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현실화할까…'의대증원' 압도적 여론에 추진동력 작아

의협, 회장 삭발하며 "증원 저지"…전공의·의대생은 집단행동 '신중'
대학들 증원 '적극적'이고, 논란컸던 '공공의대' 빠져…파업 동력 약해
'국민 10명중 8명 찬성', 증원 여론 강해…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6일 파업(집단 휴진)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며 강경 투쟁을 공식화한 가운데, 의사들이 병원 문을 닫고 거리로 나오는 상황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의사들은 집단행동으로 지난 2020년 의대증원 추진을 막은 바 있지만, 이번에는 의대증원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고 반발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동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의협은 이날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증원을 추진하면 파업에 대한 전회원 찬반투표를 즉각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회장 삭발, 비대위 구성…"증원, 의료계와 '합의'해야"

 이 회장은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를 넘어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업 등 집단행동과 관련해서는 당장 구체적인 계획을 내 놓는 대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증원을 추진하면"이라는 전제와 함께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의협이 말한 '파업'은 집단 휴진(진료거부)을 의미한다. 의협이 노동조합이 아니고 전공의나 고용된 의사를 제외하고 직접 개원한 의사는 노동자가 아닌 만큼 집단행동을 하는데 정해진 법적 요건이나 절차가 있지는 않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증원 등을 추진했던 지난 2020년과 간호법 제정이 추진되던 지난 5월에도 집단 진료거부를 했었다.

 집단 휴진은 의료법상 진료거부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부는 불법 휴진인 경우 업무개시명령서를 휴진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전달하고 명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업무정지 15일)과 함께 형사고발 조치를 할 수 있다.

 정부가 각 대학들의 의대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다음달 말 혹은 내년 초 2025년 증원폭을 내 놓겠다며 스케쥴을 정한 상황에서 의료계가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언급한 것이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실행 가능성이나 파급력에 의문부호를 다는 시각이 많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예전과 달리 정부의 증원 추진 절차가 정교한 데다 (2020년에 논란이 큰 이슈였던) 공공의대(추진)도 빠졌다"며 "의사파업의 정당성이 전보다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전공의·의대생들 집단행동 여부 '주목'…2020년과 달리 신중한 자세

 의협이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연일 '파업'을 언급하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의협보다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움직임이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했을 때 개원의들의 참여율이 낮았지만, 전공의들의 집단휴진과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거부가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의협은 동네의원 등 개원의 중심 단체인데, 2020년 당시에는 집단휴진 참여율이 한자릿수에 그쳤다. 반면 전공의의 참여율은 80%에 육박해 의료 현장에 혼란이 컸다.

 의대생들의 거부로 2021년도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의 응시율이 14%에 그쳤고, 결국 정부는 증원 추진을 중단했다.

 의협은 지난 5월 다른 12개 의료직역과 함께 간호법 제정안 반대 '파업'을 벌였는데, 의사들의 참여율은 의료 현장에 별다른 혼란이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번 의대증원 추진 상황에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의협과 달리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2020년과는 온도차가 크다.

 인턴, 레지던트 등이 참여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2일에서야 이번 증원 추진 과정에서 첫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근거로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지만 단체 행동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25일 의대생들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단체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서울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대응 방침을 논의했지만 통일된 목소리를 낼 만큼의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여론 압도적 지지·여야 '찬성' 한목소리…"파업 정당성 떨어진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전과 달리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의대증원에 대해 여론이 압도적으로 지지를 하는 데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찬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0년과 달리 정부가 긴 시간 공을 들여 의사들과 논의를 해온 까닭에 집단행동의 명분이 전보다 약한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2.7%는 의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지난 4∼5일 한 여론조사에서 76%는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찬성했다.

 정치권에서도 의사 출신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의대증원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로 찬성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의협 입장에서는 파업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겠지만, 동력이나 명분이 예전과 다르다"며 "계속해서 (의사단체들의) 의견을 듣겠지만, 정부가 중심을 갖고 증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2020년에는 공공의대를 지으면서 의대를 증원하겠다고 했으니 파업을 하기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도 논의 중이고 긴 시간 (의대증원에 대한) 설득 작업도 해왔다"며 "파업하기에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의협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 외에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의대증원 논의를 하며 논의의 틀을 의사뿐 아니라 수용자 단체로 다각화한 것도 의협의 입지를 줄이고 있다.   정부는 같은 의료계에서도 의협 외에 병원계, 의학교육계, 의료계 원로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대학들이 2배 안팎의 의대증원을 희망한다는 수요조사 결과도 정부에 우호적이다.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들은 2025년 2천151명~2천847명, 2030년 2천738명∼3천953명 증원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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