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우려 큰 '요양병원 호스피스'…질 향상 방안 찾아야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에게 전문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통증과 증상 완화를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가 이 서비스의 목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 4개 질환에 대해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정부 발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전체 호스피스 대상 질환자 가운데 호스피스를 이용한 사람은 20.2%였고, 대부분이 암 환자였다. 정부는 서비스 유형과 대상 질환을 확대해 이용률을 2022년까지 30%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정부 계획이 효과를 거두려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접근성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완화의료협회(European Association of Palliative Care)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인구 100만명당 최소 50개의 호스피스 병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런 분석을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약 2천557개의 병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1월 국립암센터 집계로는 국내 88개 기관에, 1천416의 호스피스 병상이 있을 뿐이다.

 이는 결국 상당수의 말기 환자가 호스피스 병상 부족으로 편안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2016년 관련 법 제정 당시 요양병원이 호스피스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 벨기에,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의 통합 장기 간호서비스 경험에서 도움을 얻은 측면이 크다.

 이를 근거로 요양병원은 2016년부터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하고 있으며, 조만간 건강보험에서도 호스피스 수가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호스피스의 근본적인 질에 관한 걱정은 여전한 편이다. 한국인권위원회의 연구에서는 요양병원 보건 전문가와 시설의 부족, 과도하고 불필요한 서비스 제공, 비위생적 환경 등이 주요 문제로 꼽혔다.

 또한 요양병원이 종합적인 말기 치료, 사별 관리와 같은 필수 호스피스 및 완화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 이력이 없기 때문에 말기 환자와 가족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으로 거론된다.

 실제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팀이 암환자(1천1명), 가족 간병인(1천6명), 의사(928명), 일반인(1천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요양병원 호스피스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우선 '요양병원의 관련 시설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27.3%에 그쳤다. 일반인도 65.3%만 이에 동의했다.

 '요양병원 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는 문항에는 일반인 69%, 의사 40.3%, 암환자 65%만 동의했다.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된다'는 문항에는 일반인 84%, 의사 74.5%가 같은 의견을 냈다.

 다만, 접근성은 큰 장점이었다. 가족 79.1%, 일반인 72.9%가 '요양병원의 접근성이 좋다'고 답했다.

윤영호 교수는 "전반적으로 의사는 일반인보다 호스피스기관으로서의 요양병원에 대해 위험성을 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의사들은 특히 요양병원이 호스피스기관이 되는 경우 취약한 인프라, 낮은 품질의 서비스, 호스피스 철학 등에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요양병원이 가진 최고의 장점인 접근성에 요양병원의 인프라와 질 향상, 호스피스 철학 구현을 위한 의료진과 직원 교육 훈련, 호스피스케어에의 가족 참여 등을 접목할 것을 제안했다.

 윤 교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3년이 지나는 만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시범사업 결과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려면 요양병원 호스피스케어의 질 향상을 위한 개선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 환자, 가족,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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