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파괴 대신 정상으로 되돌린다…국립암센터 新치료법 제시

암세포, 정상세포에 가깝게 되돌리는 '분자복귀 스위치 기술' 세계 최초 개발
암세포 전환 '스위치 유전자' 밝혀내…대장암 장기모델에서 정상세포 특징 회복 확인

 암세포를 다시 정상 세포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시스템생물학 기반의 '분자 복귀 스위치'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국립암센터는 신동관 생물정보연구과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광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이러한 원리의 암세포 재프로그래밍 치료법 'REVERT'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암센터에 따르면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와 같은 기존 암 치료법은 암세포 사멸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번에 개발된 치료법은 유전자를 조절해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원리로서 학계의 숙원이었던 접근법이다.

 이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암세포 전환 시점에서 유전자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는지 지도를 만들고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가상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세포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자 중 YY1과 MYC라는 유전자가 암세포 전환의 '핵심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두 유전자의 전사인자(DNA와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촉진·억제하는 단백질)가 상호 관계에 있어 서로 반응하며 정상 세포와 암세포 상태 사이의 전환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YY1과 MYC가 함께 조절하는 'USP7'이라는 효소를 '최종 타깃'으로 발굴했다. 이 효소는 종양 성장을 촉진한다.

 연구진은 이를 억제하면 암세포가 정상 세포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가정하고, 실제 대장암 환자에게서 유래한 장기 모델에 USP7 억제제를 투여했다. 그 결과 암 조직은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정상 대장 조직의 특징을 일부 회복했다.

 암센터는 "이번 연구는 세포·미니 장기 수준의 기초적 단계였지만 실제 환자 치료에 필요한 임상적 검증을 위해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암종으로 확대해 새로운 예방·치료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동관 교수는 "기존 암 치료가 암세포라는 기계를 부수는 망치였다면, 새 치료법은 그 기계의 회로도를 이해하고 잘못된 스위치를 찾아내 다시 켜는 정밀한 도구와 같다"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 14.1) 올해 1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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