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한달] 구급대원들 "세종 환자, 병원 없어 전북까지 이송해"⑤(끝)

"평소엔 병원 5곳 연락 돌리면 응급실 구했는데, 이젠 10곳 전화해도 힘들어"
"비응급 환자, 119 신고·구급차 이용은 줄어…중증환자 배려 문화 정착해야"
환자 이송 지휘하는 '구급상황관리센터' 활성화도 긍정적
"현장 남은 의사들,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

 "예전에는 세종 병원에서 못 받는 환자는 대전 병원으로 연락을 돌리면 이송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전북에 있는 병원까지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 섭외가 어려워지니 한번 출동할 때 근무가 길어져 퇴근이 늦어지곤 합니다."

 세종시의 한 구급센터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 A씨는 지난달 19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 현장에서의 구급 업무를 돌아보며 이같이 밝혔다. 

 A씨는 "평소에는 최대 5군데 정도 병원에 연락을 돌리면 받아주는 병원이 있었으나, 지난 한 달간은 2배인 10건 가까이 전화를 걸어도 받아주는 곳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도 응급 환자가 있었는데, 대전과 청주권에서 받아줄 병원이 없어 전주까지 가야 했다"고 전했다.

 A씨는 특히 얼마 전 아이가 낙상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두부 골절상을 입은 아이였는데 상급병원에서 못 받아준다고 해 일반 병원에 가서 검사를 진행했다"며 "이처럼 상급병원이 받아주지 못한다고 하면 같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일반 병원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전보다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당장 퇴근은 늦어졌지만, 이번 의료대란이 비응급 환자들이 신고를 자제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A씨는 평가했다.

 A씨는 "비응급 환자분들이 구급차를 타고 가더라도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다리거나, 병원에 들어간다 해도 진료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자 신고가 줄어든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병원에 진료를 예약한 후 구급차를 '병원 가는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되더라도 비응급 환자는 신고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현장의 구급대원들을 지원하는 각 지자체 소방본부 직원들도 의료대란 후 힘든 생활을 이어가기는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소방본부 구급 관계자 B씨는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필요하거나 특정과 진료가 곤란할 경우 병원 수용이 안 될 수 있어, 관련 진료기관을 최대한 확보해 구급대원들과 공유하고 있다"며 "의료환경 변화로 심리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다들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특히 구급대원이 응급처치를 하면서 환자를 이송할 병원까지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번 사태를 맞아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구급대 요청 시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해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나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병원을 선정하는 업무를 한다.

 그는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일차적으로 병원 정보나 질병을 상담하는 경우가 증가한 덕분에 구급 출동 및 이송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의 대원들로부터 병원 선정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전했다.

 B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더 활성화하고, 비응급 환자의 신고 자제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한정된 구급대원과 구급차가 비응급환자를 이송하느라 응급 환자를 놓친다면 응급 환자는 물론 구급대에도 안타까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비응급 환자들이 119구급차 이용을 자제하고, 그 시간을 중증 응급환자에게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실 의사들과 많이 소통하는 소방 관계자인 만큼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에게도 B씨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B씨는 "너무나 많이 지치신 게 전화 너머로 느껴지는데, 감사하고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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