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 최고령 저자 김형석 교수 "늙었구나 생각할 때 늙어"

작년 9월 세계최고령 저자로 기네스북 등재…신간 '김형석, 백년의 유산' 출간
"건강은 의사에 맡기고 신경 안 써"…'정서적 건강' 중요성 강조

 어린 시절, 가족 중 그가 100세 넘게 살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늘 병약했던 아이가 안쓰러웠던 어머니는 스무 살까지만이라도 살기를 바랐다.

 "세상에 태어났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가면 내 마음이 아프니, 스무살까지는 살아야 한다."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던 소년은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어머니 기대를 한참 넘어 세계 최고령 저자의 반열에 올랐다. 105세, 흔히 세는 나이로는 106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얘기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세계 최고령 저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지난해 '김형석, 백년의 지혜' 출간 소식을 듣고 외손녀가 기네스북 측에 신청했고, 서류 확인을 거쳐 공식 등재됐다. 그가 달성한 기록은 103년 251일이었다.

 기네스북 최고령 기록을 세운 뒤로도 김 교수는 책 한 권을 더 썼다. 12일 출간된 '김형석, 백년의 유산'(21세기북스)이 그 책이다.

 김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연 출간 간담회에서 세계 최고령 저자의 지위에 오른 걸 '외손녀가 신청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별것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 그는 "내가 살아보니 100세는 아무것도 아닌 듯하다"고 했다.

 책은 철학적 사유와 일상을 버무린 에세이다. 전작 '백년의 지혜'가 50대 이상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 나온 '백년의 유산'은 그보다 좀 더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썼다.

 김 교수는 "(전작의 타깃을) 50대를 대상으로 썼는데, 30대부터 읽는다고 출판사 측에서 알려줬다"며 "젊은 사람들도 내 책을 읽어주는구나. 내가 늙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겠구나. 좀 더 쓸 수 있으면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젊은 독자들을 만나는 게 건강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언제 늙느냐, '이젠 나 늙었구나' 생각할 때 늙습니다. 정신은 늙지 않아요."

 김 교수는 가끔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데,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젊어지는 자신을 느낀다고 했다. 한 번은 여고생이 '교수님, 고등학교 때 연애 해봤나요'라고 물었단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때 했다"고 운을 뗀 후, 하지만 "연애는 스무살 넘어서 하는 거지. 그전에는 하는 거 아니다"라고 답하며 서로 웃었다. "그렇게 웃고 나니, 늙었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는 서른이 넘고 난 후에는 특별히 건강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학문을 닦고, 인촌 김성수 같은 훌륭한 인격자를 본받으며,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정년 후에는 일반 사회인과 학생들을 상대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시나브로 지나갔다고 돌아봤다.

 친한 동료 교수가 '자네는 철이 늦게 들어서 오래 살 거야'라고 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런 것 같다고도 했다.

 "30대부터는 건강에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어요. 보통 늙으면 병 안 걸리려고 건강에 많은 시간을 씁니다. 하지만 건강은 일을 위해서 있는 겁니다. '저는 일하는 사람'입니다. 요새는 의학도 발전해서 가정의학에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어요.

 여러분도 50살이 넘으면 경험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건강을 맡기면 됩니다.(웃음)"

 다만 '정서적인 건강'의 중요성은 강조했다. 그는 운동선수와 연예인이 장수하는 경우가 많이 없다면서 그 이유로 '도를 넘는' 체력과 감정 소비를 꼽았다.

 그는 "운동선수는 지나치게 일찍 체력을 다 써버려서 오래 살기 어렵다. 연예인도 감정을 지나치게 낭비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변에 100세를 넘긴 친구가 7명이 있었는데, 그들의 공통점으로 '남 욕하지 않는 것', '화내지 않는 것'을 들었다.

 "일본 사람들은 60세 넘어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 독서와 일을 꼽습니다. 저보고 고르라고 하면 젊게 사는 것, 좋은 시간을 갖는 것, 절망하지 않고 사는 것 등을 꼽고 싶어요."

 그는 일제강점기, 김일성 치하의 공산정권, 군부독재를 거쳐 이제 세계를 주름잡는 K-컬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초가집이 즐비한 동네에서 자라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거리를 돌아다니고, 일본말을 배우던 시대에 태어나 이제는 일본인이 한국말을 배우는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하고 있다.

 그는 거의 모든 유형의 사회를 겪어보니 '자유가 인정된 사회'가 결국에는 "올라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다만 자유방임적 자유가 아닌 경제적 평등과 빈곤층 퇴치 등도 중요하다고 책에서 설명했다.

 아울러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썼다. 지구가 내일 망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오늘 심는 희망(스피노자), 핵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무 한 그루를 심는 희망(타르코프스키 영화 '희생')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다. 100세를 훌쩍 넘은 나이에도 강연에 나서고,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며, 책을 줄기차게 내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유는 가르치는 것, 즉 교육에 미래의 희망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에게 희망이 있는가. 지난 100년의 희망은 내 앞에 있었다. 지금은 나를 향한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 그래도 더 큰 희망은 남아있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한 수많은 후배, 제자들을 향한 희망이다."(책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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