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거품 걷어내고 연구하는 강소기업에 성장 사다리 놓는다

복제약값 인하 속 연구개발 비중 높은 기업엔 혁신형 수준 우대
연구개발 5%에서 7% 이상 투자하는 강소기업 위해 별도 트랙 신설

 우리나라 건강보험 약값 체계가 복제약 가격은 합리적으로 낮추되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강소 제약사는 혁신형 기업 수준으로 두텁게 보호하는 성장 사다리 체제로 전환된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비싼 복제약의 거품을 걷어내면서도 실력 있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가격 우대와 보장 기간 확대라는 이중 지원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오는 7월 이후 하반기 시행 목표로 현재 평균 53.55%인 복제약 가격 산정률을 40% 초·중반대로 낮추는 대신 혁신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는 파격적인 보상을 주는 약가 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 보상 체계는 신약 개발 능력이 검증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에서 시작한다.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새로 내놓는 복제약의 가격을 기존보다 높은 60%로 우대해서 책정하기로 했다.

 특히 이 가격을 유지해 주는 가산 기간을 대폭 늘려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4년까지 보장하고 해당 약을 국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할 경우 3년을 더해 총 7년 동안 안정적인 약값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동일 성분의 약이 3개 이하일 때만 기간 연장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과 국내 제조 기반 강화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기업 스스로 노력으로 우대 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약의 사용량이 늘어나 가격을 깎아야 할 때도 혁신형 기업에는 인하율의 50%를 감면해 주는 특례를 적용해 기업이 거둬들인 이익을 다시 신약 개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정부가 신약 개발 역량과 해외 진출 실력이 우수하다고 공식 인증한 '국가 대표 제약사'이다.

 2012년부터 우리 제약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 기업들이 오직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국가 R&D 과제 선정 시 가점을 주어 우선권을 부여하고, 연구비와 인건비에 대한 법인세 공제로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

 또한, 신약 개발과 수출에 필요한 자금을 낮은 이자로 장기간 대출해 주는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 연구개발 비중 높은 강소기업 위해 준 혁신형 트랙 신설

 정부는 대형 제약사 위주의 혁신형 기업 지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잠재력을 갖춘 중견 제약사를 위한 준 혁신형 제약기업 육성책을 2027년부터 신설한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되지는 못했으나 매출 대비 의약품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일정 비율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구체적으로는 매출 1천억원 이상 기업은 5% 이상을, 1천억원 미만 기업은 7%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준 혁신형 기업으로 선정되면 신규 복제약 등록 시 약 50%의 가격 우대를 받게 되며 우대 기간 역시 혁신형 기업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5년 이내에 리베이트 등 불법 행위로 행정 처분을 받은 기업은 선정 대상에서 엄격히 제외해 산업의 투명성도 함께 강화한다.

 이는 중소 제약사들이 복제약 영업에만 매달리지 않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 혁신형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성장 사다리가 될 전망이다.

 ◇ 필수약 공급 기여 기업과 직접 생산 품목에 10년 보장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헌신하는 기업에 대한 예우도 강화된다.

 퇴장방지의약품 등 채산성이 낮아 생산을 꺼리는 필수 약제를 꾸준히 공급해 온 기업은 수급안정 선도기업으로 지정된다.

 이들 기업이 새로 등재하는 복제약은 혁신형 제약기업 수준의 가격 우대를 받게 된다.

 특히 소아용 의약품이나 항생제 주사제와 같이 국민 건강에 필수적이지만 직접 생산이 어려운 약제를 국내 공장에서 꾸준히 만드는 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획기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국산 원료를 사용하거나 직접 생산하는 등 국가 필수의약품 공급에 기여한 약제는 10년 이상의 장기간 약값 우대를 보장받는다.

 기존에는 새 약에만 적용되던 우대 혜택을 이미 판매 중인 약까지 확대 적용해 기업들이 안심하고 필수 약제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약가 개편을 통해 아낀 1조원 안팎의 재정을 중증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신약 도입에 우선 사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3월 26일 예정된 건정심 본회의에서 이번 개편안을 최종 의결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순 차적으로 시행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정책이 복제약 난립을 막고 국내 제약 산업을 신약 개발이라는 본연의 경쟁력 중심으로 탈 바꿈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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