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분 다른 약 괜찮을까요?' …'대체조제'에 의사·약사 갈등 재점화

"부작용·약화사고 우려" vs "약 수급 불안정 해소"…성분명 처방 논란도

  "그 약은 지금 우리 약국에 없는데, 같은 성분의 이 약도 괜찮을까요?"

 제약사의 공급 중단이나 질병의 유행으로 품귀 현상이 빚어진 약을 처방받은 환자라면 약국에서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이렇게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약사가 성분·함량과 제형 등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하는 것을 '대체조제'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대체조제 사후 통보 수단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업무포털을 추가하는 내용의 약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는 처방전에 적힌 번호의 전화와 팩스로 통보했는데, 팩스가 없거나 통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 의견이 잇따랐다.

 심평원 포털은 기관들이 진료비(조제료)를 청구하고 심사 과정을 조회하거나 정산을 신청할 수 있는 사이트로, 요양기관이 상시 접속·이용하기 때문에 대체조제 과정에서의 불편이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과 관련해서는 약사가 의사·치과의사 대신 심평원에 통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여기에 국회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본격화하는 내용의 의안도 논의 중이다.

 국회 김윤 의원 등이 지난달 제안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약사법 개정안은 '처방전 기재사항에 국가필수의약품 등의 성분명 사용을 활성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이 아니라 약물의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으로, 시행되면 약국에서 성분이 같은 복제약을 조제해도 무방해진다.

 예컨대 현재 약 처방은 '타이레놀'이라고 약의 이름을 기재하는 식인데, 이를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라고 처방하게 하자는 것이다.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은 모두 의약품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환자들이 약 품귀 현상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약국이 재고에 따라 부족 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약사들은 매년 유행 시즌마다 수급난이 심한 감기약 등을 구하는 데 애를 먹자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의사들은 성분명이 같다고 같은 약이 아니라며 국민 건강 위협을 명분으로 강하게 반대한다.

 약 처방 주도권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 간 갈등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지난하게 계속돼 왔다.

 대한약사회는 21일 낸 입장문에서 "의약품 수급 불안정으로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조제·투약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동일성분의약품 대체조제 활성화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입증되지도 않은 환자의 약화사고(잘못된 약 처방과 복용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주장하고 비과학적 논리의 의약품 동등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해 온 의료계를 규탄한다"고 했다.

 의사들도 즉각 날을 세웠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근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은 부실한 생동성 시험을 거쳐 나온 복제약을 약사가 무분별하게 처방 가능하도록 빗장을 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동일 성분을 가진 약이라도 임상 효과와 부작용, 복약 순응도가 달라 의사는 환자의 건강 상태나 유전·환경적 요소 등을 고려해 처방을 내린다"며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처방약에 대해 부작용·약화사고 관리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안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는 제약사 리베이트라는 첨예한 이권과 맞닿아 있는 문제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한 의료 시민단체 관계자는 "약 처방을 조건으로 의사들이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의사한테 가던 게 약사한테 가는 것일 뿐"이라며 "양측이 이해관계를 떠나 대상 품목과 가격을 제한하는 등 국민에게 실익이 되는 방향으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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