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외과의 46% "'성별 때문에 수술 부적합' 말 들었다"

'환자에게 부당 대우 경험' 외과의, 여자 80%·남자 8%
이승은 중앙대 외과 교수팀 성차별 연구…"남성 중심 문화 변해야"

 여성 외과 의사들이 다양한 방식의 성차별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 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논문으로 나왔다.

 이승은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 연구팀이 대한외과학회(Korean Surgical Society) 회원 4천525명에게 설문조사를 발송해 회신받은 응답 432건 중 400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 외과 의사들이 남성 동료들보다 성차별 경험 빈도와 인식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응답자 중 여성은 29.3%, 남성은 70.7%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 외과 의사의 92%는 해당 설문에서 제시한 성차별 내용 중 적어도 한 항목 이상을 경험한 바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여성 응답자 46.4%는 '성별 때문에 수술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남성에서는 이 비율이 1.1%에 그쳤다.

 여성 응답자의 63.6%는 '남성 동료와 동등한 평가를 받기 위해 더 잘해야 했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여성 동료보다 더 큰 성과를 내야 했다고 대답한 남성 의사의 비율은 8.2%에 그쳤다.

 진료 현장에서의 부당한 대우 경험에서도 여성과 남성 간 차이가 확인됐다. 간호사 등 다른 직원,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성별 탓에 불이익을 입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의사의 경우 각각 55.5%와 80%였다. 남성의 경우 그 비율은 각각 4.3%와 7.8%였다.

 이외에도 여성들은 남성보다 급여와 성과급, 승진, 조직 내 관계 형성 등에서 차별을 겪었다고 보고했다.

 임상 경험 연차, 수술 세부 전공, 직급, 지역 등을 보정해도 정도만 줄었을 뿐 여성 의사들은 남성 의사들보다 성차별을 빈번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 전문의의 성차별 경험과 인식 차이

 남성 외과 의사들은 이런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을 하는 여성 외과 의사에 대한 성차별이 있다'는 문항에 여성 의사들은 84.1%가 동의했지만, 남성은 48.2%만 동의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성과 평가를 받기 위해 여성 외과 의사들은 더 큰 성과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여성은 79.4%가 공감했으나 남성은 19.1%만이 수긍했다.

 이어 연구팀은 성차별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10가지 선택지를 주고 이 중 3가지를 꼽으라고 주문했다. 남성 의사들이 가장 많이 고른 응답은 '여성과 남성 간 신체 능력과 활동성 차이'(57.3%), '임신과 출산에 따른 성과 저하'(51.8%)였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에 따른 성과 저하'(68.7%), '남성 외과 의사에 대한 일반적인 선호 문화'(65.7%)를 꼽았다.

 성차별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남성들은 여의사의 육아휴직시 대체인력을 갖추는 것과 의사들의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을 들었다. 반면 여성들은 의료계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이승은 교수는 연구 의의를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성 불평등은 여성 외과 의사의 번아웃(burn-out)이나 삶의 질 저하와 무관하지 않으며, 직업적 헌신과 몰입도를 저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본 연구가 향후 성평등 인식의 변화를 위한 교육적·절차적 방법을 모색하는 데 근거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 게재됐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전공의 집단행동, 내일 '분수령'…의료현장은 벌써 '대란' 조짐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이들이 사직 시점으로 제시한 19일이 향후 정부와 의료계 사이 갈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형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앞서 수술과 입원 일정을 조율하며 대비하고 있지만, 집단행동이 대규모로 장기화될 경우 의료 현장의 대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일까지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할지가 20일부터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이 얼마나 클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은 시작이 됐지만,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리자 상당수는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지난 16일 전공의의 집단 사직서가 제출되거나 제출이 의심되는 12개 수련 병원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235명이 사직서를 냈으며 이들 가운데 103명은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았다. 사직서가 수리된 병원은 없었다.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