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의 그늘 '녹내장'…"정기검진이 실명 막는 최선책"

60대 이상 고령층이 과반…2019년 97만→2023년 119만명 4년새 20%↑
"대부분 증상 없이 서서히 발생…눈앞 뿌옇고 구토·두통·안구통증 땐 응급상황
녹내장환자 시력교정술 신중해야…당뇨병·고혈압·가족력은 위험요인

 매년 3월 둘째 주는 세계녹내장협회(WGA)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WGPA)가 녹내장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세계녹내장 주간'이다.

 올해는 3월 9∼15일이다.

 녹내장은 국내에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3년 녹내장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119만명으로, 2019년 97만명에서 4년 새 약 20% 증가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녹내장 환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 시야 좁아지다가 결국 실명…눈앞 뿌옇고 안구 통증 땐 병원 찾아야

 한국녹내장학회에 따르면 녹내장은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의 이상으로 시야에 결손이 생기는 질환이다.

 예컨대 사람이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볼 수 있는 범위가 전방 180도 정도라면 이 중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는 의미다.

 이런 시야 결손은 어느 날 갑자기 급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은 증상이 거의 없이 서서히 발생한다.

 녹내장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녹내장은 내버려 두면 점차 실명으로 진행할 위험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녹내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눈의 둥근 형태를 유지하는 '방수'라는 액체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서 눈의 압력, 즉 안압이 높아지는 것이다.

 안압이 상승하면 눈은 공기를 빵빵하게 넣은 타이어처럼 부풀어 오르게 되면서 시신경을 훼손한다.

 그렇다고 안압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할 수는 없다.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시신경유두가 물리적 압박을 받거나, 혈류 장애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녹내장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환자가 전체 녹내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녹내장 중에서도 방수 유출로가 완전히 막히는 '폐쇄각 녹내장'은 급격한 시력 손실로 진행할 수 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서 구토를 동반하거나 눈 주위 통증과 충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72시간(3일)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만 실명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분당제생병원 안과 장윤경 과장은 "대부분의 녹내장 초기에는 아주 미세하게 주변부 시야가 좁아지다가 말기가 되면 터널을 통해 보는 것처럼 시야가 더 좁아져 결국 실명하게 된다"면서 "만약 눈앞이 뿌옇게 변하면서 두통과 안구 통증이 느껴지거나, 빛을 바라보면 주위에 달무리가 생기는 증상을 느낀다면 최대한 빨리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고도근시, 녹내장 발병 위험 높여…녹내장 환자 시력교정술 신중해야

 가까운 물체는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물체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근시는 녹내장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안구 앞뒤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어 눈을 지지하는 구조물의 두께가 얇고 힘이 약해짐에 따라 시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서다.

 특히 고도 근시와 녹내장을 모두 앓는 환자가 시력 교정 수술을 받는다면 이 과정에서 안압이 상승하고 녹내장이 악화할 수 있어 더욱 유의해야 한다

 라식의 경우 수술 때 각막 절편을 만드는 과정에서 눈을 압박해 안압이 상승할 수 있다.

 렌즈삽입수술도 안구 안에 렌즈를 넣는 것이어서 눈 구조상 공간이 부족하면 안압 상승을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홍채와 수정체 사이에 렌즈를 삽입하는 경우 두 조직 사이 공간이 좁아 홍채와 안내렌즈가 맞닿게 되면 마찰이 생기면서 홍채 색소가 떨어지고 방수의 흐름에 영향을 줘 안압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안압이 상승하지 않도록 새로운 방수 배출로를 만들거나 원활한 방수 배출을 위해 구멍이 뚫어져 있는 렌즈를 사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만약 안구 내 공간이 좁다면 렌즈삽입 수술이 아닌 다른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시력교정수술 후 일정 기간 스테로이드 약물도 녹내장 환자에게 안압 상승을 부를 수 있어 세심하게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이윤곤 전문의는 "녹내장은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어서 안약 점안 등을 통해 안압이 상승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녹내장 환자의 시력교정수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시력교정술이 녹내장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술 전 정밀검진 및 전문의 상담을 통해 수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과 검진

 ◇ 특별한 예방법 없어…주기적인 검진으로 조기 발견·치료가 최선

 녹내장은 그 종류에 따라 치료법도 다양하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정상이라도 안압을 조절해 시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서 더 이상의 시신경 손상을 막아야 한다.

 만약 약물로 안압을 조절하는 게 힘들 때는 방수 유출로인 섬유주를 수술하는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이나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폐쇄각 녹내장은 빠른 치료로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게 관건이다. 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맥주사와 함께 안약을 사용하며, 안압이 내려가면 레이저 홍채 절개술 등을 통해 방수가 배출될 길을 내주게 된다.

 최근에는 안압뿐만 아니라 혈액순환 장애와 같은 전신적인 이상을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뤄지는 추세다.

 녹내장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주기적인 검진으로 조기에 녹내장을 발견하고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처법이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하는 대상은 40세 이상, 고도 근시, 당뇨병, 고혈압, 가족력, 6개월∼1년 이상 스테로이드 사용 등이 해당한다.

 특히 신생혈관이 안압의 상승을 일으키는 '신생혈관 녹내장'의 경우 오랜 기간의 당뇨병 합병증으로 많이 나타나는 만큼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하다.

 또 계단을 헛디디거나 자주 넘어지고, 낮은 문턱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운전 중 표지판과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녹내장을 의심하고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윤경 과장은 "시신경 손상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될 때까지는 시력 저하나 시야 장애를 느끼지 못해 건강검진을 하다가 녹내장을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본인이 녹내장 증상을 자각할 정도라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은 만큼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질병청 "新 탄저백신, 기존 독소·부작용 없애…올해 비축 시작"
질병관리청은 국내 개발 신규 탄저 백신이 기존 백신과 달리 독소를 포함하지 않아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올해 내로 생산과 비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질병청은 ㈜녹십자와 협력해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의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방식 흡착 탄저 백신(배리트락스주)을 개발했고 해당 품목은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정윤석 질병청 고위험병원체분석과장은 이날 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신규 백신에 대해 "기존 백신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백신 주원료인 탄저균의 방어 항원 생산 방식"이라며 "기존에는 탄저균 배양액을 정제하다 보니 미량의 독소가 포함돼 부작용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독소를 생산하지 않는 균주를 사용, 방어 항원만을 순수하게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렇게 탄저균의 방어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제조, 의약품으로 상용화한 사례는 세계 최초다. 흡입 탄저의 경우 치명률이 97%에 달하는 탄저병은 법정 제1급 감염병으로, 그 균은 생물테러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갑정 질병청 진단분석국장은 "1997년 기초 연구에 착수해 30년 가까이 준비한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주말에 몰아서 하는 운동, 건강증진 효과는?…"운동량 충분하면 OK"
운동을 매일 하지 않고 주말에 몰아서 하더라도 당뇨병 유병률이 낮아지는 등 건강 증진 효과는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희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2009∼2022년) 데이터를 토대로 성인 242만8천448만명의 당뇨병과 신체활동의 연관성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운동량만 충분하다면 운동 빈도 자체는 큰 영향이 없다는 걸 확인한 것으로, 평일에 규칙적으로 하든 주말에 집중적으로 하든 적절한 운동량만 지킨다면 당뇨병 유병률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일주일에 75∼150분 중강도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하는 집단의 당뇨병 유병률은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16%가량 낮았다. 다만 이 수준까지 운동량이 증가하면 당뇨병 유병률이 떨어지지만, 그 이상으로 운동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중강도 운동과 고강도 운동을 WHO 권고량 범위 내에서 적절히 병행하는 게 당뇨병 유병률 감소와 가장 크게 연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말에 운동을 집중적으로 몰아서 하는 집단과 평일에 규칙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