계와 의료계가 모두 반발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재진 위주 원칙에 소아 야간·휴일 '상담' 허용

 보건복지부가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해 확정한 시범사업안에 따르면 내달 1일 한시허용이 종료되고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는 비대면진료는 일단 대상이 재진환자로 한정된다.

 다만 섬과 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등에 한해 초진도 허용된다.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도 초진 대상에 포함할지가 쟁점 중 하나였는데 복지부는 의견 수렴 결과 소아청소년 환자도 재진 원칙으로 하되, '야간과 휴일에 한해, (초진) 상담은 허용하지만 처방은 안된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다시 말해 소아 환자가 야간과 휴일에 갑작스럽게 진료를 받아야 할 경우, 해당 의원에서 이전에 대면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는 초진이어도 비대면으로 증상을 설명하고 의학적 조언을 들을 수 있으나 처방전 발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처방까지 받으려면 기존에 다니던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아야 한다.

 초진 허용 여부는 비대면진료 관련한 가장 큰 논란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지난 3년여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 하에선 초진, 재진 구분 없이 진료가 가능했지만, 정부는 안전성 우려를 제기한 의사단체와 협의해 '재진 중심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업체들은 한시 허용 당시 비대면진료의 상당수가 초진이었다며, 재진으로 제한하면 비대면진료를 사실상 가로막는 것이고 결국 상당수의 업체가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복지부는 이러한 양쪽 입장을 고려해 절충안을 내놨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상담'과 '처방'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를 두고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비대면진료를 실시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명확한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의사단체는 복지부가 표현한 '상담'의 개념을 사실상 '초진 허용'이라고 보고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증상이 급변하는 소아 질환의 특징, 진단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비대면진료는 아이들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소아 비대면 초진 허용은 아이들 목숨 걸고 도박하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상담'이라고 해서 의료 행위의 책임성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할 장치가 상세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닥터나우 등 플랫폼업체들로 이뤄진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야간·휴일 소아 초진 환자의 비대면 처방이 불가능한 것은 "육아 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소아과 대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원산협은 시범사업이 업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수혜자를 대폭 축소해 피해와 불편은 국민에게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소비자, 부모 등 만나서 안을 만든 것"이라며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면 상담을 통해 부모가 적절히 활용할 수 있고,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있어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대면진료보다 30% 비싼 진료비…"본 사업에선 재평가"

 비대면진료의 수가(의료행위의 대가)를 어떻게 책정할지도 주요 쟁점이었다.

 한시 허용 기간 비대면진료의 수가는 대면진료 수가의 130% 수준이었다. 정부는 시범사업 관리료 명목으로 30%를 가산해 기존 비대면진료 수가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가 올라가면, 환자 부담금도 그만큼 올라간다. 환자들은 대면진료 때보다 30% 더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수가 상승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부터 지난 4월 말까지 총 1천419만 명이 3천786만 건의 비대면진료를 이용했다.

 시범사업에선 비대면진료 한시허용 때보다 대상이 제한되기 때문에 비대면진료 건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고, 제도화를 앞두고 비대면진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오히려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당장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따른 건보 재정 소요 정도를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앞으로 비대면진료 가산 수가가 자리 잡으면 건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원산협은 이날 "해외 사례를 참고해도 원격진료 수가가 일반진료보다 높은 국가는 찾기 어렵다"며 "비대면진료는 편의성은 높이고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과장은 "대상자 확인이나 자료 제출 협조 등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품이 드는 업무가 있기 때문에" 가산 수가를 적용한 것이라면서 본 사업 추진 과정에선 "수가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조정 될 여지가 있고 적절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자업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이날 건정심이 열린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진료가 충분한 안전성 검증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건보료 인상을 초래할 과도한 수가 책정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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