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기 시장진입 문턱 낮춘다…규제완화 놓고 논란도

복지부, 환자에 신속 활용 위해 절차 간소화 추진…490일→80일 단축
보건시민단체 "환자에 안전 문제" vs 의료기업계 "환자에 혜택"

 정부가 디지털 치료제 등 신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를 의료현장에서 지금보다 더 빨리 쓸 수 있게 규제를 대폭 풀려는 데 대한 논란이 거세다.

 의료기기 업계는 산업 활성화와 환자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지만, 보건의료시민사회계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보다는 산업계의 이윤을 우선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손질해 신의료기기가 시장에 좀 더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디지털 치료제, 재생의료, 로봇 등 산업계의 기술 혁신이 지금까지의 의료기술과는 다른 차원으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현행 의료기기 시장진입 제도는 신기술의 특수성과 산업 발전 속도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신의료기술 선(先)진입·후(後)평가 제도는 비록 안전성과 유효성을 완전하게 입증받지 않았더라도 신의료기기의 잠재성을 인정해 환자 전액 본인 부담의 비급여로 빨리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정부가 장벽을 낮춘 것이다.

 복지부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새로운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환자에게 활용될 수 있게 절차를 더 간소화하기로 했다. 국민이 혁신적 신의료기기 혜택을 조기에 누리게 하고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과 협의해 의료기기 허가·신의료기술평가·건강보험 등재 절차 전반을 손보기로 했다.

 현재 신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의료기기 인허가(80일)-신기술 여부 확인(30일)-신의료기술평가(250일)-건보 등재(100일)' 등 4단계에 걸쳐 최대 490일이 걸린다.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런 절차를 거쳐야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의료기기 업체가 희망하면 인허가와 신기술 여부 확인을 동시에 진행, 80일 내 마무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과한 신의료기기는 3년간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선진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즉 향후 식약처가 허가한 모든 비침습(非侵襲·피부를 관통하지 않거나 신체의 어떤 구멍도 통과하지 않고 질병 따위를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방법) 신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즉시 3년 동안 비급여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서 3년 후에 임상 자료를 모아서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 및 급여 적정성 등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일괄적으로 평가하는데, 이 기간에도 비급여로 계속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행 제도 아래에서 새로운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최장 490일이 걸렸지만, 그 기간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140일 이내에, 빠르면 80일 이내에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다. 신의료기술평가(250일)와 건강보험 등재(100일)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신의료기기는 사실상 퇴출당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상 현장에서 사용하다가 환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퇴출할 예정이다.

 이에 보건의료시민사회는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을 내 정부 방안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의료기기 산업계의 돈벌이를 위한 길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기술의 효과를 입증하려면 기업이 자원과 시간을 쏟아 연구하는 게 상식인데, 진료라는 명분을 내세워 환자에게 수년간 써보고 효과를 확인하겠다는 건 환자를 '모르모트'로 삼는 비윤리적 행태"라며 "정부가 기업에 특혜를 주면서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고 규탄했다.

 의료기기 산업계는 새로운 시장진입제도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측은 정부 개선안을 통해 신의료기술의 혜택을 보는 것은 결국 환자라며 그간 엄격한 기준 탓에 환자에게 신의료기술을 시도조차 못 해 환자들은 결국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앞으로 환자의 신의료기술 접근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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