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호흡기 감염병 '백일해' 작년의 300배…"백신 방어면역 효과 떨어졌다?"

"백신 5회 접종 아이들, 7세때부터 방어면역 저하…백신 정밀진단·변이종 분석해야"

 급성 호흡기 감염병인 '백일해'의 확산세가 거세다.

 '백일동안 지속되는 기침'이라는 의미를 가진 백일해는 2급 법정 감염병으로, 2주 이상 지속하는 발작적인 기침과 숨을 들이쉴 때의 '훕'(whoop) 소리, 구토를 동반하는 기침이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2일 기준 국내 누적 백일해 감염자는 4천80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치(2014~2023년) 백일해 환자 수 2천683명보다도 1.8배 많은 수치다.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서는 300배나 증가했다.

 이처럼 백일해 환자가 폭증하자 보건 당국은 환자 밀접 접촉자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격리 조치까지 시행 중이다.

 격리 기간은 항생제 복용 시점부터 5일까지이며, 항생제 복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발작성 기침 시작 후 최소 3주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백일해 유행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기침·재채기 등으로 전파…영유아 감염 땐 치명적일 수도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균(Bordetella pertussis)에 감염돼 발생한다.

 이 세균은 상부 호흡계의 섬모(세포 표면에 있는 털과 같은 구조)에 부착한 뒤 독소를 방출해 섬모를 손상하고 호흡기 증상을 유발한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에게는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백일해 증상이 보인다면 영유아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로 치료를 받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일해의 주된 감염경로는 기침과 재채기 등을 할 때 나오는 호흡기 분비물이다.

 가정이나 학교 등 집단생활 공간에서 발생할 위험이 높고,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 등이 묻은 물건을 통해서도 간접적인 전파가 가능하다.

 문제는 백일해에 걸린 사람이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몇 주 동안 감염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송성욱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백일해는 영유아처럼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서는 1명이 12명에서 17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일해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7~10일(최소 4일~최장 21일)이다. 증상은 기침, 발열, 인후통, 콧물 등에서 시작해 발작성 기침으로 이어진다.

 잠복기 이후 처음 증상이 나타나는 감염 초기(카타르기) 단계는 백일해균 증식이 가장 왕성해 전염력이 매우 강한 시기로 콧물, 눈물, 가벼운 기침 등의 상기도 감염 증상이 1~2주간 지속된다.

 감염 중반(경해기)에는 하루 평균 15회 이상의 발작성 기침, 기침 후 구토, 무호흡 증상이 일어난다. 이후 회복기에는 발작성 기침 횟수나 정도가 줄어들며 보통 2~3주 후 회복된다.

 ◇ 무증상이라도 백일해 옮길 수 있어…"85.7%가 가족 내 감염"

 백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감염력을 가진 사람이 자칫 자신도 모른 채 영유아에게 백일해균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연구팀이 백일해로 진단받은 영아 21명(평균나이 2.5개월)을 대상으로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85.7%가 가족 내 감염이었다.

 가족 중 감염원은 부모 52.9%, 가족 내 구성원 19.1%, 형제 14.3% 등의 순이었다. 특히 부모가 감염원인 11명의 경우 이 중 8명이 엄마한테서 옮은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어린아이와 접촉할 일이 많은 성인이거나 영유아가 있는 가족이라면 사전에 종합적인 진단과 예방접종을 고려해야 한다. 또백일해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예방적 항생제 치료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백일해에 걸린 아이는 전파 차단을 위해 등교, 등원을 중지하고 집에서 격리해야 한다.

 아울러 백일해 예방을 위해서는 접종 일정에 맞춘 예방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아의 경우 생후 2·4·6개월에 기초접종 후 15~18개월, 4~6세, 11~12세에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성인은 과거 접종력이 없다면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6~12개월 후 3회 접종이 권장된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백일해는 임신부 접종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과거 백신 접종력이 없는 임신부라면 임신 27∼36주 사이에 접종해야 하고, 임신 중 접종하지 못했다면 분만 후 신속하게 접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급격한 백신 방어면역 저하 지적…"백신평가·세균변이 추가 연구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백일해의 유행 양상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로 영아들에게 감염이 많았던 기존 백일해와 달리 이번에는 학령기 아동들 사이에 유행이 많고, 증상도 예전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최근 10년간 백일해로 인한 사망은 보고되지 않았다.

 가톨릭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 강진한 교수는 "올해 백일해 유행이 폭발적으로 늘긴 했지만, 임상 증상이 약하고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도 많지 않은데 특이점이 있다"면서 "다행히 아직은 환자 수 증가세만큼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지속해서 환자 수가 증가한다면 중증 합병증이나 인명피해 사례가 나올 수도 있어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백일해의 유행 원인으로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백일해 유행이 없었던 점, 다수 국가에서 예방 접종률이 감소하고 해외 교류가 증가한 점, 검사법이 발전한 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백일해 백신의 방어면역 효과가 예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영유아의 백일해 예방 접종률은 95% 이상이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은 '네이처 리뷰 미생물'(nature Reviews Microbiology) 최신호에서 최근의 백일해에 대해 자연 면역과 백신 유래 면역의 지속 기간, 백신의 감염병 예방 능력, 세균의 진화가 백신 면역 회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소개했다.

 강진한 교수도 "4~6세까지 백일해 백신을 5회 접종한 아이들이 7세 때부터 방어면역력이 떨어지고 10세 때는 면역이 바닥을 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왜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지를 규명하려면 상용화된 백신에 대한 정밀한 평가와 함께 백일해 검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세균 변이종 여부 등을 추가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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