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사고 오해?…청소년·미혼여성 '산부인과' 진료 기피"

"이름에 대한 거부감 커…웬만하면 안 가게 돼"
'산부인과'→'여성의학과' 변경 의료법개정안 발의

 "아무래도 이름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산부인과를 안 가게 됩니다.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를 가면 뭔가 사고 쳐서 간다는 시선이 있어서 웬만하면 안 가게 되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거나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아요." (30대 공모 씨)

 "'산과'는 임신과 출산 관련 분야이고 '부인과'는 결혼한 여성에 대한 분야라는 인식이 여전합니다. 여성 청소년이나 미혼 성인 여성은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게 됩니다." (이마리아 서울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

 지난 12일 첫방송을 한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 종합병원 산부인과를 무대로 한 가운데, '산부인과'라는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재조명받는다.

 환경오염, 스트레스 등으로 여성 생식 기능과 관련한 질병이 늘어나고 있지만 미혼 여성들의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11월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의료법개정안이 발의돼 실제적인 변화를 낳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산부인과라는 이름이 시대착오적이며, 미혼여성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올해 1월 나온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학회별로 입장이 달라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건강조사에 따르면 '월경이상' 증상을 경험한 여성 중 병원에 방문하는 경우는 초기 성인(19~39세)이 25.3%, 청소년(13~18세)이 8.7%에 그쳤다.

 박은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다른 설문 문항으로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나 받지 않은 이유'를 조사했는데 특히 청소년의 경우 22.1%가 '임신 등 주변의 오해를 받을까 봐'라고 응답해 산부인과에 대한 심리적 제한이 있다"고 밝혔다.

 시험기간에 생리 주기 조절을 위해 경구피임약을 복용해 봤다는 성모(17) 양은 15일 "산부인과에 가서 의사와 상담해 보고 처방받고 싶었는데 주변 시선이 의식돼 혼자 인터넷 찾아보고 약국에 갔다"면서 "몸에 이상은 없었지만 눈치 안 보고 병원에 갔다면 더 좋았겠다"고 아쉬워했다.

 10대부터 생리불순(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없는 것)을 겪었음에도 산부인과 진료를 계속 미루고 있다는 김모(26) 씨는 진료 기피 이유로 심리적 부담을 꼽았다.

 김씨는 "산부인과에 가면 '사고 쳤나'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줄었지만 여전히 부모님에게 아무렇지 않게 산부인과에 간다고는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진료 시 성관계 여부를 묻는 것 때문에 부모님과 못 가겠고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있진 않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면서 "찝찝해도 '모르는 게 약이다' 하는 마음으로 재작년 국가 건강 검진 때도 산부인과에 따로 안 들렀다"고 밝혔다.

 21세에 생리통이 너무 심해 처음 산부인과를 찾았다는 오모(27) 씨는 초음파 검사가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 한동안 내원을 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다른 병원에 비해 검진 방식이 낯설고 불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한참 뒤에야 임신 검사를 위해 다시 들렀는데 산부인과 방문엔 늘 불안한 마음이 따라오니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도 회피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지금껏 산부인과에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다는 이모(26) 씨는 "신체에 이상 증상을 겪어도 내과·산부인과·정신건강의학과 등 어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부인과 기피 현상 속 잘못된 정보가 병을 키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마리아 서울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염증 질환 등 여러 의학적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데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여성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연애 상대에게 법정 소송을 건 환자도 있었다"고 했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생리통과 생리불순을 질환으로 여기지 않는 인식이 문제"라면서 "심각한 성 감염 질환이나 난소 종양, 자궁 근종으로 이어지기 전에 검진을 해야 하는데 만성 질환이 될 때까지 모르는 환자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이에 진료과목 명칭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HPV 백신의 조기 접종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청소년기부터 모든 여성이 관련 진료를 적극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30대 초반 여성 공모 씨는 "'산부인과'는 임신, 출산과 관련된 진료과로 여겨져 미혼 여성이 가기 꺼려진다"며 "이름을 '여성의학과'로 바꾸면 심리적으로 가기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20대 후반 여성 A씨는 '여성의학과'라는 이름이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며 "감기에 걸렸을 때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다른 병원을 방문하는 것처럼 비슷한 인식이 형성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신중한 입장도 있다.

 최승아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여성의학과로 변경되면 거부감이 줄 수도 있겠지만 비뇨기과를 남성의학과라고 하지 않는 것도 이유가 있다"면서 "생식기관이 여성 건강의 전부인 것처럼 지칭하는 것은 여성의 생식기관을 여성의 본질로 본다는 비판도 있다"고 전했다.

 조 이사는 "학문적인 관점에서 이견도 있고 다른 과 반발도 심하다"면서 "우선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의료 취약 지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이 먼저"라고 짚었다.

 지난 1월 나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 보고서를 보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은 산부인과 명칭 변경에 찬성한 반면 서울시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내과학회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편, 전문가들은 여성 건강에 경고음이 켜진 현시점에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연구원은 "최근 난소암, 유방암 등 여성 암이 늘어나고 있어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여성 암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산부인과의 과도한 상업화 관련 광고를 규제하는 법도 필요하다"면서도 "산부인과 의사 양성시 인권감수성 교육과정이 필요하고 환자에게 좀 더 시간을 들여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조 이사는 "경제적인 이유로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기도 하는데 자궁경부암의 군중 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무료 접종 계층을 앞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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