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우울증, 아빠도 올 수 있다…"엄마 전유물 아냐"

성별이 아니라 행동이 '돌봄 회로' 만든다…신간 '부모됨의 뇌과학'
돌봄 주체가 엄마인지 아빠인지는 중요치 않아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의 모성 본능은 불타오른다.

 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늘 봐 왔던 아름다운 모성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자신도 그런 미담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

 "우리가 진실하고 아름답게만 보였던 그 달콤한 모성 이야기가 헛소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마음이 산산이 조각난다. 그 이야기가 헛소리가 아니라면 나라는 사람이 잘못됐다는 뜻이니까."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첼시 코나보이의 이 같은 말처럼 양육은 힘든 일이다. 그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있다.

 최신 과학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을 바꾼다.

 뇌를, 사고방식을, 관계 맺는 방식을 모두 바꾼다. 부모가 된다는 건 이전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의미다.

 코나보이는 신간 '부모됨의 뇌과학'에서 부모 되기는 사춘기만큼이나 중대한 성숙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통상 잠도 거의 자지 못한 채 갓난아기를 돌본다. 아기는 부모를 거의 "무급 하녀 혹은 노예 취급"하며 사정없이 자극의 '채찍'을 휘두른다. 그 강도 높은 자극이 인간을 '부모'로 변화시킨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자극의 홍수는 부모가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인 아기를 돌보도록 강제한다.

 부모의 사랑은 자동적이지도 않고 절대적이지도 않다.

 어떤 의미에서 뇌는 부모의 마음이 따라잡을 때까지 아기를 살려놓으려고 애쓴다.

 초보 부모의 대다수가 실제 육아 기술이 전혀 없을 때 뇌는 우리를 보호자로, 심지어 강박적인 보호자로 변화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육아는 뇌에 관련된 신경 연결, 즉 돌봄 회로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점차 능숙한 일이 되어간다.

 돌봄 회로는 아이라는 강력한 자극에 적절한 방식으로 충분한 시간 노출될 때 발달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성별이 아니라 행동이 호르몬을 바꿀 수 있고, 돌봄 회로의 생성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돌봄의 주체가 엄마인지, 아빠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아이 가까이에서 체온을 나누고 눈을 맞추며 아이의 욕구를 돌보려고 애쓰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돌봄 회로를 개발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산후 우울증마저 엄마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자는 육아 참여도가 높은 아빠일수록 산후 우울증 위험이 높다고 말한다.

 그는 "고립적이고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사회적으로 과소평가" 되는 육아에 우울증이라는 심리적 비용이 따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공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잉글랜드 브리스틀 지역에 거주하는 3천여 가구를 면접 조사한 결과, 자녀가 출생한 이후 수 주일 동안 우울증을 경험한 아버지는 20명당 1명꼴이었다.

 부부가 함께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부의 최대 3% 이상이 산전·산후 우울증을 함께 겪는다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역학·보건의료 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있다.

 저자는 "자아가 확장돼 더 이상 내가 전적으로 내가 아니게 되는 것, 이것이 부모의 뇌 발달 과정의 일부"라며 "이것은 하나의 성별에만 특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코쿤북스. 정지현 옮김. 512쪽.

[코쿤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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