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도 날 기억한 할머니"…알츠하이머 단초 찾는 연구 됐다

정누리 박사, 뇌 속 억제성 뉴런의 학습 역할 밝혀 '네이처' 발표
억제성 뉴런 조절 알츠하이머 치료 임상 진행 중

 "누리 왔냐~"

 신경과학자인 정누리 박사는 7일 미국 유학 중 6년만 귀국해 알츠하이머병을 겪는 할머니를 만났을 때 자신을 바로 알아봤던 일화를 소개했다.

 한국에서 자주 보는 가족들도 전혀 알아보지 못하던 할머니가 정 박사를 첫눈에 알아보고는 활짝 웃었는데, 기쁘면서도 신경과학자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정 박사와 애너벨 싱어 미국 에모리대 및 조지아공대 교수 연구팀은 뇌가 중요한 공간을 학습하는 데 있어 기존 통념과 달리 억제성 뉴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은 뇌와 신경계에서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두 가지 뉴런이다.

 흥분성 뉴런은 다른 뉴런을 활성화하고, 억제성 뉴런은 다른 뉴런의 활성을 억제하며 뇌와 신경계를 조절한다.

 학계는 뇌의 학습에 관한 연구에서 주로 학습을 일으키는 흥분성 뉴런에 초점을 맞춰 왔는데, 연구팀은 해마에 존재하며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이상이 생기는 억제성 뉴런인 파브알부민 억제성 뉴런(PV)의 역할에 주목했다.

공간 학습하는 쥐 실험

 정 박사는 과거 경험을 살려 익숙한 곳과 생소한 곳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가상현실 환경을 생쥐에게 주고 보상을 주는 장소를 배우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억제성 뉴런이 보상 장소 근처에서 예상과 달리 활동성을 크게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

 억제성 뉴런이 중요한 공간일 때 활성을 절반 아래로 감소시키며 흥분성 뉴런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정 박사는 "마치 중요한 곳에서 여기가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장소라고 알려주듯 침묵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는 광유전학으로 억제성 뉴런을 조절했다.

 그 결과 실제로 학습을 위해 억제가 줄어들어야 할 지점에서 억제성을 활성화하면 쥐가 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기억과 연관된 질병에 대한 접근을 바꿀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을 다룰 땐 보통 활성화된 뉴런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오히려 특정 억제성 뉴런을 조절하는 더 쉬운 방식으로 기억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다.

 일례로 알츠하이머병은 40㎐ 뇌파가 감소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연구팀은 파르말부민 억제성 뉴런을 40헤르츠(㎐)의 빛이나 소리로 자극할 수 있고 이 경우 쥐의 공간 인지 능력이 회복되는 것을 실험에서 확인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 박사는 "빛이나 소리 자극을 이용하는 비침습적인 방법이라 인간에게 적용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실제로 임상 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발표하는 정누리 박사

 연구에서 성과를 냈지만, 정 박사는 졸업 1년 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깔리는 큰 사고를 당하며 쉬는 기간 진로를 바꿔 코칭 및 기업 교육 서비스기업 '골스 언힌더드'를 창업하고 뇌과학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새 도전을 진행 중이다.

 그는 "과학자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객관적이지 않은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의 '눈'을 길러주는 리더십과 데이터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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