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기도 응급실 온다"…사태 장기화에 되돌아온 경증 환자

경증 환자, 전공의 사직 전의 82% 수준…현장선 속수무책
정부 "이용 자제 당부"…의료계 "본인부담금 상향 등 근본대책 필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가 장기화하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일제히 병원을 떠난 후 크게 줄었던 경증 환자는 다시 80% 이상으로 회복했다.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경증·비응급 환자를 2차 병원으로 되돌려보내며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증 환자의 병원 방문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토로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자제를 거듭 당부하고 있다. 의료계는 본인 부담금 상향 등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막을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책을 요구한다.

 ◇ 응급실 찾는 경증 환자, 전공의 사직 전 82% 수준까지 회복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응급실 전체 내원 환자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평시 대비 줄었으나,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과 경증 환자가 다소 증가하는 추세다.

 중등증 환자는 이미 3주 연속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평시보다 많은 수준이었고, 경증 환자는 평시의 82% 수준에 이르렀다.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2월 첫째 주 약 8천200여명에 달했으나, 같은 달 20일부터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 3월 말에는 평시의 75%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들은 응급실에서 비응급·경증 환자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공지한 뒤 환자를 가려서 받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예전으로 되돌아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역시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가 늘어나는 데 우려를 표하며, 경증·비응급 환자의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증·응급 환자 진료를 중심으로 비상진료가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증 환자분들께서는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역시 "국민 여러분께서는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대형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협조해달라"고 했다.

 ◇ 의료계 "잠시 참았다가 되돌아온 것뿐…근본 대책 필요"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발언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현장에서는 경증 환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 등 의료대란을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무책임한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특히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은 근본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실 경증 환자가 전공의들이 나가기 전 수준과 거의 비슷해졌다"며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 지 세 달이 넘어가자 결국 다시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벌어진 초기에는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에 가도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방문을 자제했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잠시 참았던' 수요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응급의료 이용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나 대책보다는, 환자들의 자율적인 선택에만 의존했던 것도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다시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단순히 환자에게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식으로 일관하는 건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한다.

 이 회장은 "경증으로 분류되는 두드러기 환자들도 한밤중 응급실을 찾아오는데, 현장에서는 경증이라고 해서 2차 병원으로 되돌려보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갈 곳이 없어서 온 환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작정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말하기보다는, 응급의료체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한다.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실손보험 적용을 제한하거나, 본인 부담금을 올리는 방안 등을 도입하는 것도 고민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환자는 스스로 경증인지 중증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응급실 이용을 무작정 제한하기보다는 정당한 진료비를 내게끔 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퇴원했다면 응급의료관리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AI 의사 추천' 금지된다…약·식품 광고 규제 강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과 '약사법' 등 식약처 소관 법률 개정안 5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5일 밝혔다. 우선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과 화장품법, 약사법 개정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사 등 가짜 전문가가 식품·화장품·의약품·의약외품을 추천하는 광고 행위가 금지됐다. 이에 따라 AI 기술 발달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약사법 개정으로 식약처가 국가필수의약품 등을 국내 주문 제조하고 해외에서 긴급히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보건 체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국가 책임성이 강화된 것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도 개정됐다. 마약류 범죄에 대한 신분 비공개 수사와 신분 위장 수사 등 수사기법을 도입하고, 임시마약류에 대한 예고기간을 1개월에서 14일로 대폭 단축해 급변하는 마약류 범죄에 대한 신속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아울러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환자식 등 특수의료용도 식품을 제조·가공하는 영업자는 위생관리책임자를 둬야 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전 관할 관청에 품목 제조에 관한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이에 일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몽유병 등 수면장애 시 치매·파킨슨병 위험 32% 높아
몽유병 등 수면장애를 앓으면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박유랑 교수 등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토대로 3만여명의 수면장애 환자와 수면장애가 없는 14만여명을 최대 30년간 추적 관찰·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수면장애가 있는 그룹은 수면장애가 없는 그룹과 비교했을 때 신경퇴행성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32%가량 높았다. 파킨슨병(1.31배), 알츠하이머치매(1.33배), 혈관성 신경퇴행성질환(1.38배) 등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면장애 유형별로는 '비렘수면'에서 뇌가 불완전하게 깨어나면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움직이는 몽유병과 같은 비렘수면 사건 수면을 보유했을 때 가장 위험했다. 이들에게 신경퇴행성질환 발생할 위험은 3.46배 수준이었다.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으로 나뉘어 하룻밤에 4∼6회의 주기가 반복된다. 통상 몸은 잠들었지만 뇌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상태를 렘수면으로, 몸은 움직일 수 있지만 뇌는 잠들어 휴식을 취하는 상태를 비렘수면으로 분류한다. 비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