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경과실 기소면제' 추진에 위헌·근거 부실 논란

수사·금전부담 완화에 초점…반의사불벌 특례, 중상해까지 확대될 듯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가 경과실에만 기소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의료사고 형사 특례를 추진하고 있지만 위헌성과 근거 부실 논란이 잇따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7일 정부와 의료계 안팎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제12차까지의 의개특위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는 의료계가 요구해왔던 형사소추 면제(불기소) 방식의 특례를 경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에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의개특위는 지난 8월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서 의료사고 형사 특례 방식을 후속 검토 과제로 남겨뒀었다.

 현실적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중과실 사례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중과실 중심'이라는 기소 원칙을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다.

 강준 의료개혁추진단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우리나라 형사법 체계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는 과실의 경중이 고려되지 않는데, (과실의 경중에 따라 처벌에) 차별을 둬야 한다는 취지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소 제한이라고 할 수도 있고 중과실 위주 기소라고 할 수도 있는데, (경과실 의료사고에) 조건을 부여해 기소 면책을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용어나 적용 방식을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개혁 제1차 실행방안

 그러나 의개특위 안팎에서는 위헌성 논란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이 같은 기소 면제 추진은 난항이 예상된다.

 한 의개특위 관계자는 "기소 면제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며 피해자의 재판 절차상 진술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의개특위에 참여 중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특례법 논의 초기부터 "입증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환하도록 규정하지도 않으면서 중상해·사망 의료사고에까지 특례를 주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반발해왔다.

 이에 더해 의료계가 주장해온 우리나라의 '연평균 의사 기소 건수'가 잘못된 통계라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2013∼2018년 우리나라에서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이라며 "영국의 800∼900배"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기소' 건수가 아니라 '입건'된 피의자 수라는 반박이 이어지자 의협은 지난달 관련 포럼에서 산식을 바꿔 700명이 넘는 '피의자 수' 대신 '피의자 수에 연평균 기소율을 곱한 값'을 내세워 기소 인원이 연평균 약 323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토론회에서는 "대법원 재판연구원 출신 연구자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과실로 인한 의사 기소 건수는 연간 10여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위원들은 "'기소 리스크'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기소 특례 추진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특위 논의는 수사와 금전적 보상에 따르는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전문위원회 위원들은 과도하고 불필요한 수사와 보상에 대한 의료진 부담을 줄이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협의해 의료진에 대한 불필요한 대면 소환·조사를 최소화하는 한편 금전적 부담이 있는 의료기관과 필수의료과 의사들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배상책임 보험료를 지원하고 다양한 민간 보험 상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행법에 존재하는 '반의사 불벌 특례'는 중상해까지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수사 초기에 수사 계속 진행과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칭 '의료사고 심의위원회' 등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위원회 내에서는 '불필요한 절차'라는 게 중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개특위는 연내 특례법 관련 공청회를 한 차례 실시한 후 입법 추진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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