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치료제' 급여 적정성 인정됐지만…성인까지 혜택 절실

성인 환자 가족 "병증 진행 중으로 시급해…이의신청할 것"
심평원 "크리스비타 약가 고시까지 후속 작업 남아…확정 아냐"

  강원 춘천시에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딸 A(25)씨와 함께 사는 박모(53)씨는 최근 희망과 절망을 함께 느꼈다.

 정부가 해당 질병에 맞는 치료제를 급여 대상으로 인정했지만, 정작 딸은 혜택을 받기 힘들지도 모르게 된 까닭이다.

 A씨는 생후 18개월에 X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X-linked hypophosphatemia·XLH)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질병을 진단받았다.

 이 병은 국내에 환자가 채 100명도 안 되는 극 희귀질환으로 인의 대사에 관여하는 특정 호르몬이 과잉 생성돼 신장에서 인산염 소모가 늘어나 발생하는 유전병이다.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환자는 평생 심각한 근골격계 통증과 장애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며 A씨도 극심한 관절·근육 통증과 골격 변형, 척추 휨 등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어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치료제인 '크리스비타'는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으로 1년 치 약값이 2∼3억원가량 들어가 박씨를 비롯해 XLH 환자와 그 가족들은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이에 박씨는 지난해 말 국회에 'XLH 치료제 크리스비타 신속 사용 승인에 관한 국민 청원'을 올려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9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열고 크리스비타가 신규 급여에 대해 적정성이 있다고 심의했다.

 약평위를 통과한 크리스비타는 신속 등재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급여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급여 대상을 소아로 한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져, 성인 자녀를 둔 박씨는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25일 "일단 소아라도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성인인 딸은 병이 계속 진행 중이라 한시라도 빨리 치료제를 쓸 수 있도록 이의신청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게 국회 청원에 5만 명 동참을 이뤘는데 급여 범위에 성인을 포함하지 않아 몹시 아쉽다"며 "다시 용기를 내 여러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심평원 관계자는 "해당 약재가 이번 약평위에서 급여 적정성이 있는 것으로 심의됐다"며 "이후 가격 협상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약가 고시가 나야 한다"고 답했다.

 또 "지금은 후속 작업 중이며 급여 대상을 소아에게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지 최종 확정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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