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재진 환자로 제한' 이후…음성통화 초진에 약 퀵배송'

시범사업 시행 한 달 넘긴 후에도 계도기간 지침 위반 흔해
"행정처분 등 불이익 발생할 수 있다"지만 "법제화 전 한계 있어"

 "보건복지부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비대면진료가 제한됩니다."

 비대면진료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자 첫 화면에 붉은 음영으로 강조된 알림창이 떴다. 그러나 공지가 무색하게 비대면진료는 사실상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한 달여가 지난 7일 기자가 한 앱을 사용해 비대면으로 진료와 약 처방을 받아본 결과, 지침은 거의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복지부는 코로나19 기간 한시허용했던 비대면진료를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시행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의료기관은 환자의 의무 기록을 보고 재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성 편두통을 앓고 있는 기자가 '편두통이 3일 넘게 지속된다'라고 증상을 적고 진료 신청 버튼을 누르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두통 때문에 접수하신게 맞으신가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의사는 익숙하다는 듯이 음성통화로 간단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고 진료를 시작했다.

 원래는 진료 전에 예외적 초진 허용 대상인 섬·벽지 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인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는 없었다.

 또 화상통신 기능을 사용하기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상통화를 연결해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본인임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진료 후 처방된 두통약을 받기 위한 약국을 지정했다. 무작위로 가까운 약국을 고른 후, 기자의 자택 주소로 '퀵 배송'을 선택하자 신청과 결제가 완료됐다.

 지침에는 본인이나 신분이 확인된 대리인이 방문 수령을 하도록 돼 있다. 약 재택 수령은 초진과 마찬가지로 섬·벽지 환자와 거동불편자 등만 가능하다.

 이후 약국에서 전화가 걸려왔지만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뿐 대상자 확인이나 복약지도는 따로 없었다.

 만성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기자의 가족이 다른 앱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받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가족의 경우 주민등록번호 확인 절차도 없이 바로 연고를 처방받아 재택수령할 수 있었다.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되고 대상이 축소된지 한 달이 넘었지만 3개월의 계도기간을 틈타 한시허용 때처럼 사실상 제한없이 비대면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에서 "본인확인을 실시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시범사업 대상이 아닌 환자를 진료하는 등 고의로 시범사업의 지침을 위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고의성이 입증되거나 지침을 반복 위반하는 경우 행정처분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계도기간엔 현실적으로 단속과 조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며, 계도기간 이후에도 법제화 전에는 지침 위반에 대응할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말 국회에서 "(계도기간이 끝나는) 3개월 후에는 단속할 것이고 그러려면 빠른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남은 계도기간에도 시범사업 지침 홍보를 계속하고 자문단 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앱 업계는 업계대로 시범사업 이후 비대면진료 대상이 축소되면서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업계가 고사 직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법제화까지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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