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해서 키우세요"…반려동물 '펫숍 판매금지' 국가는

영국, '루시법'으로 판매 금지…네덜란드는 펫숍 진열장 동물전시 규제
미국 일부 지역, 유기견·유기묘만 판매 허용

 유럽연합(EU)이 이른바 '펫숍'(반려동물 가게)에서 개·고양이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한다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다.

 유럽의회에서는 지난 6월 '개·고양이 복지 및 추적성' 법안이 가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판매 목적으로 강아지를 대규모 사육하는 이른바 '강아지 공장'(번식장)이 여러 차례 논란이 되면서 펫숍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펫숍 규제 역사와 현황을 살펴봤다.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영국 개 '루시'

 ◇ 영국·프랑스·스페인은 판매 금지…독일은 허가받아야 판매 가능

 반려동물 판매 규제는 주로 개와 고양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규제가 이뤄지는 나라에서 반려동물 가게들은 패럿 같은 동물이나 동물사료·용품들을 판매한다.

 반려동물 판매 규제에 앞장서는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2020년부터 개와 고양이의 제3자 판매를 금지하는 이른바 '루시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를 키우고 싶으면 사육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하거나 구조센터에서 입양해야 한다.

 전문 사육업자는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를 판매할 때 어미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직접 생산자의 판매는 허용하되 반려동물 가게 등 제3자의 판매는 금지한 것으로, 이는 이른바 '강아지 공장' 같은 비인도적인 대량생산을 막기 위해서다. 반려동물 가게는 주로 강아지 공장에서 공급받은 개를 판매한다.

 루시법은 2013년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어미 개 '루시'의 사연에서 출발했다.

 수년간 좁은 우리에서 임신과 출산을 강요받은 루시는 구조 당시 척추 변형, 영양 결핍, 탈모, 만성 안구 건조 등 여러 질병을 앓고 있었다.

 이 사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루시는 강아지 공장 폐지 운동의 상징이 됐다.

 루시는 구조된 지 3년 만에 죽었지만 2018년 제정된 '루시법'으로 이름을 남겼다.

 프랑스는 2021년 '동물학대방지법'을 마련한 뒤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금지했다. 개와 고양이 외에 여전히 다른 동물들은 판매할 수 있다.

 반려동물 가게는 개와 고양이의 경우 동물보호소와 협력하에 입양을 목적으로 유기견과 유기묘를 소개할 수 있다.

 다만, 전문 사육업자 등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판매할 수 있게 했다.

 프랑스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반려동물 양육 책임 확인서'를 써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사람은 입양한 동물을 평생 책임지겠다고 서약하면서 반려동물 소유에 필 요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하고 7일의 숙고 기간이 지난 후에 해당 동물을 받을 수 있다.

 스페인은 2023년에 동물복지법을 만들고 지난해 9월부터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판매와 전시를 금지했다.

 이곳에서도 역시 개와 고양이를 기르고 싶으면 등록 사육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진 않지만, 판매를 위해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동물 사육 환경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어 강아지 공장처럼 반려동물을 대량 생산할 수 없다.

 판매가 금지되진 않았지만, 독일에서는 대개 동물보호소나 동물복지단체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해 기른다.

 독일은 특히 동물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데 선도적인 나라로 평가된다.

 이미 1933년에 동물 학대를 금지하고 동물실험을 규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데 이어 1990년엔 민법을 개정,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고 규정했다.

 2002년엔 헌법에 해당하는 연방기본법을 개정해 동물보호 조항을 신설했다.

 네덜란드도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단, 진열창에 동물을 전시하는 것과 16세 미만에게 판매하는 것은 금지된다.

 ◇ 미국,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펫숍 판매 금지 주 늘어나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대량 생산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금지하는 주가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부터 반려동물 가게에서 원칙적으로 개, 고양이 등의 판매를 금지했다.

단, 공공 보호소나 구조단체 등과 협약을 맺고 들여온 유기견이나 유기묘 등을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려동물 가게에서 판매하는 개와 고양이의 출처를 강아지 공장이 아닌 보호소로 한정함으로써 비윤리적인 상업적 사육을 막고자 한 조치다.

 일리노이주의 반려동물 가게도 동물보호소 등으로부터 들여온 개와 고양이만을 판매할 수 있다.

메릴랜드주는 2020년에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동물보호소나 구조단체가 구조한 개와 고양이도 팔 수 없다. 이들 가게는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만 개와 고양이를 전시할 수 있다.

 뉴욕주도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금지하면서 동물보호소가 소유한 개나 고양이를 입양시킬 목적으로 전시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 허용했다.

 오리건주는 반려동물 가게에서 원칙적으로 개와 고양이 판매를 금지하면서 2028년 8월말까지 유예 기간을 뒀다.

 워싱턴주도 원칙적 판매 금지 전제 아래 2021년 7월 25일 이전에 개, 고양이를 팔았던 사업자만 특정 요건을 갖춘 사육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한 반려동물에 한정해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호주에서는 빅토리아주가 2018년 7월부터 민간·공립 동물보호소, 등록된 위탁 보호자 등 승인된 공급처에서 온 개·고양이만 판매할 수 있다.

 일본은 반려동물 가게에 개·고양이의 판매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단, 출생 후 56일이 지나지 않은 개와 고양이의 판매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개와  고양이를 전시하는 것은 금지된다. 전시 금지 시간에는 개, 고양이를 가게 뒷마당으로 옮기거나 가림막 등으로 가려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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