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키오스크·신부 홀로입장…결혼식 新문화

MZ세대, 효율성·편의성 추구…부케 안 던지고 단체사진 생략
"아버지→남편 인도되는 의미 싫어"…양가부모 동시 입장도

 "부케순이(부케를 받는 친구)가 겪을 스트레스가 걱정돼 부케를 안 던지기로 했죠."

 최근 결혼식을 올린 오모(29) 씨는 흔히 식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부케 던지기'를 하지 않았다.

 오씨는 "아무래도 부케를 받는 친구가 헤어·메이크업에 더 신경 써야 하고, 부케를 받은 뒤 예쁘게 말려서 신부에게 돌려줘야 하는 문화로 인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과감히 생략했다"고 밝혔다.

 결혼식 날 부케를 받은 뒤 이를 돌려주면 부부가 잘 산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에 따른 부담이 상당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오씨는 "식장에서 부케를 잘못 던지거나 사진이 이쁘게 찍히지 않으면 여러 번 던져야 하는데 그 과정도 번거롭다고 느꼈다"며 "식이 끝난 후 제가 직접 말려서 잘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웨딩 온라인 카페에서는 부케를 받을만한 친구가 없거나 부케를 그대로 갖고 싶다는 등 이유로 부케를 던지지 않았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효율성, 편의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이 결혼식 문화에도 반영되고 있다.

 많은 예비부부가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식순을 조정·생략하며 '나만의 결혼식'을 만들어 나가는 추세다.

 식을 마친 뒤 가족, 지인과 단체로 사진을 찍는 일명 '원판 촬영'을 생략하는 이들도 있다.

 하객들이 식당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식장에서 대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후배의 결혼식에 참석한 직장인 정모(31) 씨는 "처음으로 식을 마친 직후부터 여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정씨는 "보통은 가족, 친척 촬영 후 마지막에 친구와 지인 촬영을 하다 보니 허겁지겁 식사하고 나와야 할 때가 많은데 이날은 한결 여유롭게 밥을 먹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정씨는 "원판 촬영이 사실상 '참석 인증' 역할을 하는 만큼 신부가 참석 여부를 기억하지 못할까 봐 더 열심히 인사해야 했다"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객 축의금 접수 과정을 효율화한 '축의금 키오스크'도 등장했다.

 통상 식장 앞에서 신랑·신부의 친구 혹은 친척이 축의금을 받고 식권을 나눠주는데, 이 역할을 키오스크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키오스크에 하객 정보와 소속, 이름을 입력하고 현금을 투입하면 자동으로 식권을 발행해준다.   하객별 축의금 액수는 향후 엑셀로 정리해 신랑·신부에게 전달된다.

 결혼식에 키오스크를 비치했다던 네이버 이용자 'lov***'는 "축의금을 받아주는 가족이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키오스크를 신청했다"며 "덕분에 식 시작 이후에는 가족 모두 식장에 들어와 관람할 수 있었고, 뒤늦게 온 하객들도 키오스크를 이용해 축의를 했다"고 했다.

 현금 분실 우려가 없는 점도 축의금 키오스크의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자리를 잠시 비웠다가 축의금을 도둑맞거나, 혹시라도 축의대를 봐준 사람이 현금을 일부 채가는 일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내달 결혼을 앞둔 최여진(30) 씨는 부모님을 비롯해 하객으로 참석할 웃어른의 정서를 고려해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최씨는 "일부 빈 봉투만 내고 식권을 받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우려됐고, 가족 구성원이 적다 보니 친척 중에서 축의대 봐줄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 키오스크 사용을 고려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씨는 "키오스크를 통해 축의금을 전달한다는 게 여전히 일반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불편하게 여길 어르신이 많을 것 같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축의금 키오스크와 관련해 8일 "최근 결혼식장 식대가 기본적으로 7만∼8만원이 넘는 만큼 축의에 참여한 이들에게만 식권을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비용이 부담되니 결혼 당사자가 축의금을 신경 쓰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부계사회 전통에서 유래된 결혼식 문화를 지양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통상 신부가 부친의 손을 잡고 걸어가다 남편의 손에 '인계'되는 입장 식순에도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이윤정(32) 씨는 신부 입장을 할 때 홀로 버진로드를 걸었다.

 이씨는 "손을 넘겨잡는 게 부계사회 전통에 따라 아버지의 보호 아래 있다가 남편에게 인도된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며 "그 의미가 싫어서 혼자 입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면 남편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과거 결혼이 '집안 대 집안의 연결'로서 혼주인 아버지가 남녀의 결혼을 '허락'하는 개념이었다면, 최근에는 '양가 부모와 자녀들이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혼주 입장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양가 어머니들이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두 가족이 하나 된다는 의미를 담아 양측 부모가 쌍쌍이 손을 잡고 입장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의 결혼식을 통해 자신들의 결혼을 되돌아보는 '리마인드 웨딩'의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min***'은 "부모님께서 식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하셔서 제 결혼 식순에 (부모님 공동입장을) 꼭 넣고 싶었다"며 "30년 전 과거로 돌아가 버진로드 위의 주인공이 되어보시길 바랐다"고 썼다.

 신부들의 복장도 가벼워지는 추세다. 활동성을 위해 헬퍼가 필요 없는 짧은 웨딩드레스를 선택하거나, 머리 위에 쓰는 베일을 생략하기도 한다.

 재작년 결혼한 30대 김모 씨는 발등이 보이는 기장의 드레스를 선택해 '헬퍼 없는 결혼식'을 꾸몄다.

 김씨는 신부 대기실에서 사진을 찍는 대신 신랑과 함께 직접 하객을 맞이했다.

 김씨는 "베일이 매매혼 관습에서 유래됐다는 얘기를 듣고 착용하고 싶지 않았다"며 "정작 하객들은 제가 베일을 썼는지 안 썼는지 기억을 못하더라"고 했다.

 네이버 이용자 'tkf***'도 "식장에서 남의 도움 없이 움직일 수 없는 신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전형적인 드레스가 아닌 트레인(길게 끌리는 옷자락)이 짧은 셀프웨딩드레스샵을 찾아보게 됐다"고 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유력인사에 주례를 부탁하던 풍습도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는다.

 주례를 생략하고 친구 혹은 가족의 축가·축사를 중심으로 식순을 구성하는 이들이 많다.

 결혼식을 최소화해 아낀 비용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예비부부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 예비부부가 이러한 취지로 강동성심병원에 5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이라는 건 한 가족의 출발을 상징한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젠더 갈등이 높은 나라에서 '어떻게 가족을 꾸려나갈 것인가'라는 건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며 "가족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성역할을 되돌아보고 불합리한 건 솎아내고 앞으로 우리 가족이 지켜나갈 방향성을 제시·정립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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