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가 '양자컴퓨팅'에 주목하는 이유

신규 타깃 발굴·부작용 예측·mRNA 시뮬레이션 정확도 향상
2030년 이후 FTQC 시대 대비…선도 기업과 협력 중요

 양자컴퓨팅과 제약·바이오는 얼핏 상관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가까운 미래에 양자컴퓨팅이 신약 개발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렇다면 과연 양자컴퓨팅이란 무엇일까.

 0 또는 1의 '비트'로 정보를 처리하는 일반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얽힘 상태인 '큐비트'를 활용한다.

 고전 컴퓨터는 비트(0 또는 1)를 기반으로 순차적 계산을 진행하므로 변수 중 하나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계산을 수행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중첩을 통해 여러 경로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더 많은 계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막연한 미래 기술로 여겨지던 양자컴퓨팅은 작년을 기점으로 실제 수익 창출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된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양자컴퓨팅이 2035년 최대 2조달러(약 3천조원)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팅이 제약·바이오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까.

 업계는 양자컴퓨팅이 신약 연구개발(R&D) 단계에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대표적 활용 분야는 분자 시뮬레이션이다.

 분자 시뮬레이션은 분자의 물리적, 화학적 거동을 컴퓨터로 모사하는 기술이다. 실제 실험을 하지 않고도 물질의 성질이나 반응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분자가 많아질수록 고성능 계산 자원이 필요한 데다 현재로선 실제 분자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양자컴퓨팅이 접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약 초기 R&D 단계에서 양자컴퓨팅은 복잡한 생물학적 경로를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 신규 타깃 발견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단백질 및 효소의 전자구조를 분석해 표적 결합 부위 탐지 정밀도를 높이고 부작용 예측도 돕는다.

 약동학적 특성을 분자 수준에서 계산해 후보 물성을 최적화하며 임상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기초 연구가 끝난 뒤 임상 단계에도 양자컴퓨팅을 적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환자 식별, 부작용 인과분석, 약물유전학 모델링 등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후 약품 제조, 공급망 관리, 시장 진입 전략 및 환자 관리 등 신약 개발 전 주기가 양자컴퓨팅과 접목될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는 이미 양자 기술 선도 기업과 손을 잡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AWS, 아이온큐, 엔비디아와 협업해 소분자 약물 합성 경로 예측을 위한 워크 플로우를 개발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Psi퀀텀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약물 대사에 중요한 금속효소의 전자 구조를 계산한다.

 모더나는 IBM과 협력한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서열을 성공적으로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 다.

 다만 양자컴퓨팅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시점은 2030년 이후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자컴퓨팅은 비오류정정(NISQ) 수준으로 계산 결과에 대한 재현성과 정밀도가 부족하다. NISQ은 오류를 자동으로 수정하거나 복구하지 못하는 단계다.

 완전 오류정정(FTQC) 기반의 대형 시뮬레이션은 2030년 이후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복잡한 단백질 및 용매 환경 계산 등에는 수백만 큐비트 이상의 자원이 필요하지만 지금 기술로는 현실화가 어렵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2030년까지는 하이브리드 접근이 현실적"이라며 "IBM, 구글, AWS 등 양자 기술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최신 기술과 전문성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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