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 끝 '바렛 식도', 어떤 경우에 식도암 될까

종양 억제 유전자 TP53 돌연변이, 진단 지표로 '급부상'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논문

 식도의 끝부분이 장기간 역류 위산에 노출되면 위 조직 같이 된다.

 위산의 공격에 견디려고 식도 조직이 이렇게 변한 걸 '바렛 식도'(Barrett's esophagus)라고 한다.

 위와 식도는 바로 연결되는 장기이긴 하나, 점막을 이루는 세포는 서로 다르다.

 다시 말해 식도 점막은 편평상피세포로, 위 점막은 원주상피세포로 구성돼 있다.

 바렛 식도가 생기면 가슴 통증 등이 따르지만 당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바렛 식도 환자의 약 5%는 식도암의 한 유형인 '식도 선암(腺癌'(esophageal adenocarcinoma)으로 진행한다.

 게다가 암이 되지 않는 나머지 95%의 바렛 식도 환자까지 식도암 공포에 떨어야 한다.

 미국 연구진이 이런 문제를 푸는 해법을 찾아냈다.

 바렛 식도 환자에게 어떤 유전적 변이가 생기면 식도암 위험이 커지는지 상세히 밝혀낸 것이다.

 종양 억제 유전자로 알려진 TP53의 활성화를 방해하는 돌연변이가 문제였다.

 부모로부터 각각 하나씩 받은 두 개의 TP53 카피에 모두 변이가 생기면 특히 발암 위험이 커졌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 센터(Fred Hutchinson Cancer Research Center)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식도암은 다른 유형의 암보다 드물다. 미국에선 한해 약 2만 명이 식도암 진단을 받는 거로 알려졌다.

 하지만 식도암은 매우 공격적인 암이어서 5년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

 일단 식도암이 생겨 진행하면 치료 수단도 극히 제한적이다.

 바렛 식도 환자는 특히 식도암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조직 검사나 예방 치료를 하기도 애매하다.

 그냥 둬도 괜찮을 확률이 95%인데 공연히 위험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드 허친슨 연구팀이 바렛 식도의 유전자 변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동기가 여기에 있다.

사실 바렛 식도 연구를 시작한 건 오래됐다.

 연구팀은 1980년대부터 '시애틀 바렛 식도 연구'(Seattle Barrett's Esophagus Study)를 주도했다.

예전엔 바렛 식도와 식도암에 관한 유전학 연구가 특정 유전자의 변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가 R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개발되면서 연구의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427개의 조직 샘플을 구해 세포 유전체 전체를 샅샅이 들여다봤다.

 일단 바렛 식도 환자는 이미 많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나중에 식도암으로 진행할지 여부는 상관이 없었다.

 게다가 이들 유전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암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발암 유전자'였다.

 이 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사로잡은 게 바로 TP53이었다.

 T P53의 코드로 생성되는 단백질은, DNA 손상의 인지 및 수리, 세포 성장 등 중요한 세포 과정을 제어했다.

 TP53은 또 많은 유형의 암에서 가장 빈번하게 돌연변이 형태로 관찰되는 유전자 가운데 하나였다.

 과학자들이 의아하게 본 부분은, 식도암으로 진행하지 않은 바렛 식도 환자 중 일부도 TP53의 돌연변이 형을 가졌다는 것이다.

 인간은 각 유전자의 카피를 두 개 갖고 있다. 부모 양쪽에서 똑같은 카피를 하나씩 받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는 어느 한쪽 또는 양쪽 모두에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식도암으로 진행된 바렛 식도 환자는 대부분 두 개의 TP53 카피에 모두 돌연변이가 생긴 경우였다.

 이런 바렛 식도 환자는 또 한 개 카피에만 돌연변이가 생긴 경우보다 훨씬 더 넓게 돌연변이 세포가 퍼져 있었다.

 TP53 카피가 두 개 모두 고장 나면 손상된 DNA를 수리하기가 어려워졌고, 이는 여러 개의 다양한 DNA 결손을 야기했다.

 식도암으로 진행한 바렛 식도 세포에선 이런 유형의 폭넓은 DNA 손상이 많이 관찰됐다.

현재 연구팀은 다른 유형의 유전학 분석 결과 등에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종의 진단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서다.

 바렛 식도에 대한 최적의 검사 시기를 제시하고, 식도암 위험이 높은 바렛 식도 환자를 가려낼 것으로 기대한다.

 과학자들은 이와 함께 DNA 혈액 검사법을 개발하는 게 가능한지도 타진하고 있다.

 식도암 위험이 높은 바렛 식도 세포로부터 이탈한 DNA를 곧바로 혈액에서 포착하는 검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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