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막으려면…"병원에 페널티보다 지원이 먼저"

 "전공의 등 보조 인력도 없고, 수술할 사람이라곤 저뿐이었죠. 회의하고 있는 혈관외과 교수님을 재촉해 단둘이서 수술을 했어요. 달리 갈 병원이 없었기 때문이죠."

 서울대학교병원 외상외과 박찬용 교수는 지난 9일 있었던 소아 환자 수술에 대해 '막막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환자는 자전거를 타다 화단에 넘어져 굵은 나뭇가지가 목을 관통한 상태였다. '

 다행히 큰 동맥과 정맥을 비껴갔지만,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치료가 불가했다. 어린이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으로 왔지만 수술할 인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교수는 다음날 새벽에나 수술이 가능하단 말에 털썩 주저앉아 흐느끼는 부모를 보며 '단둘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골든타임'을 지킨 소아 환자는 무사히 회복해 퇴원했다.

 ◇ '수술거부' 아니고 '수술불가'…"페널티보다는 현실적 지원이 필요"

 "10여 곳의 병원에서 '수용거부'했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저는 '수용불가'였다고 봅니다." 박 교수는 지난 30일 일어난 용인 '뺑뺑이' 사고에서 환자를 받지 못한 병원에 권역외상센터마저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에 센터를 지정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 '인력·시설·장비'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워라밸(일과 삶 균형)'이나 높은 보수를 찾아 응급센터를 빠져나가는 인력이 많은데, 행정처분 등의 위험부담을 지게 된다면 의사들은 더욱 응급의료를 기피할 것이란 얘기다.

 "권역외상센터에서도 수술을 할 의사나 수술실, 병상이 부족해 우리 병원으로 전원된 적이 있었습니다. 병원이 거부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응급수술을 못 하는 상황인 거죠."

 그러면서 계속해서 개소가 늦어지고 있는 서울권역외상센터 역시 기존 계획보다 크게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뺑뺑이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인구수와 교통체증 등을 감안했을 때 센터 수 자체를 늘리는 것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 구급차 떠돌며 전화 거는 현실…"권역외상 컨트롤타워서 연계해야"

 

 구급대원들이 하염없이 떠돌며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하는 현실도 문제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지역외상 거버넌스'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별로 관내 외상센터와 수술실, 병상 현황을 파악해 신속하게 이송·전원과 치료를 연계하고 제도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종의 '응급이송 컨트롤타워'로, 소방·의료기관·지자체가 협력해 응급환자를 배분하고 '모두 불가'인 상황이 없도록 규정에 따라 배정할 권한까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같은 체계를 위해선 시설·의료인력 보충과 보상은 물론, 상황에 따라 지역의회까지 거버넌스에 참여해 조례를 만드는 등도 필요하다.

 박 교수는 "장기적으론 그런 컨트롤타워에서 병원 연계뿐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해서 응급의료 서비스 질 관리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응급환자 발생 시 소방청과 의료기관에서 따로 집계하는 데이터 등을 통합하는 것만 해도 중요한데 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나 주체조차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지역 중심 응급의료 정책기반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 없이 지방정부에 시행계획을 수립하라는 방침이다. 응급의료 데이터 또한 연계한다는 계획만 나왔을 뿐 법적 근거조차 모호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당사자들이 모여도 구체적인 원칙과 제도가 뒤따르지 않으면 탁상공론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지역·필수·공공의료 협의체 출범…지역필수의료법 시행준비
보건복지부는 17개 시도, 국립대병원 등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참여해 지역필수의료현안을 논의하는 공식 협의기구인 '지역·필수·공공의료 추진전략 중앙·지방 협의체'를 출범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지역필수의료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까지 지역필수의료 사업 기획, 하위법령 제정 등 준비해야 할 과제가 집중돼 있어 협의체를 통해 중앙과 지방 간 조율 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7일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제1차 협의체 회의에는 17개 시도 보건국장과 권역책임의료기관 공공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협의체는 앞으로 복지부 주관으로 월 1회 운영하고, 권역 단위 세부 조율을 위한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권역별 협의체도 이달 중 구성해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내년 3월 11일 지역필수의료법 시행과 함께 중앙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 5대 초광역권 협의회, 17개 시도 필수의료위원회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각 시도가 자체 현황에 기반해 사업을 구상하고, 복지부가 제시하는 공통 기본 방향에 따라 지역별 특성에 맞게 투자 비중을 조정하기로 했다. 참석한 지자체 보건국장들은 응급·분만·소아 등 분야별 의료 공백 실태와 지역 특성에 맞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식약처, 덜 짜고, 덜 달게 먹는 '삼삼한 주간' 운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2회 '삼삼한 데이'를 맞아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나트륨과 당류를 줄여서 먹는 건강한 식생활 문화가 일상에 정착될 수 있도록 '삼삼한 주간'을 운영한다. '삼삼한 데이'는 '음식 맛이 약간 싱거운 듯하면서도 담백하게 맛있다'는 의미의 '삼삼한(3·3·1)'에서 착안해 매년 3월 31일을 건강한 식생활 실천의 날로 지정한 기념일이다. 이날을 통해 나트륨·당을 줄이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확산시켜 비만과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K-푸드와 올바른 식생활 실천 문화를 확산하려는 목적이다. 올해는 일상 속 삼삼하게 먹는 문화를 보다 널리 확산하기 위해 '삼삼한 주간'으로 확대 운영하고 해당 기간 업계·학계·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식약처는 24일 식약처장과 함께하는 '오유경 안심톡톡, 삼삼한 일주일, 평생을 가볍게!' 라이브 방송으로 나트륨·당류 줄이기 비결 등을 공유함으로써 '삼삼한 주간'의 시작을 알린다. 26일에는 나트륨, 당류 등 영양성분을 자율적으로 표시하는 우수 급식시설을 방문해 현장 의견을 청취한다. 28일에는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 춘계 학술대회와 연계하며 29일에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대국민 참여 행

메디칼산업

더보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투지바이오와 장기지속 비만치료제 개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이 지투지바이오와 미세구체(microsphere) 기반 약물 전달 기술을 활용한 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당 파이프라인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license-in)해 제품화를 추진하고, 에피스넥스랩은 지투지바이오와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투지바이오와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 비만치료제를 포함한 후보물질 2종에 대한 독점적 개발권을 갖고 계약금 및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에피스넥스랩은 장기 약효 지속형 약물전달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지투지바이오는 이후 신약 후보물질을 포함한 3종을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 보유 조건에도 합의했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 및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투지바이오가 발행하는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김경아 사장은 "이번 계약은 환자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