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산림재해 강도·빈도↑…질병 매개체 늘 수도"

질병청 '기후보건포럼'서 환경부 기후변화평가보고서 결과 및 시사점 발표
"'기후불안' 시대…무기력·상실감으로 출산 등 영향" 분석도 나와

 기후 변화로 산림 재해의 강도와 빈도가 커지고, 질병 매개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김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8일 질병관리청과 대한예방의학회가 서울스퀘어에서 연 기후보건포럼에서 발표한 '환경부 기후변화평가보고서 결과 및 시사점'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보고서를 토대로 "미래 산림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줄고, 산림 재해의 강도와 빈도는 늘 것"이라며 "기온 변화로 작물의 재배 면적과 병해충 발생 위험이 시공간적으로 변한 탓에 새로운 병해충과 잡초가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1968∼2023년 우리 바다의 표층 수온은 전 세계 평균의 2배 이상인 약 1.44도 올랐다"며 "미래에는 주요 상업성 어종 서식지와 어류의 출현이 줄고, 양식품종 중에서는 해조류 양식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더불어 기상 재해, 대기오염, 감염병,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건강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이에 따른 건강 피해는 지역적·사회적 취약성에 따라 불균등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취약 인구·지역을 대상으로 적절히 개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연단에 오른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기후변화와 정신건강'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산불 등은 트라우마성 사건이 돼 우울, 불안, 수면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2019년 강원 산불 당시 정신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 산불 경험자의 65%가 불면을, 58%가 불안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경험자의 4분의 1가량은 정신적 고통이 중등도 이상이었고, 13%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심 센터장은 "최근 들어 주목해야 할 문제는 기후 불안(climate anxiety)"이라며 "기후 불안은 주로 청소년, 청년세대에서 나타나고, 무기력감이나 상실감 분노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정서 반응을 넘어 교육, 진로, 인간관계, 출산 계획 등 삶의 다양한 결정에 영향을 준다"며 "기후 불안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연구기관에서 미래형 정신건강 이슈로 다루고 있는 만큼 국내 실태 조사와 세대별 특화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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