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때문에 생기는 간 손상 원리, 분자 수준서 처음 밝혔다

KAIST·보라매병원, 간세포와 쿠퍼세포 간 '유사 시냅스' 형성 입증

 국내 연구진이 음주로 인해 간염이 유발되는 원리를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와 서울대 보라매병원 김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술을 마셔서 생기는 간 손상과 알코올성 지방간염(ASH)의 발생 구조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과도한 음주 시 간의 말초정맥 주변 간세포에서 '소포성 글루탐산(아미노산의 일종) 수송체'의 발현이 증가하면서 글루탐산이 간세포 내 소포에 축적됨을 확인했다.

 지나치게 많으면 신경세포가 과흥분돼 세포의 손상과 사멸을 일으킬 수 있는데, 연구팀은 폭음으로 알코올 유입이 계속되면 간세포 내 칼슘 농도 변화에 따라 글루탐산이 급격히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때 분비된 글루탐산은 간에 있는 대식세포(면역세포)인 '쿠퍼세포'의 글루탐산 수용체를 자극해 활성산소 생성을 유도하고, 이는 곧 간세포 사멸과 염증 반응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 연구를 통해 장에서 유래한 독소가 쿠퍼세포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유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나, 간세포가 직접적으로 쿠퍼세포를 자극하는 기제에 대한 연구는 미미했다.

 연구팀은 만성 음주로 간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에 따라 간세포와 쿠퍼세포가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위치에서 상호작용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손상된 간세포가 단순히 사멸하는 것이 아니라, 인접한 쿠퍼세포에 신호를 보내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는 마치 신경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는 연접 부위인 시냅스를 닮은 형태로, 연구팀은 이를 '유사 시냅스'(pseudosynapse)라 정의했다.

 연구팀은 글루탐산 수송체와 글루탐산 수용체, 활성산소 생성 효소를 유전적·약리적으로 억제하면 알코올을 매개로 한 간 손상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동물 모델을 통해서도 확인했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이 기제를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원일 교수는 "앞으로 알코올성 지방간염(ASH)의 발병 초기 단계에서 진단용 혹은 치료를 위한 새로운 분자 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1일자로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전공의가 돌아온다…1년 반 만에 의료공백 해소 기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일제히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내달 1일 수련병원으로 돌아온다. 1년 반 넘게 지속된 초유의 의료 공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병원의 과도한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 의대 증원이 촉발한 '전공의 공백' 1년 반 만에 메워져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가 지난달 29일까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이번에 선발된 전공의들이 9월 1일부터 수련을 개시한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수련병원별 모집 결과를 취합해 내주 초 발표할 예정이다. 정확한 복귀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의 상당수가 복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빅5' 병원의 경우 하반기 모집 지원율이 60∼80%에 달했다. 전형 과정에서 일부 탈락자가 있지만 충원율은 대체로 70% 선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복귀 지원을 한 사직 전공의들은 대부분 합격했고, 인턴 신규 지원자 중엔 20∼30%가량의 탈락자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복귀를 지원한 박단 전 대한전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국내 토양 미생물서 '슈퍼박테리아' 잡는 항생물질 발견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가 된 황색포도알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국립생물자원관이 30일 밝혔다. 자원관은 고려대·건국대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스트렙토마이세스 카나마이세티쿠스'라는 국내에 자생하는 토양 미생물(방선균)에서 '스베타마이신 C'(Svetamycin C)라는 항생물질이 생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방선균은 주로 흙에 사는 미생물로 현존하는 항생제 60%가 방선균에서 유래했다. 스베타마이신 C는 2017년 국제 학계에 처음 보고된 펩타이드 계열 항생물질로 국내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스베타마이신 C는 페니실린계 항생제인 메티실린에 내성을 지닌 황색포도알균에 대해 '최소억제농도'가 12.5㎎/ℓ였다. 최소억제농도는 특정 항생물질이 세균의 증식을 눈에 띄게 억제할 수 있는 가장 옅은 농도로 값이 낮을수록 억제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1961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은 메티실린 외에도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대표적인 슈퍼박테리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을 신규 항생제 개발이 시급한 병원균으로 지정했다. 황색포도알균은 피부나 코점막에서 흔히 발견되는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