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받아 다행"…의정 갈등 1년, 일부 병원 응급실 차츰 안정

축소운영 마치고 주7일 체제로…의료계 "경증환자 내원 줄어 겨우 현상유지"

 "응급실에 와도 진료를 받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일단 큰 문제 없이 병상을 배정받아서 다행이에요."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며 의정 갈등이 촉발된 지 1년째를 맞은 지난 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

 오후 2시께 '보호자 출입증'을 목에 건채 응급실 입구를 나선 A씨는 이같이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고령의 어머니께서 통증을 호소하셔서 직접 모시고 찾아왔는데 잠깐 대기하니 곧바로 진료받을 수 있었다"며 "응급실 내부는 차분한 분위기였고 큰 혼선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응급실 내부 또한 여러 개의 병상이 비어 있어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의료진의 잇단 사직으로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진료 혼선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으나, 의정 갈등이 이어진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 운영이 차츰 안정화하는 모습이다.

 경기 남부지역 최대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인 아주대병원의 응급실은 지난해 수 개월간 축소 진료를 진행했으나, 현재 정상 운영되고 있다.

 아주대병원의 경우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지난해 5월부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은 심폐소생술(CPR)을 필요로 하는 등의 초중증 환자만 받는 방식의 축소 진료 체제로 운영됐다.

 이후로도 의료진의 사직이 이어지면서 성인 응급실 또한 지난해 9월부터 매주 목요일 같은 방식의 축소 진료가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는 소아응급실과 성인응급실 모두 주 7일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축소 진료일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중순부터 응급실 입구에 부착돼있던 여러 장의 안내문도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아주대병원 측은 기존 의료진이 종전보다 진료시간을 늘린 데 더불어, 응급실의 성인 전문의 3명 및 소아 전문의 1명을 충원하면서 정상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의정 갈등 사태 이전에 비해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국내 응급실 내원 환자는 일평균 2만5천41명으로, 작년 설 연휴보다 약 32.3% 줄었다.

 중대본은 경증 환자(중증도 분류체계상 4∼5급)가 작년 설보다 43.9% 줄어들면서 내원 환자가 급감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경증 환자의 응급실 진료비 본인부담률이 종전 50∼60% 수준에서 90%로 오른 점을 변화의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아주대병원 응급실 또한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진료받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 사람이나,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 차량을 찾아볼 수 없어 입구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에 경기지역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경증 환자의 응급실 진료비 부담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응급실 대란' 사태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경증 환자의 내원 비율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며 "'응급실은 중증 환자가 가는 곳'이라는 인식도 퍼지면서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중증 환자 위주의 진료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응급 의료 공백과 이로 인한 시민 불편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응급실 운영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기는 하나, 종전 수준으로 많은 수의 환자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어져 위급한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여전히 있다"고 했다.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원칙적으로 경증 환자가 응급실 내원을 지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중증도를 판단하기 애매한 상태에 있거나 갑자기 증세가 악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이러한 환자들의 응급실 내원까지 위축돼 치료 적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관계 당국 등이 체제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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