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중환자 처방약 12개 중 9개는 '허가 외 약품'"

환자 99.6%가 '허가 외' 처방…"전문의에 자율권 인정하고 소아 임상데이터 확보해야"

 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소아 중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허가 외 의약품'(오프라벨·Off label)으로 치료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약대·가천대약대·서울대의대 공동 연구팀은 2019년 7월부터 1년 동안 서울대병원 소아중환자실(PICU)에서 24시간 이상 입원 치료를 받은 소아 환자 502명(평균 나이 1.7세)에게 사용된 총 6천183개의 처방 약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약학 분야 국제학술지(Saudi pharmaceutical journal) 최근호에 발표됐다.

 오프라벨은 규제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의약품이지만, 적응증과 연령, 용량 중 어느 하나라도 허가사항에 기재돼 있지 않은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허가 과정에서 별도의 임상시험이 없었던 소아, 임산부, 노인 환자와 희귀질환자, 암 환자 등에게 주로 사용된다.

 국내 소아 중환자에게 처방되는 대부분의 의약품이 별도의 임상 지침 없이 의료진의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성인 적응증 및 용량을 기준으로 처방되고 있는 셈이다.

 허가 외 사용은 진정, 소화기, 항균, 심혈관계 관련 약물 순으로 많았으며, 항목별로는 용량(67.8%), 연령(50.1%), 적응증(31.5%) 순으로 빈도가 높았다.

 연구 기간 허가 외 사용에 따른 약물 이상 반응은 5.4%(27명)에서 67건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허가 외 약물 사용으로 인한 중등도 및 중증 이상 반응 발현율이 69.0%로 대조군(허가약물)의 38.9%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약물 이상 반응 발생에는 진료과(소아과), 전체 투여약물수, 소아중환자실 입원일수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분석됐다.

허가 외 약물 사용 및 약물 부작용의 중증도 [논문 발췌]

 전문가들은 소아 환자에 대한 허가 외 의약품 처방과 관련, 안전한 치료를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천대 약대 최경희 교수는 "의약품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결과가 부족한 소아 환자의 경우 허가 외 약물 사용은 배제할 수 없는 선택이고 신약의 개발이 빨라질수록 소아에 대한 허가 외 약물 사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양한 실제 임상자료를 통해 약물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임상 증거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투약하는 약물 수나 아이의 상태 등 위험 요인에 따른 이상 반응 발생에 대한 모니터링을 좀 더 집중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임상시험에 대한 윤리적 범주를 지키면서 소아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규제 당국이 일부 의약품의 허가 외 투약이 불가피한 점을 인정하고 급여 체계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소아 환자의 경우 법적으로 허가 외 처방 자체가 안 돼 이에 따른 치료비(비보험) 전액을 고스란히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예외적으로 심평원 사전승인제도가 있지만 허가 외 처방에 대한 사전 승인 이후에도 용량, 용법 등의 차이가 발생할 때마다 일일이 승인받아야 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준동 교수는 "소아는 성장 발달이 아직 끝나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의약품을 개발할 때 별도의 안전성, 유효성을 확인해야 하지만 제약사들이 별도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막대한 개발 비용 등을 이유로 이를 회피하면서 '안전성 확인이 안 됐다'는 문구가 들어간 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전문의의 허가 외 처방 자율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추후 임상 데이터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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